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전기차 충전규격, 테슬라 NACS 압도...CCS 고수 현대차 고심 왜?

충전인프라 공유 시 데이터 수집되는 NACS...현대차 딜레마
국내 충전업계 NACS 적용..."6개월에서 1년정도 걸려"
박재훈 기자 2023-07-24 11:05:57
[스마트에프엔=박재훈 기자] 최근 일본의 완성차 업체 닛산이 테슬라의 충전규격 NACS(북미충전표준) 탑재를 발표하면서 NACS가 주류에 올라타는 움직임이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국제표준 방식인 CCS를 고수하고 있는 폭스바겐과 현대자동차 등의 완성차 브랜드들은 시장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 20일 닛산은 2025년부터 생산하는 전기차에 NACS를 채택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시아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같은 일본 브랜드 토요타와 혼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독자적인 충전규격인 차데모(CHAdeMo)방식을 적용해 왔으며 북미 시장에서의 충전 규격은 CCS를 지원해 왔다. 업계는 닛산의 NACS합류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고 있다.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규격 NACS을 채택하는 완성차 브랜드가 늘며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테슬라의 슈퍼차저 충전 모습. /사진=테슬라코리아

닛산의 합류로 현재 NACS 채택을 발표한 브랜드는 총 6개(포드,제너럴모터스,볼보,메르세데스-벤츠,리비안,닛산)가 됐다. 또 다른 완성차 브랜드 스텔란티스와 폭스바겐도 NACS 채택을 고려하고 있어 주류에 올라타려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자동차시장의 흐름이 건너가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많은 브랜드들이 앞으로의 신차를 전기차로 계획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한 충전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완성차 업체들의 숙제였다. 하지만 테슬라가 지난해 11월 경쟁 업체에게도 급속 충전 시스템인 '슈퍼 차저'를 포함해 충전 기술을 개방하겠다고 발표하자 많은 완성차 업체가 인프라 공유를 위해 뛰어들었다.

아직까지 CCS 규격을 고수하고 있는 폭스바겐과 현대차 등의 브랜드들도 NACS로 갈아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테슬라와 NACS 사용문제를 두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많은 생산량과 점유율을 올리고 있는 폭스바겐마저 NACS를 채택한다면 CCS를 전기차에 적용중인 현대차로서도 NACS 합류를 고심할 수 밖에 없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사진=현대자동차

하지만 현대차로서는 충전규격을 바꾸는 것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테슬라의 충전 규격 사용에는 데이터 관련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NACS 충전 단자에는 5개의 구멍이 있다. 3개는 전력 공급을, 나머지 2개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테슬라 차량을 충전할때 스마트폰 앱내에 차량의 배터리 상태, 충전속도, 주행거리 등의 데이터가 뜨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는데 이는 충전시 제공되는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충전 인프라 공유에 나선 진짜 목적이 '데이터 수집'이라고 보고 있다. 경쟁 브랜드에 충전 인프라를 제공하면서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이는 현대차가 NACS 채택을 고심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현대차로서는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을 높여야 하지만 NACS가 주류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이를 채택할 경우 많은 충전소를 쓸 수는 있겠지만 데이터와 부가서비스 등이 테슬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NACS를 채택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만 데이터 유출 등의 문제와 맞물려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시그넷의 초급속 충전기 V2 모델 렌더링 이미지. /사진=SK시그넷


NACS 방식이 점유율을 넓히자 전기차 충전제조업체도 분주해지고 있다. 현재 CCS를 제조하고 있는 국내 전기차 충전업계는 발빠르게 NACS 관련 기술을 개발해 자사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충전업체 중 가장 발빠른 대처를 한 곳은 SK시그넷이다. 지난 6월15일 SK시그넷은 NACS 커넥터를 적용한 제품을 연내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테슬라는 여러업체에 충전기 도면 등 NACS 기술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충전제조업체들이 이를 적용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국내 전기차 충전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현재 기술을 공개했지만 충전기 커넥터 등에 적용하기까지는 6개월에서 1년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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