하림 vs 동원 2파전...HMM 인수 ‘쩐의 전쟁’ 본격화
2023-11-10
국내 유일 국적 선사인 HMM의 매각 본입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동원그룹은 막판까지 인수를 의지를 드러내며 실탄 마련에 여념이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소 5조원에서 최대 7조원대로 예측되는 HMM 인수 금액과 해운업계 업황 등의 문제로 유찰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17일 업계와 투자은행(IB)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HMM 매각 측은 지난 8일 2개월간의 실사를 마무리했다. 매각 측은 오는 23일 본입찰을 진행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신청할 예정이다.
하림과 동원그룹은 HMM 매각 본입찰이 다가올수록 인수 의지를 더욱 불태우고 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HMM 인수가 국가 경쟁력을 올리는 데 기여하는 일”이라고 명분을 내세웠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HMM을 인수하는 건 꿈의 정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는 1조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2조원, 브릿지론과 인수금융 등에서 각각 2조원 규모 등 총 6조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자금 마련을 위해 호반그룹과도 협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동원그룹은 6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지원·자회사 미국 스타키스트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실탄을 마련하고 있다. 동원그룹은 또 서울 양재동 소재 사옥, 부동산 일부 등도 매각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지주사인 동원산업은 동원로엑스에 4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IB업계에서는 HMM 매각과 관련해 유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IB업계 관계자는 “최대 7조원대인 HMM의 높은 인수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중견기업으로 평가받는 하림과 동원그룹의 자금력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이어 “해운업계 업황 부진에 따른 HMM의 실적 악화도 한몫하고 있다”면서 “무리한 인수가 오히려 HMM에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HMM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7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1% 감소했다. 매출도 2조12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4% 줄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분기 대비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다만 HMM의 주력 항로인 미주의 스팟운임 상승에도 HMM의 운임은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하락한 SC운임이 3분기에 반영되면서 장기계약물량의 운임이 하락했다. 성수기인 3분기에도 업황이 악화되면서 당장의 HMM 실적 개선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MSC와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들이 발주한 초대형선박 인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노선을 공유하는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이 해체될 경우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특히 비수기에 접어드는 4분기에는 인플레이션, 글로벌 소비 위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분쟁 등의 영향으로 컨테이너 물동량이 둔화될 전망이다.
관계자는 “HMM은 냉동·특수·내륙 화물 등 수익성 높은 화물을 늘리고 영업력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수익 향상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이 HMM을 인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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