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핵심 광물 대안으로 부상하는 '심해 광물'...해저 환경 파괴 우려도

미국지질청, 해저 니켈 매장량 3억4000만t...육지 매장량의 3배
박재훈 기자 2023-07-04 10:42:58
[스마트에프엔=박재훈 기자] 전기차 대중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광물 자원 확보에 해당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리튬 및 니켈 등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광물을 보유한 국가들은 이러한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국가들은 심해 광물 채굴을 통해 필요한 광물을 얻는 방법에 주목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핵심이라고 불리는 리튬, 니켈 등을 보유한 국가들이 자원 무기화에 나서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고수하고 있는 배터리 핵심광물 니켈의 수출금지 정책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2020년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하고 니켈이 필요할 경우 자국 내에서 설립한 법인을 통해 채굴해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해를 잠수정이 탐사하고 있다. / 사진=Pixabay

리튬의 최대 보유 지역인 남미국가들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지난 1~4월 전 세계 리튬 중 53%를 보유하고 있는 칠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의 국가들도 리튬의 국유화를 선언했다.

이렇듯 자원을 국유화해 어려움이 생기는 과정에서 자원확보가 시급한 국가와 기업들에게 심해 광물 채굴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해에는 과거부터 전기차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리튬과 희토류, 코발트 등의 핵심 광물이 대량으로 매장돼 있다고 알려졌다. 

과거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심해 광물 채굴은 해양오염으로 직결되는 문제로 거론된다. 때문에 국제해저기구(ISA)는 2016년 무렵부터 규제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국제 해역에 한해 광물 자원을 탐사 및 시험 채굴할 수 있으나, 상업 활동을 위한 대규모 채굴은 불가능하다.

국제해저기구 ISA 본관 / 사진=wikimedia commons 


하지만 지난 2021년 태평양의 섬 국가 나우루가 ISA에 상업용 심해 채굴 계획을 제시하면서 심해 채굴 사안이 광물확보에 시급한 시장상황과 맞물려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2016년에 논의되던 ISA의 규제 마련이 미진하자 나우루는 법률 조항을 발동한 것이다. 나우루는 2023년 6월까지 심해 채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달라고 ISA에 요구했다.

영국 언론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는 "ISA가 7월까지 규정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에 의거해 2년 규정을 지켜 상업용 채굴 허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에 따르면 심해 탐사권을 확보한 회원국이 심해 채굴 의사를 밝힐 경우 해저기구는 2년 내로 허용 검토를 진행해야하기 때문이다.

나우루가 파고든 허점으로 인해 심해 광물 채굴에 관련해 불이 붙은 상태다. 당장 나우루는 ISA의 가이드라인이 공지되면 나우루해양자원주식회사를 통해 심해 채굴에 들어갈 심산이다. 또한 ISA는 태평양의 클라리온 클리퍼톤 좀 (CCZ)에 대한 상업적 개발 신청을 받는다고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CCZ에는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 다량으로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ISA의 상업용 심해 광물 채굴 가이드라인 마련 시한은 오는 9일까지다. 이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각국의 정부나 기업들은 나우루처럼 CCZ에 대해 심해 채굴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맞춰 채굴에 반대하는 국가와 환경단체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지의 영역인 해저를 함부로 건드릴 경우 생태계 전반에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환경단체로 유명한 그린피스는 "인류가 아직 심해의 0.0001%만 탐사한 상황에 미지의 세계를 파헤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 사진=연합뉴스

반대로 일부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가장 큰 문제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배터리의 핵심 광물 가격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니켈의 최대 보유국인 인도네시아의 경우 현재 열대우림을 없애면서 광물 채굴에 속도를 내고 있어 환경적인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한편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2040년까지 세계가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을 현재의 채굴량의 19배인 4800만 톤을 채굴해야한다"고 말했다. 미국 지질청은 현재 심해에 있는 니켈의 매장량이 육지 매장량 추정치 3배를 넘는 3억4000만 톤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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