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 '기적은 없었다'…181명 중 179명 사망·2명 구조

정부 "특별재난지역 선포…7일간 국가애도기간 지정"
김성원 기자 2024-12-29 23:38:49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폭발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 이상의 기적은 없었다. 전국민이 한마음 되어 기다렸던 추가 생존자는 나오지 않았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 추락사고로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 객실승무원 4명, 조종사 2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중 한국인은 173명, 나머지 2명은 태국인으로 확인됐다.

승객 175명의 성별은 남성이 82명, 여성이 93명이었다. 생존자는 수색 초기 객실 후미에서 구조된 승무원 2명이 전부였다.

국토교통부와 소방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기준 사망자 중 88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이번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참사로 남게 됐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가장 인명 피해가 큰 항공기 사고는 1993년 아시아나 소속 항공기의 해남 추락 사고로 당시 66명이 숨졌다.

제주항공 여객기는 이날 오전 9시3분쯤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외벽과 충돌해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원인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랜딩기어 미작동 원인으로 대부분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를 지목했다. 다만 조류 충돌로 항공기 양쪽 엔진과 유압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은 점에서는 의문도 제기됐다.

무안국제공항은 광주‧전남지역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피해도 이들 지역에 집중됐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탑승객 181명 중 광주시민은 81명, 전남도민은 76명으로 파악됐다. 참사 희생자의 87%에 달한다.

사고 여객기에는 특히 연말 크리스마스를 맞아 부푼 마음으로 해외 나들이에 나섰던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이 다수 탑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구조 당국에 따르면 전남 영광군 군남면에 거주하는 A(80)씨 일가족 9명이 사고 여객기에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181명 탑승자 중 최연장자다.

이들은 A씨 팔순 잔치를 위해 함께 태국 방콕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다 사고를 당했다.

화순에서는 과거 함께 근무한 공무원 3명과 퇴직 공무원 5명이 동반 여행길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정부 당국은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최대한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하고 사고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렇지만 참사 원인 규명의 첫 단추로 꼽히는 '블랙박스 해독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등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의 비행자료기록장치(FDR)는 외형이 일부 손상된 채 수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항철위 관계자는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는 외형 그대로 수거됐는데 FDR은 일부 분리가 됐다"면서 "FDR 해독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한 달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두 장치가 온전할 경우엔 해독 작업이 일주일 안에도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전체적인 조사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만약 FDR 훼손 정도가 심하다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조사를 맡겨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블랙박스 해독 작업만 6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여객기 사고 참사와 관련해 다음 달 4일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무안공항 현장과 전남, 광주, 서울, 세종 등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해 희생자에 대한 조의와 애도를 표하기로 했다.

또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수습, 유가족 지원, 부상자 치료 등 필요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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