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카오뱅크‧토스뱅크, 건보료 연납 소득인정 여부 "비공개" 왜

케이뱅크, 11억원대 대출사기 발생..."비연속 소득인정이 원인" 분석
카뱅‧토뱅 “건보료 적용 비공개"…업계 "인뱅, 비연속 소득인정 의심"
이복현 금감원장 "책임있는 혁신…내부통제·인프라 구축" 당부 무색
신수정 기자 2023-09-26 17:25:33

수개월치 건강보험료(건보료)를 한번에 납부하는 방식의 소득 증빙을 허용하는 케이뱅크의 신용평가모형(CSS)이 지난해 발생한 11억원대 대출사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가 각각 자체적으로 개발한 CSS에서 건보료 연납을 소득으로 인정하는지 여부를 비공개에 부쳤다. 

26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측은 자사의 CSS에서 건보료 연납 방식을 소득 증빙으로 허용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비공개"라고 입을 모았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은행마다 CSS 방식은 영업비밀”이라며 “외부에 공개된 수준 외에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도 “CSS의 건보료 적용 기준은 외부 공개가 어렵다”고 했다. 

이에 은행권 일각에선 두 인터넷은행이 건보료 연납을 소득으로 인정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케이뱅크에서 건보료 연납 허용을 악용한 대출사기가 발생한 상황에서, 다른 인터넷은행들이 한결 같이 해당 사항을 밝히는 것을 꺼려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자사의 CSS에서 건보료 연납을 소득으로 인정하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금융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사안을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밝히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도 “시중은행 등 다수 은행권에선 3개월 이상 연속성을 가지지 않은 소득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인터넷은행의 방침은 사실상 비연속성 소득을 허용하고 있다고 시인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가 케이뱅크과 마찬가지로 비연속성의 건보료 연납을 소득 증빙으로 인정하고 있는 경우, CSS의 허점을 악용한 대출사기 가능성에 노출된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케이뱅크에선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간 허위 소득자료 제출로 인한 11억1930만원 규모의 대출사기가 발생했다. 사기꾼 일당은 페이퍼컴퍼니를 인수해 대출이 어려운 청년‧고령층 차주를 모집, 서류상 직원으로 가장해 허위 소득자료를 위조한 방법으로 작업대출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건보료 연납이 소득으로 인정되는 케이뱅크의 시스템이 악용된 바 있다. 이후 케이뱅크는 여전히 건보료 연납을 소득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사기에 이용된 피해자 다수가 취약차주라는 점에서, 인터넷은행의 건보료 연납에 대한 소득 증빙 인정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금융소비자 보호’ 기조가 무색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원장은 지난 2월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등 인터넷은행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금융소비자 편익 증진으로 귀결되기 위해선 '책임 있는 금융혁신'이 전제돼야 한다"며 "내부통제 및 인프라 구축에 힘써 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서호성 케이뱅크 대표가(앞열 왼쪽 두 번째부터)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은행업권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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