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남부경찰서, 수천 명 진료기록부 '원본' 압수 수사...강압수사 제보 빗발

병원 측 "경찰에 원본 제출해 진료기록부 없다"…조사 대상자 방어권 문제
형사소송법 '압수의 목적물이 정보저장 매체인 경우 사본 압수가 원칙' 규정
서수원 기자 2024-09-03 16:45:25
부산남부경찰서 전경.  

[스마트에프엔=서수원 기자] 부산남부경찰서가 최근 보험사기 혐의를 앞세워 한 병원의 환자 수천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강압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경찰이 병원 진료기록부 원본을 압수해 또다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3일 스마트에프엔 취재를 종합하면 남부서는 지난 6월 서면 T의원이 2023년 인수한 바 있는 Y의원의 환자진료기록부 2000여 부를 압수했다.

문제는 경찰이 진료기록부 원본을 압수함으로 인해 보험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는 대상자들이 방어권 보장을 전혀 받지 못하는 데 있다.

지난 2022년 Y의원에서 악성 무좀 치료를 받고 실손보험금을 탄 A씨는 지난 7월 부산 남부경찰서 수사관으로부터 "당신은 보험사기 피의자"라며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A씨는 경찰조사에 응하기 위해 Y의원을 인수해 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T의원에 전화해 진료기록부를 요청했다. 그러나 T의원은 “경찰이 진료기록부를 모두 가져가 현재 병원엔 진료기록부가 없다”고 밝혔다.

A씨는 “무엇이 잘못인지 내 병원 기록과 보험사 기록을 대조해 보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결국 A씨는 언제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도 없이 오직 기억에 의존해 경찰 조사에 응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진료기록부 등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경우 원본을 압수할 때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압수’를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106조 3항에서는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 디스크, 그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일 때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해당 규정과 관련해 통상적으로 전자정보를 압수할 때는 해당 하드디스크를 직접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전자정보를 출력해서 문서를 뽑는 것이 원칙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만약 하드디스크 자체를 압수하게 된다면 이번 사건에서처럼 환자가 병원에 자신의 진료기록부를 요청했을 때, 병원이 응대할 수 없는 등 병원의 업무가 마비되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에 출력된 문건만 가져가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하드디스크 중 특정 파일만 가져가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때는 원본임을 입증하는 과정을 거쳐 하드디스크 전체를 복제하는 '이미징' 방식을 사용한다. 이 경우 복제된 파일은 ISO파일로 존재하게 된다. 하드 카피나 이미징이 어렵다면 최후의 방법으로 실시하는 것이 저장매체 자체의 압수이다.

이에 대해 남부서는 “진료기록부 원본을 압수한 게 맞으며,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밝혔다.

또 조사 대상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언제,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는 알고 조사를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조사할 때 피의자들에게 진료기록부를 보여주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러나 B씨는 수사관에게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진료기록부를 볼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수사관은 “보여줄 수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B씨가 병원에 가서 진료기록부를 보고 자신도 사실을 확인하겠다고 하자 수사관은 “원본을 우리가 다 들고 있기 때문에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끝내 진료기록부를 볼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남부서는 조사 대상자들과 입장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 “이렇게 자꾸 언론을 통해 알리지 말고 남부서를 직접 방문하면 친절하게 오해를 풀어드리겠다”고 답했다.

서수원 기자 inutil@naver.com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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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태
    김성태 2024-09-05 08:13:30
    부산 남부경찰서 간부가 조직폭력배에게 뇌물받고 구속되었다는 뉴스가 올라온 상황인데,
    방문하면 친절히 안내해드리겠다?
    신뢰가 전혀 안가고,
    경찰 간부가 조폭과 결탁해 구속 사실이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부산남부경찰서 전체를 조사 하지 않으니,
    이렇게 죄없는 시민을 범죄자로 계속 몰아가고 있는것이 아닌가?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