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하는데 한 세월"...전기차 수리 오래 걸리는 이유는?

사설 업체 수리하려 해도 전기차 수리 설비 없는 곳이 많아...정보 열람 가능해도 수리하기 힘들어
내연기관과 성격 달라...전기차 전문 지식 가진 전문 인력 필요
인력 양성 속도 내지만 사용자 수 증가세가 더 빨라
박재훈 기자 2023-10-04 09:04:51
택시기사 A씨는 연료비 절감과 저렴한 유지비 등의 이유로 전기차로 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여느때와 같이 택시를 몰고 영업을 하던 A씨는 촉사고가 일어나 차를 수리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공식 정비소로 찾아간 A씨는 차량 수리에 한 달이상 걸린다는 정비 기사의 대답을 듣는다. 생업으로 당장 택시를 운행해야 하는 A씨는 한숨만 내뱉었다. 전기차를 수리하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걸까.

서울 한 대형 쇼핑몰 내 전기차 충전소에 전기차들이 충전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많은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선택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 부족과 높은 가격 탓에 구입이 망설여진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높아지는 점유율에 비해 전기차 수리 인프라는 충전 인프라 확대보다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타는 사람은 많아지는데 수리할 곳은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4일 국토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약 4만5000개의 자동차 정비소 중 전기차 수리가 가능한 곳은 1658개로 4%가 채 되지 않는다.

사실상 수리가 가능한 업체는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이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블루핸즈, 기아의 오토큐 등이다. 내연기관 차량과 같이 사설 차량 수리업체로 가도 전기차를 수리하거나 점검을 받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전기차 전문 엔지니어·시설 부족...감전과 화재 위험도

일반 사설업체에서 전기차를 수리할 수 있는 없는 이유는 전문적으로 전기차를 다룰 수 있는 엔지니어가 없거나 시설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전체적인 부품 수는 적으나 성격이 달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소프트웨어 등 전장 기술을 다룰 수 있는 특성도 겸하고 있어 일반 사설 업체에서는 전기차를 다룰 수 있는 시설이 구축돼 있지 않으면 수리나 점검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사진=pexels


사설 차량 수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B씨는 전기차 수리를 사설 업체에서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전기차를 수리하기 위해서는 전기차를 다룰 수 있는 설비를 맞춰야 되는데 돈도 많이 들고 설비로 들어간 돈을 언제 매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애당초 전기차를 수리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없는 이유가 전기차를 수리하는 방법이 내연기관 차량이랑 다르고 현대차GSW와 같은 곳에서 정보 열람을 할 수 있어도 손을 댈 수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답했다.

전기차 수리를 위한 차량 제원 및 수리 정보의 접근이 가능해도 이를 위한 설비와 전문적인 엔지니어가 아니면 수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기차를 다루기 위한 설비와 장비들도 상당한 고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경우일반 자동차 정비소가 전기차 정비를 하기 위해서는 3만 유로(한화 약 4290만원)이상 지출해 전문 장비를 확보해야 한다.

전기차는 배터리로 이동하는 만큼 높은 전압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전문적인 엔지니어가 취급할 경우 차량에도 문제가 되지만 자칫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감전 뿐 아니라 수리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전기차의 특성상 큰 화재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사설업체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전기차 사용자들이 직영 수리업체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량을 안전하게 수리하기 위해서 차량을 제조한 회사의 직영 수리업체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수리업체는 수가 적어 많은 사용자들이 몰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인천에서 완성차 업체의 직영 공업소에 근무하고 있는 엔지니어는 "전기차 수리라고 해도 어떤 수리인지에 따라 기간이 상이하겠지만 부품 수급이나 수리할 차량들이 밀려 있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수리할 사람은 한정적이지만 고장이 나서 찾아오는 사용자들이 많으니 당연히 일어나는 현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천안글로벌러닝센터(GLC)에서 ‘HFCPe’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기아, 직영 공업소 확보 안간힘

완성차 업체들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공업소의 수를 늘리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AS 인프라 구축이 사용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지는 것을 최대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문인력을 양성을 강화하고 AS센터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 4월 전기차 정비 역량 강화를 위해 현대 전동차 마스터 인증 프로그램(HMCPe)를 내세우면서 전문 인력을 양성을 본격화했다.

기아는 2019년에 국내 최초로 전기차 전용 작업장을 구축하면서 정비 인프라 구축에 나섰으며 2021년에는 국내 최초 전기차 정비기술인증제도인 KVET를 도입했다. 오토큐 협력사의 경우 전기차 정비 인프라 보유 여부에 따라 인증을 부여한다. 베이직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를 정비하는 데 필요한 기본 장비와 KEVT 베이직 등급을 취득한 엔지니어 1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미 대응에 들어갔지만 인프라 구축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인프라 구축에 비해 전기차 사용자들의 수가 더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김필수 교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공임비, 부품수급 등에서 차이가 있어 사설 업체를 가도 기본적인 외관 수리정도만 가능할 것"이며 "전국적으로도 수리를 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비용이 비싼 것도 문제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전문인력 양성을 하고 있어도 아직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면서 일반 정비업소의 경우에는 교육을 받는 인원이 더 부족해 직영 수리업체에 사람이 쏠리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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