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 화질 제한 이어 韓서만 VOD 중단…망 사용료 '반기'
2022-11-10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구글(유튜브)·트위치·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간 '망 사용료' 갈등이 올해 정보통신 업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역시 올해 초부터 법적공방을 진행해 오고 있지만, 의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도 CP들에게 국내 인터넷 사용시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구글과 트위치는 4K 초고화질 서비스를 유튜브 프리미엄 사용자에게만 제공하고, 트위치도 국내 동영상 최대 해상도를 720p로 낮추고, 주문형비디오(VOD)도 중단하는 등 반발에 나서며 갈등은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국회는 지난 10월 21일 CP들에게 국내 인터넷 사용시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했다.
망 사용료 갈등이란 4K 초고화질 영상 시대를 맞아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같은 ISP 기업들이 구글(유튜브)·넷플릭스·메타(페이스북)·네이버·카카오 같은 대형 CP에게 트래픽 과부하 책임을 물어 일정 요금(망 사용료)을 부담하라고 요구하면서 다툼이 생겼다.
망사용료 갈등,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져…'망 사용료 무임승차 방지법' 본격화
망 사용료 갈등의 시작은 지난 2019년으로, 당시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재에 나섰지만, 넷플릭스가 이를 거부하고 2020년 4월 서울중앙지법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6월 열린 1심에서 넷플릭스가 패소했지만, 이에 불복하고 항소해 올해 소송 2차전이 본격화됐다. SK브로드밴드 또한 '대가 지급을 이행하라'며 반소로 맞서 현재 양사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2심에서는 정산방식과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 무정산 합의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망 사용료 무임승차 방지법' 논의가 본격화됐다. 거대 빅테크 기업이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이에 대한 대가를 내지 않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데이터 트래픽 점유율은 구글 27.1%, 넷플릭스 7.2%, 메타 3.5%, 네이버 2.1%, 카카오 1.2% 순이었다. 이 중 메타, 네이버, 카카오는 직·간접적으로 ISP에 망 이용대가를 주고 있다. 그러나 구글과 넷플릭스는 자체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 인프라를 활용해 데이터 트래픽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를 들어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7개로 추가 발의했고, 이는 소수의 글로벌 CP가 인터넷 트래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망 사용료 관련 일부 초기 법안의 경우 망 이용대가 지급을 강제하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지만, 이후 법안들은 규제 범위를 대형 CP로 한정하고 계약 간 자유를 존중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구글·넷플릭스·트위치, 국회서 '망 사용료 부과' 추진하자 반기…국내서 화질 제한 및 VOD 중지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조치로 인해 사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CP 측은 접속은 유료지만 전송은 무료이며, 망 사용료 부과가 망 중립성을 위반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정부에 반발하는 상황이다.
구글은 이미 자사가 운영 중인 유튜브에서 '망 중립성 보호' 캠페인을 진행 중으로, 망 사용료를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에서 활동 중인 1인 방송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이 해당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법안과 관련해 반대 서명운동 참여를 독려했다. 구글은 4K 초고화질 서비스를 유튜브 프리미엄 사용자에게만 제공하고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한단계 낮은 FHD(1440p) 해상도의 영상만 제공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아마존이 보유한 게임 방송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는 더욱 강력하게 반발에 나서고 있다. 트위치는 지난 9월 비용 증가를 이유로 국내 동영상 최대 해상도를 720p로 낮춘데 이어, 주문형비디오(VOD)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트위치는 공지를 통해 " 12월 13일부터 한국 내 시청자는 더 이상 VOD 콘텐츠를 시청할 수 없다"며 "내년 초부터는 한국에서 새로운 VOD 콘텐츠 생성 기능도 중단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트위치는 국내 기업들이 지불하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서비스한다는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대신증권의 2022년 10월 4일 리서치에 따르면, 트위치는 연간 500억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납부했고, 인터넷 회선 연동 업체 KINX 홈페이지와 블로그에서도 2017년부터 트위치와 협력을 맺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의 주장은 트위치 트래픽이 증가해 망 사용료가 900억원까지 치솟아, 트위치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용이 커졌다고 추측하는 바이다.
이에 대해 트위치 측은 VOD 중단 조치가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고 설명했고, 한국 내 VOD 콘텐츠 중단은 네트워크 요금 및 시장의 비용 증가와 관련이 없다고 전했지만, "이번 조치는 진화하는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최적 방안을 구현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망 사용료 논란에 따른 조치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도 정부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과 관련해 강력하게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CP와 ISP 간의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글로벌 통신사들도 내년 2월 말 열릴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서 CP와의 망 투자 비용 분담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미 망 사용료 전쟁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주목하는 상황으로, 올해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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