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수소 등 친환경 신사업 친환경사업에 102조원 투자
반도체 신규공장 부지매입 등 인프라부문 집중 투자
서강대·한양대 등 관련학과 신설…차세대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신종모 기자2022-04-18 11:18:55
[스마트에프엔 창간 4주년 기획특집] ‘포스트코로나-혁신 DNA로 리부팅하라’③
국내 산업계가 코로나19 장기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글로벌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통화와 재정 정책 목표가 상충하면서 물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가 상승으로 국내 산업계는 전자·반도체·자동차업계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물류 대란을 겪고 있다. 더불어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당국의 방역 정책 변경에 따라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시대가 도래했다. 국내 산업계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 전략을 세우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미래 사업으로 로봇·AI·UAM·미디어·MBN·백신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코로나19 이후 다시 힘차게 뛸 대한민국 산업계를 기약하며, 포스트코로나를 맞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체질 강화 노력과 경쟁력 제고방안, 미래 전략 등을 집중 분석하는 시리즈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SK그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글로벌 스토리’ 전략에 맞춰 친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반도체 사업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스토리 전략은 최 회장이 지난해 제안한 경영 화두 중 하나다. SK가 글로벌 현지 이해관계자들의 존중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윈-윈 형’ 사업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개념이다.
SK그룹은 최근 최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글로벌 스토리 경영 전략과 연계해 SK실트론CSS 증설 투자 외에도 미국 각지에서 친환경 사업 중심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친환경 산업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을 통해 “유엔(UN)은 세계 경제를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제로)로 이끌기 위해서는 충분한 민간과 국제금융이 필요하다”며 “SK그룹은 친환경사업에 850억달러(약 102조 3000억원)를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에 열린 CEO 세미나에서 “오는 2030년 기준 전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 규모인 2억톤의 탄소를 줄이는 데 SK그룹이 기여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기술과 혁신으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다양한 파트너들과 ‘동행’하며 관련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당시 SK그룹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최 회장의 계획에 동의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등 친환경 신사업에 10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최 회장은 주요 계열사들의 친환경 사업투자를 소개하면서 “SK실트론은 전기차(EV)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를 생산한다”며 “이 회사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3억 200만달러(약 3636억원)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SK실트론CSS는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SK실트론이 지난 2020년 미국 듀폰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현지 자회사다.
SK실트론은 전기차 수요 급증과 함께 SiC웨이퍼 수요가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향후 3년간 3억달러(약 3700여억원)를 투자해 미시간CSS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SiC웨이퍼는 기존 실리콘(Si) 웨이퍼에 비해 내전압·내열 효과가 뛰어나고 소형화가 가능해 전기차 등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소재다. 최근 전기차 보급 확대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0년 약 6100만달러에서 2030년 약 36억달러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실트론의 친환경 SiC 웨이퍼 투자 확대는 현지 일자리 창출과 탄소 감축 등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국내 차세대 전력반도체 연구개발 및 생산 역량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SK실트론 관계자는 “미국 SK실트론CSS와 SiC 웨이퍼 생산 협력을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경북 구미 공장에서도 SiC 웨이퍼를 양산하게 된다”며 “이는 우리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글로벌 수준의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발 및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SK온은 미국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해 테네시와 켄터키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44.5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K E&S와 SK㈜도 지난해 수소연료전지 및 연료공급 솔루션 기업인 플러그파워에 16억달러를 공동 투자했다.
SK㈜는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대체 식품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부합하는 사업 분야에 3억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 SK하이닉스는 10억달러를 투자해 실리콘밸리에 반도체 연구개발(R&D)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해 미국 바이오에너지 기업인 ‘펄크럼’에 국내 사모펀드와 함께 약 600억원을 공동 투자했다. 향후 펄크럼의 혁신 공정과 상업화 능력을 활용해 국내 바이오에너지 시장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SK그룹은 국내에 친환경 사업 분야의 연구개발(R&D) 인력과 역량을 결집하는 대규모 연구시설인 ‘SK그린테크노캠퍼스’(가칭)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 시설에는 SK이노베이션 외에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온, SK E&S, SKC, SK머티리얼즈 등 총 7개사의 차세대 배터리·반도체 소재 탄소 저감 및 포집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등 친환경 기술개발 부문이 입주하게 된다.
