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임원급여 반납' 석유화학 업계, 불황 지속에 우울한 겨울맞이

임원 급여 자진 반납·희망퇴직·자산매각
김동하 기자 2024-11-14 10:10:17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불황 장기화에 따라 희망퇴직·임원 급여 반납 등의 비상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수요 감소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해 국내 석화업계의 실적 하락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등 롯데 화학군 계열사 임원들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달부터 급여의 10~30%를 자진 반납한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임원들의 주말근무에 이어 급여 반납까지 위기대응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신동빈 롯데 회장도 국내 석화업계의 위기에 공감해 급여 자진 반납에 동참한다. 업계에서는 지난 7일 롯데케미칼이 올해 3분기 영업손실 4136억원을 기록하면서 경영진들의 급여 자진 반납을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컨센선스를 하회하면서 이른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LG화학은 지난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3분기에는 38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한화솔루션의 화학 사업인 케미칼 부문도 31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석유화학 빅4 중 금호석유화학만 올해 3분기 매출 1조8279억원, 영업이익 650억원으로 흑자를 봤지만 영업이익은 22.7% 감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컨센선스를 하회한 석유화학 업계의 실적과 지속되는 중국발 공급과잉, 미국 보호무역기조 강화 전망 등이 우세하면서 각 기업들은 긴축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며 "당분간 투자 재검토, 비핵심 자산매각, 조직 경량화 등 체급이 아닌 생존에 필요한 대책을 강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 4월 근속 5년 이상 첨단소재사업본부 생산기술직 직원 대상 특별 희망 퇴직 신청을 받았다. 근속 5~10년 기준 기본급 30개월, 10년 이상은 60개월치를 위로금으로 책정했다. 임원 연봉은 올해도 동결했고 임원들에게 연간 수백만원 수준으로 지급되던 '체력단련비'도 폐지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지난 1월 10년 이상 재직 임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들에게 퇴직 위로금 및 학자금을 지원했다.

LG화학 여수 탄소나노튜브(CNT)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사업장을 줄이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편광판 및 소재 사업을 1조982억원에 매각했고 여수 NCC 2공장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4분기도 불투명하다고 보고 올해 당초 4조원의 CAPEX(시설투자)를 계획했으나 2조원대 중반으로 축소하고자 한다"며 "내년 역시 시장 상황을 고려해 보수적인 투자 규모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법인 매각을 재추진하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 청산을 결정했고 해외법인 지분 매각을 통해 총 1조4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자산 경량화 전략으로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 기초화학 사업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30%이하로 줄이는 동시에 '스페셜티' 제품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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