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뜻미지근한 올림픽 특수…파리 현지 마케팅만 '재미'

홍선혜 기자 2024-08-05 11:21:48
파리 올림픽이 개막한지 약 10일이 흘렀지만 '올림픽 특수'라는 단어가 민망할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올림픽 특수를 노리기 위해 유통업계는 현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저조한 시청률 등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모양새다. 특히 올림픽 시즌을 맞아 매출 상승효과를 노렸던 자영업자들은 연일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르 골프 나쇼날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골프 남자 최종라운드에서 한국의 김주형이 18번 홀을 마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람들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옛날보다 확실히 줄어든 것 같아요. 오히려 축구나 야구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경기도 광명에 맥주 집을 운영하는 A씨는 올림픽시즌에도 스크린에 프로야구를 틀어놓는다. 손님들이 올림픽보다 야구에 열광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올해 프로야구는 역대 최소 경기로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역대 최초로 관중 1000만명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올림픽 시청률은 어떨까.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상파 3사가 중계한 파리올림픽 개막식 시청률은 0~1%대로 매우 저조하다. 2020 도쿄 올림픽과 비교하면 매우 떨어진 수치다. 구체적으로 KBS1 1.4%, MBC 1.0%, SBS 0.6%이며 모두 더해도 3.0%다.

코로나로 인해 2021년에 열렸던 2020년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는 KBS1 8.4%, SBS 4.8%, MBC 4.0% 으로 모두 합산하면 시청률은 17.2%였다. 

일각에서는 한국선수들이 인기 종목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인기 종목 중 하나인 축구는 48년 만에 올림픽 본선행이 무산으로 돌아갔다. 여자 배구역시 7연패로 올림픽 예선에서 막을 내렸다. 

서울 서초구에서 치킨 집을 운영하는 B씨는 “장사만 10년 넘게 했는데 이번 올림픽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확실히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졌다”며 “특수건 뭐건 매출이 늘어나거나 이런 거 하나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치킨집 손님 C씨는 “아무래도 구기 종목이 빠지다 보니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지 않는 것 같다”라며 “인기 종목이 출전했더라면 이정도의 반응은 아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김우진이 시상대에서 손가락으로 3관왕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나치게 인기 종목만 부각시키는 방송사들을 꼬집는다. 예를 들어 양궁이나 사격 등 매달을 딴 종목은 동시다발적으로 재방송을 진행하는 한편 비주류 비인기 종목은 차별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올드미디어 적인 사상은 오히려 시청자로 하여금 피로감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상파 3사는 세계 랭킹 1위로 금 매달 후보였던 안세영 선수의 배드민턴 여자 단식 조별 예선 첫 경기 중계를 시연시켰다. 여자 양궁 단체 준결승전을 생중계를 위해서다.

세계 랭킹 2위 펜싱 여자 에페 단체팀 8강전 역시 생중계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신유빈, 임종훈 선수의 탁구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만 몰두할 뿐이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림픽 방송자체가 양궁 사격 등 각광받는 종목만 부각시키고 자전거나 배드민턴 등 다른 비인기 종목 중계는 차별하는 것이 문제”라며 “우선 편성자체가 너무 지루하고 재방송을 할 때에도 방송 3사가 모두 매달을 딴 장면만 계속해서 비춰주니 시청자들도 굳이 볼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우진이 양궁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면서 파리 올림픽 양궁 경기의 모든 금을 한국이 가져온 지난 4일에는 수도권 기준 시청률이 20%를 넘어서며 분위기를 환기 시켰다. 

한국선수단이 첫 금 매달을 따냈을 때 가장 큰 특수를 봤던 업계는 편의점이다. 대표적으로 CU는 금맥이 터진 지난 달 28일부터 30일 까지 치킨 매출 증가율이 전주 같은 기간 대비 210.7% 까지 치솟았으며 주류 매출은 28.0% 증가했다. GS25와 세븐일레븐도 주류·야식류 매출도 동기간 보다 20~30%대 성장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축구 등 인기 종목을 볼 수 없어 직전 올림픽 대비 범국민적 관심이 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양궁, 사격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고 짜릿한 경기가 이어지는 만큼 음료, 주류 등에서 눈에 띄는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국내 유통업계는 올림픽특수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한류로 인해 유럽에서도 K푸드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파리 올림픽 코리아하우스'에 야시장처럼 구성한 '비비고 시장'을 열었다. 

비비고 시장에서는 비비고 김치와 떡볶이, 김치만두, 치킨만두, 소불고기만두, 불고기주먹밥, 핫도그와 각각 곁들인 콤보 메뉴 5종을 판매했다. 이와 더불어 파리 올림픽 코리아하우스 개관식 만찬에서는 CJ제일제당의 한식 셰프 육성 프로젝트 ‘퀴진케이’ 영셰프들이 직접 개발한 18가지 한식 메뉴를 선보이기도 했다.

오비맥주 카스는 코리아하우스의 야외정원에서 한국식 포장마차를 테마로 ‘카스 포차’를 운영중이다. / 사진=오비맥주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 현지 법인 설립과 함께 프랑스 사업을 본격화했다. 올해 1분기 유럽 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동기 대비 45% 성장했고 호주에서는 70% 성장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회사 측은 향후 유럽 식품 사업에 힘을 쏟을 예정이며 올해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농심은 프랑스 파리 현지 까르푸 매장에서 신라면을 테마로 한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유럽 시장 공략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마련했다. 

농심은 시식행사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약간 맵지만 아주 맛있다”, “전체적으로 면의 품질이 좋고 냄새나 맛 모두 조화롭다. 진짜 맛있다”고 평가하면서 팝업스토어가 성황리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비맥주 카스는 코리아하우스의 야외정원에서 한국식 포장마차를 테마로 ‘카스 포차’를 운영중이다. 오비맥주는 ‘카스 포차’를 국내 MZ 세대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힙지로(힙한 을지로)’나 종로 골목거리 등의 포장마차를 그대로 옮긴 듯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방문객들은 접이식 간이 테이블과 플라스틱 의자가 설치된 공간에 앉아 한국식 포장마차 특유의 감성을 즐길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오비맥주의 대표 브랜드 카스 프래시를 판매하고 있으며 CJ제일제당의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와 협업한 콤보 메뉴도 선보인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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