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로 신뢰성 인정 받은 11번가...반등 가능성은?

홍선혜 기자 2024-09-02 11:21:45
티메프 사태를 기회삼아 노를 젓는 이커머스 기업이 있다. 바로 11번가다. 그 동안 쿠팡 등으로 인해 뒤쳐졌던 1세대 이커머스 11번가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IPO(기업공개) 불발 적자폭 확대 등 여러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최근 티메프 사태의 수혜 기업으로 떠오르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 동안 수익성 악화로 인해 IPO가 불발됐던 11번가는 지난해 큐텐에 매각될 뻔 했지만 경영권 양수도 거래가 어그러지면서 실패했다.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는 현재 업계에서는 11번가가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말한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에도 11번가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증가세를 보였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7월 11번가 MAU는 733만 명으로 전달(712만 명) 대비 20만 명(+2.9%) 이상 상승했다. 티메프의 결제 기능이 정지된 지난달 24일 이후 일간 활성 이용자수(DAU)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11번가다.

지난 달 지난 29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진행된 정산지연 피해 중소판매자들을 위한 '판매지원 간담회'에서 11번가 박현수 CBO(최고사업책임)가 새로운 판매지원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11번가 

정산지연 사태가 발생한 지난 7월 11번가에 입점한 신규 판매자 수도 전달 대비 16%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매출이 1000만원에 도달할 때까지 ‘제로(0%) 수수료’ 혜택을 제공하는 11번가의 판매자 성장 지원 프로그램 ‘오리지널 셀러’의 경우 지난 7월 프로그램 참여 신청 판매자 수가 올해 1분기(1~3월) 평균 대비 75%가량 급증했다.

적자폭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SK스퀘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11번가 2분기 영업이익은 -183억원이지만 적자폭은 전년동기대비 31. 4% 줄어들었다. 상반기 영업손실은 37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억 원이 개선되며 35% 줄었다.

1세대 이커머스...11번가, 정산지연 사태로 신뢰성 돋보여

티메프 사태 이후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탄탄한 구조를 갖춘 전통 기업이나 1등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중 1세대 이커머스 기업에 속하는 11번가는 이번 정산지연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소비자 지원과 셀러 보호 조치에 나서면서 안정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티메프 정산지연 사태를 기회삼아 갈 곳 없는 샐러들과 이커머스에 대해 신뢰도가 떨어진 고객들을 집중 공략하며 반등의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실제로 11번가는 정산지연 사태가 한창이던 7월말부터 위메프에서 판매된 자사 발행 모바일 교환권인 ‘기프티콘’을 미정산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모두 정상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운영자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셀러들의 원활한 자금회전을 위한 새로운 정산 시스템도 내놨다. 

지난달 '월간십일절' 행사 기간에는 배송 완료 다음날 셀러에게 정산금의 70%를 선지급하는 '11번가 안심정산' 서비스를 도입했다. 나머지 30%의 정산금은 고객이 구매를 확정한 다음날에 지급했다.

이달에는 정산지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중소판매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판매지원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9월초 추석 특별 기획전을 실시, 참여하는 셀러에게 100만원 상당의 광고포인트를 즉시 지급하고 서음 입점하는 샐러들은 11번가가 제공하고 있는 신규 셀러 지원 혜택인 60만 광고포인트를, 기존 샐러인 경우 50만 광고포인트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아울러 고객들의 주목도가 높은 곳에 제품을 노출할 수 있도록 해 매출 증대를 도울 예정이다.

11번가 안정은 사장이 2024년 새해 첫 전사 구성원 대상 타운홀미팅에서 새해 경영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11번가

IPO는 여전히 불투명

11번가는 올해 ▲수익성 높은 버티컬 서비스 확대 ▲마케팅 운영 효율화 ▲리테일 사업의 고수익 상품 중심 재고관리 및 물류 운영 효율화 등으로 손익 개선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력 효율화를 위해 희망퇴직과 내부 인력 전환 배치를 두 번에 걸쳐 진행한 11번가는 서울스퀘어에 있던 사옥을 이달부터 경기도 광명 유플래닛 타워로 이전하면서 수익성을 개선을 위해 임대료까지 줄여가며 비용 절감에 힘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번가의 IPO(기업공개)추진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실적 악화로 인해 지난해에도 미뤄졌던 IPO가 그 해 11월 11번가의 모기업인 SK스퀘어가 FII(재무적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콜옵션' 행사를 포기함에 따라 FI가 직접 매각 작업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상황에 직면했다. 또 최근에는 오아시스의 11번가 인수가 국민연금공단의 반대로 무산됐다.

기업 가치도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 2018년 투자 유치 당시 2조7000억 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11번가는 현재 5000억 원 내외로 급락했다. 

11번가 관계자는 “고객과 판매자를 연결하는 오픈마켓 플랫폼은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정산지연 사태를 통해 더욱 확실해졌다”며 “11번가는 앞으로도 건전성·수익성 중심의 내실 있는 질적성장에 주력하고, 진정성 있는 지원 정책과 서비스로 고객과 셀러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이커머스 최고의 신뢰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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