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물연대 파업, 무엇을 위한 것인가?
2022-11-24
[스마트에프엔=박지성 기자] 지난 2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앞서 화물연대가 총 파업에 돌입한다면 국내 운송망은 붕괴돼 기업 경영 차질에 큰 피해를 끼칠것으로 우려했지만 벌써 현실로 돌아오며 운송 차질이 가시화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하루 2000여대의 컨테이너 차량이 출입하는 평당항에는 이날 오후까지 단 43대의 차량만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수출입 물류 운송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같은 날 인천항 화물 터미널의 화물 반출입량이 평소 대비 절반 아래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집계한 인천항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42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전날 같은 시간 1만931TEU보다 61.6%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국내의 수출입 관문이 막히면서 국가 경제 악화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철강 업계도 물류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여수산단과 광양제철소로 흩어져 거점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물류 길목과 출하장 입구에는 화물 차량이 길게 늘어섰고 물류 운송을 감시하기 위한 조합원들의 천막이 설치됐다.
파업으로 물류 운송 차질이 현실화하면서 여수산단 입주 업체와 광양제철소 등은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 업체는 일단 사전에 시급한 물량은 출하를 마쳤고 적치장도 아직은 여유가 있어 당분간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2∼3일이 지나면 적치장이 한계에 도달할 수 있고 보관이 어려운 제품은 폐기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광양제철소도 당장 하루 물동량의 30%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선박 이송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평소 하루 8000t(톤) 물량을 출하하는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이날 전혀 물량을 내보내지 못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총파업에 대비해 사전에 고객사에 필요한 긴급 물량을 일부 미리 출하해 당장 큰 피해는 없다”며 “총파업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육로와 해상 출하량이 평균 2만7000t에 달하는 강원 삼척 삼표 시멘트는 파업으로 육로가 막히자 해상으로만 2만5000t을 출하했다. 동해 쌍용시멘트도 철도를 통해 4000t가량만 먼저 출하한 상황이다. 강릉 한라시멘트는 하루 평균 2만5000t에 달하는 출하량 중 2만t의 물량이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일시멘트 충북 단양공장에서는 이날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1대가 시멘트를 실으려고 공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노조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완성차를 각 지역 출고센터로 탁송하는 '카캐리어'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현대차 직원들이 일부 투입돼 완성차를 이송하고 있다.
이처럼 모든 산업계가 화물연대 파업으로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강력한 대응을 하기로 하면서 쉽사리 파업이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에 대해 '업무개시명령' 조기 발동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가 경제 활동에 심각한 피해를 안길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조치가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지면, 화물연대로서는 처벌 부담과 면허 취소 등 불이익을 떠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엄중한 경제 상황 속에서 대화와 협력을 저버리고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화물연대의 일방적인 운송거부는 수출길마저 틀어막아 해외 거래처 주문이 끊기는 등 경영난을 가중할 것이다. 하루빨리 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산업계 전반에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번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지난 6월 때 보다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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