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 결국 연임 포기...내막은?

구 대표 "지배구조 불확실성 이어질수록 회사 주주가치 하락 우려"
대주주 국민연금 반대 및 정치권 압박 추측
구 대표 제외 33명 후보자 경쟁..."권은희 후보 유력 인사로 꼽혀"
황성완 기자 2023-02-24 09:38:03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결국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KT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와 정권의 압박이 원인이었다. KT 이사회는 구현모 대표를 제외한 채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이어갈 예정이다.

구현모 대표 대표이사 연임 포기...이사회, 오는 3월 정기 주총 통해 대표이사직 선정

구현모 대표는 하루 전인 23일 KT 이사회에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사회는 구 대표의 결정을 수용해 차기 대표이사 사내 후보자 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구현모 대표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KT 대표이사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서 이사회는 지난 20일 사회 인사 18명과 구현모 대표를 포함한 내부 인사 16명 등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했으며, 인선자문단이 사내·외 후보자들에 대한 공정한 심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세부 명단 공개는 오는 28일 진행할 계획이었다.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구 대표는 연임 포기 결정에 대해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이어질수록 회사 주주가치가 훼손 될 수 있다고 보고 결심을 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대주주 국민연금의 강력한 반발과 정치권의 외풍으로 인한 검찰 수사 압박으로 인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구 대표가 연임이 확정되자 보도자료를 통해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국민연금은 KT 이사회가 구체적인 추가 심사 절차를 공개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경선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설명이 부족했다.

특히 최근 경찰과 검찰 등은 구 대표 재임 중 일어난 의혹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는 등 압박도 가하고 있었다. 구 대표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및 횡령 혐의로 1500만원의 벌금형 약식 명령을 받고 불복해 법원에서 정식 재판도 진행 중이다. 앞서 남중수·이석채 전 KT 회장이 연임했지만 사법 처리를 받아 불명예 퇴진을 면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구현모 대표는 부임한 후 KT를 디지코(DIGICO, 디지털플랫폼 기업) 전환을 통해 통신사업의 한계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극적인 변화를 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 매출 역시 사상 처음으로 16조원을 달성하고, 취임 당시 KT의 주가도 90% 상승하는 등 기업가치도 높였다. 이에 따라 KT 이사회 역시 복수 후보 비교를 심사한 결과 구현모 대표를 차기 주주총회에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KT 이사회, 구 대표 제외 33명 후보자 검증 작업 진행

구 대표가 사상 첫 서비즈 매출 16조원을 달성함에 따라 차기 후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KT는 지난 10일부터 20일 오후 1시까지 대표이사 공개 모집 결과 내부인사 16명 외부인사 총 18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구 대표가 연임을 포기함에 따라 구 대표를 제외한 33명의 후보자 검증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외 지원자는 권은희(전 KT네트웍스 비즈부문장), 김기열(전 KTF 부사장), 김성태(현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 김종훈(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김진홍(전 KT스카이라이프 경영본부장), 김창훈(현 한양대 겸임교수), 남규택(전 KT 마케팅부문장), 박윤영(전 KT 기업부문장), 박종진(현 IHQ 부회장), 박헌용(전 KT그룹 희망나눔재단 이사장), 송정희(전 KT 부사장), 윤종록(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윤진식(전 산업자원부 장관), 임헌문(전 KT 사장), 최두환(전 포스코ICT 사장), 최방섭(전 삼성전자 부사장), 한훈(전 KT 경영기획부문장), 홍성란(현 산업은행 윤리준법부 자금세탁방지 전문위원) 등이다.

이 중에서도 19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권은희 전 새누리당 의원이 유력하다는 평가받고 있다. 권 후보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KT로 자리를 옮겼다. 윤석열 행정부의 IT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던 김기열 후보와 김성태 후보도 만만찮은 상대다. 김기열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시절 ICT희망본부장을 김성태 후보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원장, 20대 국회의원을 거쳐 윤석열 캠프에서 IT특보를 지낸 경력이 있는 만큼, 정치권의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사내 후보자군은 강국현 커스터머 부문장 사장,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사장,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등 사장급 임원이 이름을 올렸다. 박병삼 윤리경영실장,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 송재호 AI·DX융합사업부문장, 신수정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 안상돈 법무실장, 우정민 IT부문장 등 부사장급 KT 재직 임원 11인과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사장, 윤동식 KT클라우드 사장, 정기호 KT알파 사장, 최원석 BC카드 사장, 홍기섭 HCN 사장 등 그룹사 임원 5인도 포함됐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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