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경영의 핵심 가운데 또 하나는 스피드경영이다. 성공한 전 세계 LCC에게서 공통적으로 엿볼 수 있는 스피드경영의 핵심은 생각하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곧바로 실행하는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결정 라인이 단순해야한다. 높고 낮은 관리자가 층층마다 포진해서 이것저것 재다 보면 기회는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고 만다. LCC 뿐 아니라 모든 회사는 대체로 스피드경영을 원한다. 하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스피드경영은 말뿐이고 현실은 관료화가 공고해지기 마련이다.
전세계 LCC의 효시 사우스웨스트항공은 1990년 11월13일 오전에 시카고미드웨이공항(Chicago Midway Airport)을 허브공항으로 사용하고 있는 미드웨이항공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다. 시카고미드웨이공항은 미 중서부에 있는 일리노이주 북동부 시카고 근교에 있는 공항으로 줄여서 미드웨이공항이라고 부른다. 1923년 시카고에어파크(Chicago Air Park)라는 이름으로 개항했다가 1927년 시카고시립공항(Chicago Municipal Airport)이 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중 군공항으로 이용되다가 1949년 미드웨이전투를 기리기 위해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즉각 관련임원 몇 명으로 팀을 구성해 이날밤 시카고행 마지막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들이 자정쯤 시카고에 도착해 호텔방에서 TV를 켜니 미드웨이항공이 자금난으로 문을 닫는다는 뉴스가 나왔다. 사우스웨스트팀이 그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시카고에 출장을 왔는데 소문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다음날 아침 9시 사우스웨스트팀은 미드웨이공항의 관리권을 가진 시카고시 담당자와 미팅을 갖고 방금 도산한 미드웨이항공의 미드웨이공항 시설을 이용하는 문제에 대해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시카고시 입장에서는 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미드웨이공항을 허브공항으로 사용하고 있는 항공사의 도산 소식을 듣자마자 곧 비게 될 공항시설을 맡겠다고 나선 사우스웨스트팀을 안 만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지역주민들로부터 지역공항 활성화의 빈 틈을 전광석화처럼 메꾼 시카고시의 발 빠른 대처에 찬사를 받을 터였다.
사우스웨스트팀은 시카고시와 협의에 들어가면서 자사의 공항시설 및 기술담당 직원들을 미드웨이공항으로 급히 이동시켰다. 아침 9시에 시작된 미드웨이공항 실무협의는 오후 2시30분에 최종 타결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미드웨이공항 시설보수에 연차적으로 2000만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지금까지 미드웨이항공이 사용하던 게이트 모두를 인수하기로 했다. 리처드 M. 데일리 시카고 시장은 이날 오후 3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사우스웨스트항공이 미드웨이공항의 대표 항공사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사우스웨스트팀은 시장의 기자회견 직전에 공항시설 및 기술담당 직원들을 미드웨이공항에 도착시켜 두었고, 협상 타결과 동시에 게이트를 인수하고 시설공사를 시작했다. 컴퓨터를 설치하고 카운터 공사를 하고 공항간판에 사우스웨스트항공 이름을 붙였다. 정말 돌풍처럼 빠른 행동이었다. 리처드 M. 데일리 시카고 시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한 기자가 사우스웨스트팀에게 언제부터 공항에 시설투자를 시작할 것인지 물었다. 사우스웨스트팀은 “지금 공항에 가보면 작업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연실색한 기자들은 오후 5시뉴스에 내보낼 리포트의 화면을 찍기 위해 공항으로 달려갔다.
미드웨이항공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실확인을 위해 임원 몇 명으로 팀을 구성해 1990년 11월13일 시카고행 마지막 비행기에 탑승한 이후 불과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인 11월14일 오후 3시에 미드웨이공항에 사우스웨스트항공 간판이 붙었다. 미드웨이항공 직원들이나 이 항공사를 이용했던 고객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황당하고 얄미울 정도의 빠른 대처였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해서 행동한 덕분에 미드웨이공항에 18개의 신규게이트를 확보할 수 있었다. 오늘날 이 게이트는 이 시장 매출의 50%를 담당하고 있으며, 하루 100편의 항공기를 띄우고 있다. 이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추격하는 다른 항공사의 비행편보다 4배나 많은 규모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 공항에 예약센터, 유지보수시설, 조종사 및 객실승무원 대기시설 등을 들임으로써 공항시설 보수에 2000만달러를 내놓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어떻게 그런 식으로 움직일 수 있었을까?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가능할 때마다 관료제를 무시했다. 회사는 린(lean)의 상태를 유지했고, 작게 생각했고, 간소한 일처리를 고집했다. 최일선에서 회장까지 이르는 결재단계는 4단계로 줄였다. 따라서 중간관리자의 전결범위가 아주 넓었다.
대개 회사는 규모가 커지면 당연히 위계질서를 필요로 하게 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에도 하이어라키(Hierarchy)라는 위계제도가 있다. 하지만 회사는 아주 비공식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공식적인 구조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해두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고(故) 허브 켈러허 회장은 “기업에서 과도한 관료제가 생겨나는 이유는 제국을 건설하고 싶어하는 개인들의 거대한 에고(ego) 때문이다. 그들은 직위와 직함을 통해 그들의 중요성을 과시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가족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회사의 기업철학과 위배된다. 회사가 아무리 커지더라도 회사 내부는 벤처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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