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3.4% 늘때 라면 물가 12.4% 상승...'라면값 내릴까?'

홍선혜 기자 2023-06-26 09:41:25
[스마트에프엔=홍선혜 기자] 올해 1분기 라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체 가구 소득 증가율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도 국제 밀 가격에 맞춰 파스타값을 내리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라면역시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가 26일 오후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제분업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밀가루 가격 안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2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399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세금과 연금, 사회보험 등을 뺀 것으로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이다.

올해 1분기 먹거리 물가 상승 폭은 처분가능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컸다. 대표 먹거리 물가 품목인 가공식품과 외식의 물가 상승률은 9.9%와 7.5%로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2.9배, 2.2배였다.

공식품의 경우 세부 품목 73개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상회하는 품목이 87.7%인 64개에 달했다. 이 중 치즈(32.8%), 드레싱(29.1%), 식용유(28.8%) 등 8개 품목은 물가 상승률이 20%가 넘었다. 또 일반 서민이 자주 찾고 경제생활에도 영향을 주는 빵(14.3%)과 스낵과자(13.1%), 라면(12.4%), 아이스크림(11.8%), 파이(11.0%) 등은 10%가 넘었다.

특히 라면의 경우 올해 1분기 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14.7%) 이후 15년 만에 최고였고, 아이스크림도 2009년 2분기(14.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단 2개를 제외한 37개(94.9%)의 물가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정부는 현재 ‘라면플레이션(라면+인플레이션)’을 거론하며 가격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어 라면업계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4.04로 지난해 동월 대비 13.1%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지난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서울 한 대형마트의 라면판매대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고 설명하며, 라면 가격을 두고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은 발언에 농식품부는 제분업계와 국제 밀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이에 따른 가격 안정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간담회 이후 제분업계가 실제 가격 인하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밀 선물가격은 t당 419달러(53만 6655.20 원)로 올랐다가 지난 2월 t당 276달러(35만 3500.80 원)로 떨어졌다. 그러나 평년의 201달러(25만 7,44080 원)와 비교하면 여전히 비싼 가격이다.

밀 선물가격 등락의 영향은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가격에 반영된다. 밀 수입가격은 지난해 9월 t당 496달러(63만 52만7680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2월 기준 t당 449달러(57만 5079.20 원)로 떨어졌으나, 평년의 283달러(37만 107.40 원)와 비교하면 1.6배 수준이다.

밀가루 가격도 올라 지난달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110.0% 상승했고 2년 전 보다 38.6% 상승했다.

아울러 라면의 또 다른 원료인 전분은 되려 가격이 오르고 있고, 물류비까지 증가해 업계의 부담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는 공통적으로 국민 부담 경감을 위해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