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올해 1분기 영업손실 5조원 예상...전기 팔수록 손해

박재훈 기자 2023-05-09 11:28:10
[스마트에프엔=박재훈 기자]적자로 인해 연일 구설수에 오르는 한국전력이 올해 1분기에 5조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1분기 실적은 오는 12일에 공개될 예정이다. 9일 연합인포맥스 집계에 따르면 한전의 1분기 영업손실에 관한 2개월 이내 증권사 전망치는 5조487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전경 /사진=한국전력


한전은 2021년에는 5조8000억원 2022년에는 32조6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앞서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이 kWh당 13.1원 인상돼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작년 4분기보다 절반 가량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손실이 크다.

이 같은 영업손실의 이유로는 원가에 못 미치는 값에 전기를 파는 구조가 원인이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것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제때 반영되지 못하면서 작년 한전의 kWh당 전기 구입 단가는 155.5원이었지만, 판매 단가는 이보다 30원 이상 낮은 120.51원이었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 인상 폭은 역대 분기별 최대 수준이지만, 원가와 판매가격 역전 현상은 지속됐다.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전기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는 kWh당 각각 165.6원, 149.7원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원가가 반영된 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올해 한전이 8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다가 kWh당 10원 미만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요금이 인상된다면 한전의 올해 손실은 증권가의 전망보다 다소 축소될 수는 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민·당·정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현재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칠 영향과 여론을 우려해 3월 말에 결정했어야할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미뤄왔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 왜곡, 전력망 투자 위축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주요 자산 매각, 간부 임금 인상분 반납, 조직 축소 등 국민이 납득할 자구 노력을 전제로 더는 전기요금 인상을 미루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결정이 늦어질수록 결국 국민이 지불해야 할 한전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등 국민경제에 좋지 않은 면이 있다"며 "인상 수준 등을 놓고 논의가 유동적이지만 이번 주에 결론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이 kWh당 7원 오르면 한전이 올 하반기에 2조원가량 영업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런 소폭 인상으로는 한전이 과도한 부채 축소 등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작년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192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7조원 늘었다. 부채비율도 459.1%에 달했다. 현재 한전은 회사채(한전채)발행으로 버티는 상황이다. 한전의 4월 기준 누적 회사채 발행 규모는 77조1530억원이다.

앞서 정부는 2026년까지 누적 적자 해소 등 한전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인상이라면, 1분기 전기요금이 kWh당 13.1원 이미 오른 것을 제하고도 38.5원을 더 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미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연기된 상태에서 3분기와 4분기에 바로 전기요금을 재차 인상하는 것은 쉽지않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더군다나 내년 총선을 앞둔만큼 5월에 단행될 2분기 인상이 사실상 올해 마지막 전기요금 인상이 될 것으로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월에 올리고 (3분기 요금을) 한 달 뒤인 6월 말에 또 인상하는 것은 당과 정부에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하반기 한전의 재무 상황과 국제 유가 흐름 등 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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