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 '고부가 첨단소재'로 난관 돌파한다
2024-08-28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올해 하반기 실적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보텀아웃)이라는 기존 전망이 점차 힘을 잃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석화 업체들은 설비투자를 축소하고 사업 운영을 효율화 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6개 화학 업체(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효성티앤씨·HS효성첨단소재)의 3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증권사 추청치 합산액은 7597억원으로 집계됐다. 6개월 전 추정치인 1조6555억원에서 절반 이상 감소한 수치다. 실제 업황이 증권사들 전망보다 더욱 나빴기 때문에 영업이익 추정치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기초화학 비중이 높은 LG화학과 롯데케미칼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크게 하향됐다.
3분기 1조87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던 LG화학을 현재 6015억원까지 눈높이를 내렸다. 롯데케미칼 역시 1221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지만 현재는 817억원 적자로 기대감이 낮아졌다.
'스페셜티'를 내세운 업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타이어코드와 탄소섬유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HS효성첨단소재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757억원에서 676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주력인 타이어코드 시황 악화에 중국 저가 제품 공급 확대로 탄소섬유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 탓이다. 전주공장 탄소섬유 증설 가동 시점도 기존 3분기에서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솔루션도 케미칼 부문 적자에 더해 태양광 사업을 하는 신재생에너지 부문 적자도 겹차 3개 분기 연속 적자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석유화학 '빅4' 중 금호석유화학 정도가 주력인 합성고무 시황 회복에 힘입어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이는 화학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데 더해 중국의 기초화학 자급률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업계에서는 석화 제품의 업황 지표인 NCC스프레드(원료와 제품 가격 차이)가 여전히 손익분기점(BEP)를 밑돌고 있다고 보고있다. 올해 상반기 빅4 화학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은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통하는 70~80%에 머물렀다.
또한 지난달 중국이 내놓은 경기부양책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내부에서는 수요가 살아난다 해도 이미 중국의 기초화학 부문 자급률이 크게 올라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에틸렌 등 기초유분의 자급률은 이미 100%에 근접했고 합성수지 자급률도 80% 중후반대까지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은 중국의 생산 내재화에 이어 중동을 중심으로 원유에서 화학제품을 바로 생산하는 정유·석화통합공장(COTC) 전략이 부상하면서 업황 부진에도 증설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공급을 조절하지 않으면 전통적인 순수 석유화학 업체들이 도태될 위험은 더욱 커진다"고 설명했다.
단기간에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는 투자 축소와 사업구조 재편 등으로 수익성 제고에 힘쓰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설비투자(CAPEX)를 당초 4조원 규모로 잡았지만 경영 불확실성을 고려해 지난해와 비슷한 3조원 수준으로 수정했다. 당분간 투자 확대보다 기존 자산 효율화와 가격혁신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고객과의 물량 계약을 전제로 증설 규모를 확정하는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LG화학은 연초 석유화학 원료 스티렌모노머(SM)를 생산하는 대산·여수 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NCC2 공장 지분 매각설도 돌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석유화학 업황 및 실적 부진에 대응해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 3조원에서 내년 1조7000억원으로 줄일 계획이다. 또 비효율 자산 매각과 전략적 사업 철수 등을 통해 기초화학 산업 비중을 줄이는 자산 경량화(에셋라이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기초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법인을 대폭 정리했고 말레이시아 생산기지 롯데케미칼타이탄(LC) 등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 연구원은 "적자가 길어지는 위기감 속에 구조조정 노력도 빨라지고 있다"며 "사업 매각과 파트너십 강화 등 경쟁 구도 재편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만큼 내년부터는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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