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 김영섭 전 LG CNS 사장 내정
2023-08-04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KT가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김영섭 내정자를 차기 대표로 최종 선임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KT 이사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30일 오전 9시 서울 KT연구개발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차기 대표이사 선임 예정인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은 임시 주총을 앞두고 조용히 업무를 파악하며 주총 준비에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 주말 KT 각 사업부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업무 파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업무 인수를 위해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는 작업도 조만간 시동을 걸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내정된 이후에도 소감을 발표하지 않고 말을 아끼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KT가 그동안 겪어왔던 일들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구현모 전 대표가 연임에 도전했지만 현 정권의 '카르텔' 논란에 지난 2월 연임을 포기했고, 올해 3월 윤경림 전 사장이 최종 CEO 후보에 지명됐지만 또다시 정권의 압박으로 사퇴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탓에 김 내정자는 최종 선임 이후에야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럭키금성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해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 LG CNS 솔루션사업본부장,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LG CNS CEO를 맡아 인공지능(AI)·클라우드 사업을 이끌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 기간 기존 사업부를 통폐합해 경영 효율을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과거 김 후보는 LG CNS CEO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거문고 줄을 바꿔 매듯 느슨함을 버리고 긴장하라는 '해현경장'(解弦更張)과 형식보다 실질에 힘쓰라는 '사요무실'(事要務實)의 사자성어를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을 만큼 한학에 관심이 깊다고 알려져 있다. 실적 향상을 강조한 그는 직원들에게 "중요하고 급한 일을 핵심만, 빠짐없이 보고할 것"을 주문하며 "보고할 내용 100가지가 있어도 가장 중요한 3가지만 보고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LG CNS 시절 "기술중심 회사로 변화하라"...KT 역량 강화에 기대감
김 후보는 2019년 당시 대기업 중 선도적으로 LG CNS에 역량이 뛰어난 직원에겐 나이·직급에 상관없이 더 많은 보상을 주는 '기술역량레벨'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선임 5년차 이상으로 제한했던 책임(과장, 차장, 부장급) 승진 대상 기준도 없앴다. 일부 반발이 일자 김 후보가 직접 “기술중심 회사로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제도 도입 공청회를 30회 넘게 열어 소통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도 그가 재무통으로 불리며, LG유플러스와 LG CNS와의 인연으로 통신 및 IT 분야에 이해가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KT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기에 3명의 최종 후보 중 김 내정자가 가장 적합해 선임안이 임시주총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서도 김 내정자에게 KT 핵심 역량 강화와 신사업 전략, 소액주주 의사 반영 강화, 부실 경영 방지 대책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긴 주주 공개서한을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KT노조, "김 후보자 환영"
KT노동조합도 김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KT노조는 7일 '김영섭 후보의 CEO 선임을 환영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김 후보자가) 미래성장에 대한 혁신적 비전을 제시하면서 KT가 국민기업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적임자임을 믿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30일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는 주총 참여주식의 60% 이상 찬성과 찬성한 비율이 전체 주식의 25%를 넘겨야 새 대표이사가 선임된다.
KT노조는 김 내정자의 선정과정에 대해 "모범적인 지배구조 수립과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한 이사회의 대표후보 선정결과를 존중한다"며 "김 내정자는 기업경영 경험이 풍부하고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전문성과 KT의 사업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노조는 김 후보자가 노동조합과 KT구성원의 협력을 이끌어낼 리더십으로 경영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KT노조는 "새 CEO는 노동조합을 경영의 동반자로서 노사관계를 존중하고 소통하는 경영마인드를 갖는 한편 넓은 포용력과 통큰 리더십으로 KT 구성원의 협력을 이끌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발휘해 지속적인 발전과 성과를 내는 경영혁신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두 차례 대표이사 선임 무산이라는 풍파를 겪으면서 KT노조는 김 후보자가 조직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경영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KT노조는 "CEO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많은 혼란을 겪으면서 경영과 조직안정성이 크게 훼손됐다"며 "김 후보자는 선임즉시 조직을 안정시키고 경영현안을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와 같이 단기성과에 연연해 무리한 구조조정을 펼치거나 무분별한 외부인사 영입에 의한 조직운영으로 경영안정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경영 및 조직 정상화·조직개편 등 현안 처리 '수북'
김 후보자가 취임할 경우 곧바로 풀어야할 숙제가 생긴 샘이다. 그동안 KT는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경영기획부문행) 체제로 움직이며, 굵직한 의사결정은 신임 CEO 취임 이후로 미뤄놨다. 특히 본사와 52개 계열사 인사가 모두 올스톱 상태다. 김 후보는 취임후 임직원 인사와 조직 개편부터 우선 챙길 가능성이 크다. 주가 회복을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지난해 말 3만5000원대였던 KT 주가는 지난 3월 2만8000원대까지 떨어졌고 현재 3만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6일 KT 주주모임 온라인 카페에 따르면 소액주주들은 김 후보에게 보낼 주주 공개 서한 작성을 논의하고 있다. KT의 핵심역량 강화와 신사업 확대 전략, 소액 주주 의사반영을 위한 개선 방안 등을 담을 예정이다.
KT는 외부 인사가 대표로 왔을 때 조직 구조 효율화를 추진한 경험이 있다. 2009년 이석채 회장 취임 후 약 6000명, 2014년 황창규 회장 취임 직후엔 약 8000명이 특별 명예퇴직을 통해 퇴사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구조조정과 재무 전문가인 김 후보가 KT 조직을 어떻게 재정비할 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KT 직원 수는 2만544명으로 SK텔레콤(5314명)과 LG유플러스(1만494명)에 비해 조직 규모가 크다. 직원당 영업이익도 경쟁사 대비 낮아 조직이 비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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