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의 공습?…현대차, 가성비·고품질로 '수성'
2024-09-27
미국·유렵연합(EU) 등의 관세 폭탄으로 인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수출길이 막히면서 창구 다변화를 노리는 모습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가성비·고급화 전략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지리자동차는 자사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모델을 2026년 1분기 한국 시장에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리는 내년 말까지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 전시장을 열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했다.
지리그룹은 볼보와 폴스타 등 산하에 많은 자동차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리는 르노코리아의 2대 주주다. 2022년 르노코리아의 지분 약 34.02%를 인수하면서 2대 주주로 등극했다. 르노코리아의 부산공장에서 폴스타4를 생산하게 된 계기도 지리그룹의 영향이다.
지리는 한국 시장에 경험이 있는 만큼 '고급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팽배한 중국산에 대한 비우호적 인식 때문에 낮은 가격의 '가성비' 전략은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지리는 프리미엄 모델 '지커001'로 한국 시장에 첫 발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BYD(비야디)도 지난 13일 한국 시장 출시를 위한 검토를 마치고 승용차 브랜드의 내년 초 국내에 공식 출범한다고 밝혔다. BYD는 전기차를 비롯해 배터리, 태양광 패널, 경전철 등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이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량 302만대를 달성했고 올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18.94% 증가한 693억달러(97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테슬라를 넘어 글로벌 1위 전기차 업체에 올랐다.
BYD코리아는 국내 진출 초기에 아토3·실 등의 보급형 라인업을 출시한 뒤 판매 실적에 따라 프리미엄 '왕조' 시리즈와 고급차 서브 브랜드 '덴자' 등으로 시장 공략을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새로운 브랜드들의 진출로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기술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중국 브랜드의 약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중국 기업이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가장 큰 이유로는 높아진 미국과 EU의 무역 장벽이 꼽힌다. 최근 미국과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각각 100%, 최고 45.3%까지 올려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관세도 25%로 올리기로 했다.
물론 한국 시장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감면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미국, EU에 비해선 약한 처방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까다로우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관문으로의 역할도 할 수 있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노리는 이유로 충분하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차량이나 배터리에 세제 감면 혜택을 적용해 중국의 수출 가격이 저렴해진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한다면 국산 전기차 경쟁력 약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의 지원을 완전히 커버할 만큼의 허들이 되지는 못하지만 첨단산업의 우위를 지키기 위해선 세제 혜택 등의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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