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귀환…정유업계, 4분기 실적 반등할까

정유4사, 3분기 동반 적자…"4분기 회복세 기대"
김동하 기자 2024-11-13 10:50:52
우울한 3분기 성적표에 따라 실적 반등이 절실한 국내 정유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 정유업계에 미칠 영향이 복합적이라 향후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3분기 일제히 적자를 냈다. 에쓰오일은 4149억원, SK이노베이션은 4233억원, HD현대오일뱅크는 2681억원, GS칼텍스는 3529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및 중국 수요 부진 등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3분기 국제유가는 배럴당 평균 78.3달러로 8.4달러 낮아졌다. 정제마진도 통상 4~5달러인 손익분기점(BEP)을 하회하면서 악영향을 미쳤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3분기 3.6달러다.

미국 텍사스주의 한 원유 시설[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4분기부터는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첫째 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 보다 높은 6달러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역마진 방어와 고도화 공정 중심 가동을 위해 원유정제시설(CDU)을 최소 가동률로 유지하며 보수적인 가동 계획을 유지하되, 마진 개선 시 외부 고유황 연료유(FO)를 투입하는 전략을 시행 중"이라며 "4분기에도 마진 약세 가능성을 고려해 보수적인 CDU 감량 운영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지난 4일 콘퍼런스 콜에서 "점진적인 개선이 기대되는 수요·공급 환경 속에서 아시아 정제마진 또한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겨울 휴가와 계절성 요인으로 항공유와 난방유 등의 수요 확대도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유업계는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영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유세 기간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석유를 시추하라)"라며 화석연료 규제 완화를 통해 석유 가격을 낮추고 미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미국이 생산량을 늘리면 공급 확대로 국제 유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업계는 재고평가손실과 부정적 레깅효과 등으로 타격을 입게된다. 원유를 구매후 정매해 판매하려면 한 달쯤 시차가 발생하는데 비싸게 산 원유를 정제한 석유제품을 낮은 가격에 판매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트림프 행정부의 친환경 기조 완화로 석유 주요 소비국인 미국에서의 수요가 증가하면 업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를 기대도 나온다. 중동산 원유 대비 미국산 원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면 국내 정유업계가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려 원가를 낮출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석유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전기차 전환·탄소중립 등 장기적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원유가 중동 원유보다 가격이 낮아지면 정부가 요구하지 않아도 미국 원유 수입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rlaehdgk@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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