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도시락'에 진심인 이유
2024-08-09
사람들은 이제 편의점에서 두바이 초콜릿을 사 먹지 않는다.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선 프로그램, 바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때문이다. 음식을 다루는 주제인 만큼 시리즈가 끝나자마자 콜라보 돌풍이 불었고 편의점 업계는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이제는 유행몰이 중심은 편의점이라고 해고 과언이 아닐 만큼 인지도와 역할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유통 채널이 편의점이 된 것이다. 탕후루가 유행했을 당시 편의점에서도 탕후루를 판매하기 시작 했으며, 지구젤리나 두바이 초콜릿 역시 SNS에서 화재선상에 오르자 편의점에서 가장 먼저 판매를 시작했다.
가장 최근까지 유행했던 제품은 두바이 초콜릿이다. 유행한지 몇 달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언제 유행했냐는 듯 편의점이 널리고 널린 흔한 제품으로 전락했다.
희소성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이제 흑백요리사 이름을 걸고 나온 제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몇 달이 지나면 흑백요리사 제품도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시락처럼 흔한 제품이 돼 버릴 것이다.
유행 따라 단독 상품 출시...편의점 전쟁
단독출시 상품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마케팅 수법은 언젠가부터 편의점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번졌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트렌드를 선점하는 것은 물론 구하기 쉬운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이제는 사전예약까지 진행한다. 사전 예약에 성공한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성취감과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심리적 만족감 까지 느끼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행몰이가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감을 자아낸다. 여의도에서 CU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 A씨는 “최근 흑백요리사 때문에 밤 티라미수를 구하러 오는 손님들 때문에 난리도 아니다”며, “하루에 딱 두 개만 들어오는데 찾으러 사람은 많으니 솔직히 응대하기가 좀 피곤하다 발주 물량도 2만개가 밀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광명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B씨는 “한 동안 손님들이 두바이 초콜릿 찾아서 종류별로 발주해놨더니 요즘은 흑백요리사 제품을 찾는다”라며 “두바이 초콜릿을 매대에서 빼고 유행하는 제품을 들여오고 싶으나 발주 물량에 한계가 있고 두바이 초콜릿은 이제 별로 팔리지도 않으니 고민이다”라고 토로했다.
유행만 따라갈 뿐..."사실 상품성은 별로"
유행에 따라가기에만 급급해 맛의 퀄리티도 낮다는 혹평도 오간다. 두바이 초콜릿의 경우 편의점 4사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가 전부 출시했지만 가격에 비해 맛이 없다는 평가가 대부분 이었다. 최근 CU가 출시한 밤티라미수 역시 기대 했던 것 보다 별로라는 저평가가 많아 리뉴얼해 재출시 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전에 비해 편의점의 의미가 퇴색됐다고 말한다. 이슈몰이에만 급급하다보니 고객의 편의를 위해 24시간 문을 여는 잡화점이라는 뜻에서 많이 벗어났다는 의미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편의점들이 너무 이슈몰이에만 집중해 본래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편의점은 쇼핑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는 쇼핑공간은 아니기 때문에 계속 방문할 수 있도록 이슈화하는 제품들을 들여와 손님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원하는 물건을 좋은 가격과 품질로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을 방문하는 사람들보다는 그저 재미가 되고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편의점 업계, 그럼에도 유행 쫓는다...이유는?
편의점 업계에서는 “트렌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입장을 취했다. 트렌드성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그 제품으로 인해 고객이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연쇄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제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를 가져와 충성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CU의 PB제품이 마음에 들었던 소비자가 그 제품을 떠올리면서 다른 괜찮은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재방문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MZ와 Z세대들은 재미와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층이다. 이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면 자연스럽게 버즈마케팅 효력이 발생한다. 앞서 버즈마케팅이란 소비자들이 상품에 대해 말하고 다니며 저절로 입소문이 타 마케팅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기법을 말한다.
흑백요리사 편의점 상품을 예로 들면, GS25 '이모카세' 메뉴나 CU의 '밤티라미수 컵' 등이 있다. 편의점의 '유행 상품'에 대한 비판 의견이 분명히 있지만, 세븐일레븐이나 이마트24처럼 트렌드를 못 쫓아가는 것도 경쟁에서 뒤쳐지는 모양새다.
점주들 역시 경쟁사에서 트렌드 제품을 출시하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해 달라는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트렌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그 제품만을 찾으러 온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운영하는 매장에 손님이 찾아오는 것이 중요하고 또 그 제품으로 인해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연쇄효과도 낳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어떤 점주들은 타 편의점에서는 이런 제품을 출시하는데 우리는 왜 출시 하지 않느냐 라고 항의 하는 점주가 있을 만큼 히트제품은 오히려 선순환 효과를 낳는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물량을 조금씩만 풀어서 소비자들을 안달나게 하는 이름 바 ‘헝거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많이 팔아야 많이 남는데 일부러 물량을 묶어두고 조금씩 파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만드는데 한계가 있고 한 편의점에 두개씩 발주를 해도 1만8000개가 넘는다. 부지런히 생산해도 그 만큼 인기가 많으니 금방 품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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