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공개매수 놓고 또 격돌…“배임” vs “적대적 인수 방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 심문
재판부 “오는 21일 결정 낼 수 있도록 노력”
신종모 기자 2024-10-18 16:16:15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과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금기 가처분 첫 심문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 심리로 열린 가처분 신청 심문에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시도를 각각 ‘배임’과 ‘적대적 인수 방어’로 규정하며 충돌했다.

이번 가처분은 고려아연이 지난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3조6000억여원 규모의 자사주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영풍은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신청한 것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고려아연·영풍


영풍 측 대리인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모든 주주가 희생을 감수하면서 적립한 이익금을 여기에 사용하려는데 이는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대리인은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10년간 30만원∼55만원을 유지해 왔는데 최 회장은 89만원에 매수하려 한다”면서 “이는 주식의 실질 가치를 고려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매수 종료 시점에 1조3600억원이 넘는 손해와 3조원이 넘는 부채를 감당한다”며 “이번 공개매수는 주주평등 원칙에도 반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풍은 최 회장과 지분경쟁을 벌이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공개매수에 응할 리가 없다”면서 “결국 최대 주주인 영풍에 불이익을 가하고 2대 주주인 최 회장의 이익만을 도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 측 대리인은 “자사주 공개매수는 외부 세력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해 기업 가치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됐다”며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잡으면 회사의 중장기적 성장보다는 배당 확대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이어 “자사주 공개매수가인 89만원이 주식의 실질 가치보다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영풍도 공개매수가를 83만원까지 올렸는데 실질 가치에 부합하고 89만원은 그렇지 않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또 “영풍을 비롯한 모든 주주에게 공개매수에 응할 균등한 기회를 부여한 만큼 주주평등 원칙도 준수했다”며 “개별 주주가 개인적 사정으로 공개매수에 응모할 수 없다고 주주평등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풍·MBK가 제기한 재탕 2차 가처분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며 법적 리스크가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면서 “고려아연은 2차 가처분을 이길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규정된 절차에 따라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기록을 검토해 오는 21일에는 결정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영풍·MBK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하겠다며 공개매수 기간인 지난달 13일∼이달 4일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게 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지난 2일 법원은 이를 기각한 바 있다. 

이에 고려아연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애초 주당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제시했다가 지난 11일 89만원으로 높였다. 이는 영풍·MBK의 공개매수가인 83만원보다 7.2% 높은 금액이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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