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유죄 받아도 카뱅 대주주 자격 문제 없어…인터넷은행법은 '누더기' 상태"

카카오뱅크, 김범수 아닌 카카오 법인의 유죄 선고 시에만 대주주 자격에 문제
반면, 카카오 계열사인 손해보험·증권은 김범수 유죄 선고시 대주주 자격 문제
"제4인터넷은행 선정절차 전에 대주주에 대한 과도한 특혜 조항 바로잡아야"
권오철 기자 2024-07-30 18:21:15
인터넷전문은행법의 대주주 자격심사 규정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된다. 다른 금융업권 관련법과는 달리 유독 인터넷전문은행법은 법인에 대한 대주주 자격심사만 할 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총수에 대한 심사는 하지 않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범수 카카오 총수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등 혐의로 구속된 상황이지만, 그가 유죄를 받더라도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더욱이 정부가 제4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대주주에 대한 과도한 특혜 조항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30일 '카카오 김범수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심사 관련 문제점에 대한 논평'을 통해 이와 관련한 목소리를 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래는 경제개혁연대 논평 전문. 

1.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등 혐의로 구속되자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있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인 카카오가 이 사건으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지 않는다면, 김범수가 법원에서 최종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 이는 규제공백 탓이다. 

2. 현재 김범수는 카카오의 최대주주로서 지분 13.27%를 소유하고 있으며(가족회사 케이큐브홀딩스와 합하여 지분 23.66% 소유),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서 지분 27.16%를 소유하고 있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가 이 법에 따라 대주주(은행법에서는 한도초과보유주주라 함)가 되는 경우 은행법 상 동일인에게 적용되는 한도초과보유주주 주식 소유한도 승인을 받아야 하며, 한도초과보유주주는 매 반기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심사(적격성 심사)받도록 준용하고 있다(인터넷은행법 제5조).

카카오는 2019년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확대하여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대주주 자격심사와 관련한 문제가 있었다. 즉, 2019년 1월부터 시행된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라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되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추가 취득하여 최대주주가 되려고 한도초과분에 대하여 금융당국에 승인 신청을 하였으나, 당시 김범수가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현황공시 위반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보류되었다. 그런데 금융위는 형사재판 1심 선고(무죄) 후 법제처에 인터넷전문은행 주식의 한도초과보유 승인 심사 때 내국법인인 신청인이 속한 기업집단의 계열주로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자를 심사할 수 있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하였고, 법제처는 “신청인인 내국법인의 계열주로서 인터넷은행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자를 포함해 심사할 수 없다”고 해석함으로써 김범수가 심사대상에서 제외되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인터넷전문은행의 한도초과보유주주가 내국법인인 경우 법인(카카오)에 대하여 심사할 근거가 있지만, 이 법인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김범수)에 대해서는 심사할 근거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김범수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과 관련하여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 받더라도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오직 카카오 법인이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형 이상의 유죄를 선고 받는 경우에만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생긴다. 

3. 반면, 주로 산업자본이 지배하는 보험업, 금융투자업 등에 적용되는 금융사지배구조법에서는 대주주 변경심사의 대상에 최대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인 주주(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그 법인의 중요 경영사항에 대하여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포함)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주기적 적격성 심사 대상은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법인인 경우 그 법인의 최다출자자 1인이 개인이 될 때까지 선정)으로 비록 심사대상은 줄어들지만, 해당 법인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에 대한 자격심사를 하는 것은 동일하다. 그 결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과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우 김범수가 해당 회사의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주기적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김범수 → 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및 카카오페이증권), 카카오뱅크에는 적용되지 않는 모순이 생겼다. 참고로 상호저축은행법 역시 대주주 변경심사 및 주기적 심사에 최대주주 및 주요주주(특수관계인인 주주를 포함)뿐 아니라, 이들이 법인인 경우 그 법인의 최대주주 또는 최다출자자 및 대표자를 대상으로 하되, 그 법인에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포함하여 심사하고 있다. 

4. 인터넷전문은행법에서 은행법(은행의 경우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주식보유 한도는 4%이며, 4%를 초과하는 경우 의결권 불행사를 조건으로 10%까지 보유 가능)과는 달리 비금융주력자에 대해 최대 34%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주주가 될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법에서 한도초과보유주주의 주기적 적격성 심사와 관련하여 최대주주만 심사대상으로 하고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가 해당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규제의 흠결이자,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특혜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법제처는 대주주 변경심사에 대한 유권해석을 하면서 “비금융주력자에 대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식보유 승인과 관련하여 한도초과보유 승인을 신청한 내국법인 외에 내국법인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까지 포함하여 승인 요건을 심사할 필요가 있다면 승인 요건 심사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5. 한편,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은 한도초과보유주주의 주기적 적격성 심사와 관련한 법령준수 요건으로, 최근 5년간 금융관계법령,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및 사익편취 금지규정, 조세법처벌법 및 특정경제범죄법을 위반하여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인터넷전문은행법 제5조 제3항 및 [별표]). 그런데 2019년 제정 당시에는 공정거래법 위반 전체를 법령준수 요건으로 정하고 있었다. 공정거래법 위반과 관련한 요건 규정은 2000년 4월 20대 국회 임기만료를 불과 한 달 앞두고 개정되었는데, 이는 당시 K-뱅크의 한도초과보유주주인 KT가 공정거래법상 담합 문제로 변경심사 승인에 문제가 생기자 국회가 나서서 법을 바꾼 것이다. 더욱이 해당 법안은 동년 3월 국회에서 한 차례 부결된 바 있었고, 이후 KT는 자신이 보유하던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정리하던 중이던 상황에 추진되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법을 제외한 은행법, 상호저축은행법 및 금융사지배구조법은 모두 대주주 변경심사와 주기적 적격성 심사와 관련한 법령준수 요건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을 명시하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법과 대비된다. 

6. 최근 정부는 제4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취임하게 되면 인가기준, 심사기준 부분을 검토해서 하반기에는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공식화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배를 염두에 두고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다른 금융업권보다 더 허술한 대주주 자격심사 규정을 둔 ‘누더기 법’으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는 제4인터넷전문은행 선정절차 전에 서둘러 인터넷전문은행의 한도초과보유주주 변경심사 및 주기적 적격성 심사 대상에 해당 인터넷전문은행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포함하고, 법령준수 요건 중 공정거래법과 관련한 사항을 ‘공정거래법 위반’ 전체로 원상회복해 놓아야 할 것이다. 

권오철 기자 konplash@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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