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콩코드 효과와 그 사이 어딘가
2023-10-20
오는 30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분수령을 맞이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합병에 따른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 결합심사 필수요건인 화물 매각을 30일 이사회를 통해 논의할 예정이다. 화물사업 매각에 대해 이사회 내부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 노조측은 합병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거세다. 항공화물 시장이 침체되고 있어 화물 사업인수에 적극적인 항공사도 나타나고 있지 않는 상태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30일 오후 2시 이사회를 열어 화물사업 매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대한항공과의 합병에 있어 EU집행위가 유럽 화물 노선 경쟁 제한 우려를 이유로 화물 매각을 포함한 시정조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번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되며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과반수인 4명이 찬성해야한다.
이사회가 매각을 결정하게 될 경우 오랫동안 지체돼 왔던 합병에 한 단계가까워지면서 미국과 일본의 승인만 기다리면된다. 하지만 화물사업 매각 반대의견과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화물사업 매각이 결정될 경우 '사실상 항공사 해체'라는 입장이다.
이사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반대측은 독자적으로 생존하는 방향에서의 이유도 있겠으나 현재는 침체기인 화물사업이 코로나19당시 주요 수입원이었던 점을 미루어보아 쉽사리 놓지 못하는 것도 이유 중하나로 꼽힌다. 또한 가장 큰 문제인 배임죄 적용 가능 여부가 이사회 내부에서는 우려되는 부분이다.
코로나19당시 아시아나항공 수익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것이 회사 이익에 반하는 행동으로 해석될 수 있어 배임죄가 적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주요 현금 수익원인 화물사업부를 매각할 경우 배임일수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배임 이슈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강 회장은 "이번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매각이 부결될 경우 전체 딜이 무산될 확률이 커지기 때문에 이와 비교해보면 배임 이슈가 적다"고 덧붙였다.
매각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독자생존이 불가한 상황에서 화물사업을 매각하지 않은면 재무상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2000%에 가깝고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이자 비용을 고려하면 매각이 답이라는 것이다.
대한항공측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조건으로 소속직원들의 고용 보장과 처우 개선을 지원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한항공은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합의서를 이사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이같은 조치는 합병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에 대한 반발의사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세종대 경영학부 황용식교수는 "화물 매각은 아시아나항공의 고육지책이며 EU집행위에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번 이사회가 열리는 것 또한 EU측에 합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며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에 대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황교수는 "아마 아시아나항공 내부적으로도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기 떄문에 화물사업 매각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 존속을 원하는 측에서는 합병을 원하기 때문에 대한항공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도 화물사업 매각을 진행했으면 하는 입장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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