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존도 낮춰라"...배터리 업계의 해결책은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니켈 매장량 글로벌 점유율 23%, 생산 점유율은 37%
일본과 같은 FTA체결국 대우 부여 받을 것으로 예상
박재훈 기자 2023-04-12 09:07:01
[스마트에프엔=박재훈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이하 IRA) 세부 지침을 보면 당장 국내 배터리 3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중국 규제'라는 IRA의 취지를 생각하면 중국에서 핵심광물을 가져오는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국내 배터리 업계의 숙제로 남아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인도네시아가 해결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인도네시아는 FTA를 체결하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과 핵심광물협정으로 FTA 체결국급 대우를 받은 일본과 같이 인도네시아도 비슷한 대우를 받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 사진=연합뉴스


오는 4월 18일 시행되는 IRA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 지침에 따라,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 부품 중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하거나 조립해 보조금의 절반인 3750달러(한화 약 495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외의 3750달러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 혹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 및 가공해야 받을 수 있다.  

만일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공급받은 광물을 사용할 경우 광물의 추출이나 가공중에 한 과정은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내야 한다.

IRA의 세부 지침대로라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핵심 광물의 전반적인 공급망, 공정과정을 유지해도 현재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IRA의 본 취지가 중국의 견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중국에서 공급받는 배터리의 핵심 원료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때문에 현재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중국외에도 핵심광물의 공급망을 만들어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과정 중에 있다.

이런 공급망 다변화 창구를 모색하는 국내기업에게 인도네시아가 해결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광물인 니켈 매장량 글로벌 점유율이 23%, 생산 점유율은 37%에 달하는 니켈 보유국이다. 배터리업계에서는 다른 배터리 핵심광물인 리튬은 아르헨티나, 호주 등 대체국가가 존재하지만 니켈은 인도네시아를 대체할만한 국가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FTA의 체결 가능성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인도네시아는 최근 테슬라가 멕시코에 설립한다고 발표한 기가팩토리의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였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기가팩토리 유치를 위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인도네시아에 투자할 경우 니켈 광산을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회담에서 말한 바가 있다. 이는 전기차 업체 선두를 달리고 있는 테슬라조차도 니켈 생산량 1위라는 타이틀이 매력적으로 들린다는 점을 인도네시아가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처럼 니켈 공급에 있어 주요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이 미국과 FTA 체결국이 아님에도 IRA 세액공제 혜택인 핵심광물협정 대우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인도네시아도 일본과 같은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지난 10일 인도네시아 정부는 니켈 및 알루미늄 등 배터리용 주요 광물제품에만 국한된 FTA를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니켈 및 배터리 소재들이 IRA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인도네시아 루훗 판자이탄 해양·투자 조정장관은 언론을 통해 “인도네시아산 니켈의 고립을 해결하기 위해 FTA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루훗 판자이탄 해양·투자 조정장관은 11일 미국으로 가 미국정부에 주요광물에 한해 FTA협정 제안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현대자동차 현지 공장의 모습. 옆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전기차용 배터리셀 공장이 지어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만약 인도네시아가 FTA를 체결하게 된다면 국내 배터리 업계의 핵심광물 공급 다변화에 매우 용이하게 될 예정이다. 중국에서의 공급망에 의존도를 낮추면서 굳이 국내로 광물을 들여와 가공·추출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IRA에 대한 인도네시아와 국내 배터리 업계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미 국내 배터리 3사 중 SK온과 LG에너지 솔루션은 인도네시아에서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SK온은 작년 11월 에코프로와 함께 인도네시아에 니켈 중간재 생산법인을 설립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셀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만약 미국 정부가 인도네시아에 일본과 같은 FTA체결국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게 되면,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핵심광물을 미국에 소재하고 있는 공장에 보내면 된다. 하지만 부여받지 못하게 될 경우에는 니켈 등의 중간재를 국내로 들여와 가공해 미국으로 보내는 과정이 추가된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관련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원료확보를 위해 공급망의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인도네시아의 FTA의 체결 가능성에 대해 “미국 정부가 예외조항이었던 일본과 같은 FTA체결국에 준하는 지위를 아르헨티나나 인도네시아에도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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