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재직한 하이마트 납품업체 갑질로 공정위 과징금
"직원들이 다니기 자랑스러운 회사 만들겠다" 포부… 스스로 병폐 뿌리 뽑지 않으면 요원한 일
온라인뉴스 기자2020-12-14 10:27:10
[스마트에프엔=조성호 기자]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사장은 ‘관리’의 대명사로 불린다. ‘미스터 꼼꼼’이라는 칭찬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조직관리를 바탕으로 한 실적이 증명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진행된 임시주주총회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롯데지주 대표가 됐다. 신동빈 회장, 송용덕 부회장과 함께 롯데를 이끌어갈 3인중 한명이 되면서 다시 한번 샐러리맨의 신화를 썼다.
이러한 이 대표의 ‘관리’는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특히 2015년 롯데하이마트 대표로 취임한 이후 하이마트의 성장세는 실로 놀랍다. 이 대표의 취임과 함께 롯데하이마트는 외형성장은 물론 체질개선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 롯데가 야심차게 인수한 하이마트는 해를 거듭할수록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2014년에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1.9%나 감소하는 등 부진에 빠졌다. 롯데는 실적 부진을 해결해 줄 구원투수로 이 대표를 선택했다.
2015년 이 대표를 롯데하이마트 대표로 선임한 신동빈 회장의 안목은 적중했다. 그해 롯데하이마트의 영업이익은 16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3% 증가했다. 2017년에는 2075억원까지 영업이익이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유통업계가 큰 타격을 입은 올 상반기 롯데하이마트는 2조4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6년과 비교하면 11% 증가한 실적이다. 영업이익 또한 같은 기간 30% 늘었다. 특히 ‘온택트’ 시대 흐름에 맞춰 온라인 비중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 이에 이 대표의 ‘관리’가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러한 실적 관리를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망을 얻었다. 게다가 60년생인 이 대표는 동년배 타 CEO와 달리 자기관리에도 뛰어나다. 어떠한 옷을 입어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치수가 똑같다는 사실은 이 대표의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단정한 슈트핏에 언제나 깔끔하게 정돈된 헤어스타일, 탄탄한 몸매는 대면 서비스 비중이 높은 롯데가 추구하는 자기관리의 표본과도 같다.
하지만 완벽한 이 대표는 꼬리표가 하나 있다. 바로 ‘갑질’이다. 이 대표가 자기 관리와 실적 개선에는 치밀하고 꼼꼼한 모습을 보이는 데 반해 타인에겐 갑질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논란이 계속 따라다닌다. 특히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부터 이 대표가 롯데하이마트 대표 재직 시절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서 과징금 10억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여론은 롯데하이마트의 상식 밖의 갑질에 비난을 퍼부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이 대표 재직 시절인 지난 2015년 1월부터 2018년 6월 기간 중 31개 납품업자로부터 1만4540명의 종업원을 파견받아 약 5조5000억원 상당의 다른 납품업자 전자제품까지 판매하도록 했다.
또한 2015년 1월부터 2017년 6월 80개 납품업자로부터 기본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은 약 183억원의 판매장려금을 부당하게 수취해 자신의 판매관리비로 사용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함께 2015년과 2016년 당시 롯데로지스틱스와 계약한 물류대행수수료 단가가 인상되자 그 인상분을 117개 납품업체들에게 소급 적용하는 방식으로 약 1억9200만원의 물류대행수수료를 부당하게 수취하기도 했다.
치밀하고 꼼꼼한 관리 이면에는 이처럼 협력업체 짜내기, 부당이득 취득 등 각종 적폐 행위가 서슴지 않게 벌어진 셈이다. 이는 그동안 신동빈 회장이 강조해 온 협력업체와의 ‘상생’ 경영 철학과는 정 반대되는 행보여서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이번 선택에 대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하이마트 직전인 롯데월드 대표 재직시절에는 흰 머리를 염색하지 않은 직원에게 염색을 강요하고 폭언한 일과 승진 대상자 강제 금연, 직원들의 복장 점검을 이유로 단체 사진 촬영 후 인사과 제출 등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관리 아닌 관리도 이뤄졌다.
하지만 각종 논란에도 이 대표는 결국 롯데그룹의 3인자 자리로 올라섰다. 그룹 계열사의 평사원으로 시작해 이제는 그룹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으니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최근 각종 구설수로 바람 잘 날이 없는 롯데그룹이다. 롯데마트 ‘안내견 출입 거부’ 사태, 그룹 총수일가가 소유한 계양산 부지 내 ‘개농장’ 사건, 롯데칠성음료의 세금 탈루 혐의,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운송 담합 혐의 등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면서 롯데그룹 불매운동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상황이 어렵다. 벌써 신동빈 회장의 이번 혁신 인사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이 대표는 롯데지주 대표직 선임 후 “그룹의 포트폴리오와 미래전략을 개선하고, 주주들이 지속해서 투자하고 싶은 회사, 직원들에게는 다니기 자랑스러운 회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가 그동안 자기관리와 실적관리에만 치중해 사회적 약자를 돌보지 못했다면 이제는 깨끗하고 투명한 조직관리를 통해 그룹 이미지 쇄신은 물론 사회적 책임에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본인에게 자랑스러운 롯데가 아닌 협력업체와 직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롯데로 변해야 한다. 외모 관리보다 롯데의 병폐 개선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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