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발 고환율까지…위기의 석화업계, 정부 지원 끊길까 우려

정부 지원책 지연 가능성…"금융 지원과 규제 유예 필요"
김동하 기자 2024-12-12 10:45:14
업황 불황 장기화로 시름하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영향으로 닥쳐온 고환율 직격탄을 맞았다.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특성상 원가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다. 더불어 올해 안에 발표될 정부의 구조조정 지원 방안도 연기될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으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당초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기업들의 사업 재편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었다.

금호석유화학 여수고무제2공장 /사진=금호석유화학


업계에서는 다각적인 인센티브안이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책금융을 통한 저리대출과 생산 시설 매각이나 인수합병, 합작법인 설립 등을 진행할 경우 발생하는 세금에 혜택을 주는 방식 등이 언급됐다.

하지만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사실상 국정 공백인 상황이다. 지원책은 고사하고 뚜렷한 방향성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국정 공백 여파는 환율 급등에도 영향을 끼쳤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계엄 사태 이후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내려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환율 급등은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화학 업계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대표적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 가격과 연동된다. 원가는 오르지만 전방 산업 부진과 중국의 저가 공세로 제값을 받기는 더욱 어렵게 됐다.

국내 석유화학 '빅4'(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중 금호석유화학을 제외하면 지난 3분기까지 누적 기준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영업손실 총액이 5000억원을 넘는다. 중국, 중동의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 원료 가격 상승 및 환율 하락 등 악재가 이어져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나프타분해시설(NCC) 평균 가동률은 2021년 93%에서 지난해 74%로 떨어졌다.

이미 업계는 고강도 재무개선과 투자 축소, 비핵심 자산 매각 등 방어적 경영을 시작했고 당분간 이어갈 방침이다.

LG화학은 지난해 편광판과 편광판 생산에 필요한 소재 사업을 1조982억원에 매각했다. 아울러 올해 초 여수 스티렌모노머(SM)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검토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 청산을 결정했고, 해외 법인 지분 매각을 통해 총 1조4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간 사업을 인수합병할 경우 공정위 규제에 저촉될 수 있다"며 "정부의 지원책을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사업 개편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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