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5% 유지…역대 최장 13연속 동결

올해 성장률 전망 2.5→2.4% 하향 조정
김성원 기자 2024-08-22 10:41:36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불안한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오전 올해 하반기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갖고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3차례 연속 동결로,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10월11일까지 1년 9개월간 3.50%의 금리를 이어가게 됐다. 이는 한은 설립 이래 횟수나 기간 모두에서 역대 최장 동결 기록이다.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6월보다 0.76% 올랐다. 2019년 12월(0.86%)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7월 이후 은행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려왔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도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4일 기준 719조9178억원으로, 이달 들어 보름도 지나지 않아 4조1795억원 증가했다.

집값이 오르면서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내리면 세계 최고 수준인 가계부채 비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6월 2.4%에서 7월 2.6%로 반등한 데다 향후 중동사태 등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가능성, 폭염 속 작황 부진 등의 불안 요소가 여전하다.

하지만 미국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우리 나라도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거의 100%로 본다"며 "미국이 낮추면, 한은은 올해 10월 또는 11월 한 차례 0.25%p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도 "미국 연준의 9월 인하는 확실한 것 같고, 하반기 경제 성장률에 따라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며 "한은은 미국의 9월 인하를 확인한 뒤 10월에나 낮출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2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 속보치)이 -0.2%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 들어서도 민간 소비 등 내수 지표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례적으로 높았던 1분기 성장률(1.3%)을 고려, 지난 5월에 연간 전망치를 2.1%에서 2.5%로 대폭 상향 조정한 지 석 달 만에 우리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다소 낮춘 셈이다.

이번 한은 전망치 2.4%는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2.6%)는 물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2.5%)보다도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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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5월과 같이 2.1%로 제시했다.

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2.6%에서 2.5%로 0.1%p 하향 조정했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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