최태원 회장의 뚝심…반도체 분야 과감한 신규 투자 지속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컨퍼런스 콜에서 용인 반도체 신규공장 부지매입, 미국 연구개발(R&D)센터 건립 등 인프라부문 투자에 집중할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019년 120조원을 투자해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을 확정했다. 지난해까지 토지 보상을 마무리하고 올해 초부터 산업단지 조성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주민 설득과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또 지난달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1차 인수를 마친 SK하이닉스는 세계 2위 업체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시장 점유율도 기존 양사의 점유율을 단순 합산한 것 이상으로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낸드 사업 성장을 위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 1단계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자회사 ‘솔리다임’을 출범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의 SSD 사업을 점진적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운영 체계를 강화하고 낸드 사업을 더욱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미래 성장 인프라와 관련해 “용인 클러스터는 장기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소부장 협력사들과 상생하는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미국 실리콘밸리에 연구개발(R&D)센터를 구축하고, 빅 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도모하는 핵심 거점으로 삼아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투자 효율과 생산성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구조 기반을 만들겠다”면서 “이를 위해 고객의 필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고객별 최적화된 솔루션을 장기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하반기부터 반도체 공급망 이슈가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메모리 제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SK하이닉스 매출은 지난해 인수한 인텔 낸드사업부 매출이 반영돼 5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시장환경에 대해 공급망 이슈가 하반기에 점진적으로 해소되며 메모리 제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는 “우선 D램 사업에서는 재고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면서 수익성에 집중하는 전략을 이어가기로 했다”며 “낸드 사업의 경우 규모의 성장을 지속해서 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연말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1단계 절차가 마무리되며 출범한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의 SSD 사업이 추가되며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약 2배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SK그룹은 지난 2006년 이후 16년 만에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재계 2위 자리에 올라섰다.
최근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의 지난 1일 기준 소속 계열사들의 공정자산(지난해 3분기 결산기준)을 합계해 대기업집단 순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공정자산 270조74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한 31조217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정자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은 SK하이닉스로 전년보다 17.7% 늘어난 75조40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인텔의 낸드 사업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 및 실적 성장에 따른 잉여금 증가가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42조9978억원, 영업이익 12조4103억원(영업이익률 29%), 순이익 9조 6162억원(순이익률 22%)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공급망 차질 등 불확실한 시장환경 속에서도 비대면 정보기술(IT) 수요가 늘었고,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제품 공급에 나서면서 창사 이래 최대 연간 매출을 달성했다. 4분기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분기 기준 12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2분기 연속 4조원대 기록을 이어갔다.
차세대 반도체 인재육성 발 벗고 나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서강대학교와 차세대 반도체 인재육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SK하이닉스는 서강대와 공동으로 반도체 전문인력을 양성할 예정이다. 서강대는 자공학과를 모체학과로 공대 내에 ‘시스템 반도체 공학과’를 신설한다. 공과대학 내에 정원 30명 규모로 올해 말 첫 신입생을 선발한다.
서강대 교수진은 SK하이닉스에서 필요로 하는 설계 및 반도체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커리큘럼으로 신설학과를 구성해 기업 맞춤형 반도체 전문인력을 중점적으로 양성하게 된다.
선발된 학생들은 SK하이닉스로부터 학비 전액을 지원받으며 졸업 후 SK하이닉스 취업이 연계된다. SK하이닉스는 학생 선발 및 교육지원 등 학사 운영 전반에 공동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은 “첨단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반도체 산업 전 영역에서 우수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서강대의 탁월한 교육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무대를 누빌 훌륭한 반도체 인재들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달에도 한양대와 차세대 반도체 인재육성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체결에 따라 한양대는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하고 SK하이닉스와 함께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기 위함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한양대는 공과대학 내에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하고 올해 말 정원 40명(수시 24명, 정시 16명) 규모로 첫 신입생을 선발한다. 학생들은 양 기관이 공동 개발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반도체 관련 전문지식과 실무적 소양을 갖춘 반도체 전문가로 양성된다.
선발된 학생들은 학교와 SK하이닉스에서 학비전액 및 매달 학업 보조금을 지원받고 졸업 후 SK하이닉스에 취업하게 된다. 또 SK하이닉스의 연구실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가 가능하며 미국 실리콘밸리 및 해외 학회, 연구소 방문 등의 견학기회 제공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산학 연계교육으로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해 온 한양대와 글로벌 일류 기술기업 SK하이닉스가 힘을 합치게 돼 기쁘다”며 “첨단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며 반도체 산업 전 영역에서 인력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만큼, 한양대에서 글로벌 무대를 누빌 최고의 반도체 인재들이 다수 배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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