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로 발돋움하는 테슬라 전기차 충전 규격...美바이든 정부의 딜레마

바이든 행정부, 보조금 지원 충전시설은 CCS...NACS주류에 예산낭비라는 분석도 나와
미 공화당 대권주자 지지하는 일론 머스크...바이든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
박재훈 기자 2023-06-26 17:01:18
[스마트에프엔=박재훈 기자]북미 전기차시장에서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규격으로 인한 불씨가 거세지고 있다.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규격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가 충전규격의 표준화가 될 분위기를 보이면서 테슬라의 CEO 일론머스크와 불편한 관계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NACS 충전 방식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치된 테슬라 슈퍼차저 / 사진=연합뉴스

26일 외신에 따르면 앞서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가 NACS를 적용한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시설 슈퍼차저를 사용하기로 한 발표에 이어 신생 전기차 업체 리비안도 NACS를 채택하기로 결정해 테슬라가 북미에 구축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흐름에 합류하는 분위기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테슬라 슈퍼차저는 미국 내 전체 급속충전기 인프라의 60%가량을 차지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슈퍼차저 채택은 전기차 보급 확대에 긍정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충전 인프라 접근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를 뺴고는 현대자동차 등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여전히 미국의 기존 표준 충전 방식인 CCS(Combined Charging System)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최근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NACS 동참 가능성에 대해 "고객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이런 흐름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지원 보조금을 CCS규격 충전시설로 제한한 것이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바이든 정부는 작년 11월 발표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정책에 따라 앞으로 5년동안 75억달러의 전기차 충전시설 구축 보조금을 편성했다. 이 보조금은 CCS 규격을 채택한 충전시설에만 보조금이 지급된다. 슈퍼차저 시설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NACS와 더불어 CCS규격을 추가해야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작년부터 미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바이든 정부와는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왔다. 지난달에는 트위터로 디샌티스의 대선 출마 선언을 중계하려던 중 기술적 문제로 초반 중계가 먹통이 된 바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사진=연합뉴 


여전히 CCS에 무게를 두는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 확장에 걸림돌이 되는 모양새로 비치기도 한다.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슈퍼차저를 지원해 머스크를 도와주는 것도 난감하지만, 슈퍼차저의 점유율과 안정성을 감안하면 CCS규격만 고수하다 예산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정치신문 매체 폴리티코는 "여전히 급성장 중인 전기차 시장이 양립 불가능한 2개의 충전 표준 간 분열에 직면해 있다"며 두 갈래로 나뉘는 현상이 전기차 보급을 지연시키거나 향후 충전 표준이 NACS가 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미국의 3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와 포드, GM이 모두 테슬라의 기술에 집중함에 따라 향후 전기차는 NACS 규격으로 제작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CCS를 고수할지, 또는 민간 부문이 지향하는 방향이라면 테슬라 시스템으로 전환할지가 문제"라고 내다봤다.

한편, 충전업계는 NACS가 주류가 되는 것을 예상하고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CCS중심의 고속 충전소를 운영해 온 이비고(EVgo)는 NACS 규격 추가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폴리티코에 밝혔다.충전장비 제조업체 블링크차징은 CCS와 NACS 커넥터를 모두 갖춘 고속충전기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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