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정의달 기부행위, 당선무효 사유 아니라며?" 법원, 금융노조 측에 문제 제기

윤석구 위원장 당선무효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심문기일
법원 "재선거 전에 결론 낼 것"
권오철 기자 2024-06-07 18:11:24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임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가 부정선거를 이유로 당선무효 처분을 받은 윤석구 금융노조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의 거취에 대해 법원이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쟁점은 '가정의달 행사에서 이뤄진 기부행위를 문제 삼을 수 있는가' '비타민 기부행위의 주체가 누구인가' '금융노조 선거관리규정 이외의 공직선거법을 적용시킬 것인가' 등이다. 금융노조가 재선거를 계획 중이기 때문에, 재판부는 그 이전에 결론을 내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판사 김상훈, 조정용, 장천수)는 7일 오전 윤 위원장이 금융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당선무효 결정 효력정지 및 재선거 실시금지 가처분 소송 심문기일을 열었다. 윤 위원장 측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유한) 강남과 법무법인 린이, 금융노조 측 대리인은 법무법인(유한) 지평이 맡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권오철 기자 

재판부는 금융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0일 윤 위원장 측에 전달한 '당선무효 통보' 문건을 주목했다. 해당 문건에는 당선무효의 판단근거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1)은행장의 지부 분회장 노동교육 방문 등에 관한 사항은 선거관리규정 제35조(금지사항) 제2호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2)다만, 선거기간 중 선거 입후보자인 지부위원장의 노동교육 개최와 관련한 사항은 중앙선관위의 의결 '직무정지 및 선거운동' 관련 안내의 건(선관위 제030호, 2024년 4월12일자)에 따라 금지된 기부행위로 판단돼 선거관리 규정 제35조 제5호에 해당된다.

(금융노조 선거관리규정 제35조 2호는 사용자의 지원을 받거나 개입을 유도하는 행위를, 제35조 5호는 선거와 관련해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약속하는 행위를 금하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이 문건의 당선무효 판단근거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금융노조 측 대리인 측에 수차례 질문했다. 당선무효 통보 문건에는 윤 위원장의 당선무효 사유가 되는 기부행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기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노조 측 대리인은 ▲경품 제공 ▲(교육행사 기간의) 숙식 제공 ▲비타민 지급 등 3가지 기부행위가 윤 위원장의 당선무효 사유라고 답했다. 이어 "가정의달 관련 기부행위도 당선무효 사유에 포함되냐"는 재판부 질문에 대리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비타민은 하나은행 사측이 가정의달 행사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금융노조 측이 주장한 당선무효 사유는 모순으로 비춰질 수 있다. 

실제로 재판부는 "5월 가정의달 행사에서 이뤄진 기부행위는 당선무효 사유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문제 삼을 수 있냐"라고 질문을 던졌다. 

또 재판부는 "금융노조 측이 문제 삼고 있는 기부행위가 특정되지 않고 있다"면서 기부행위의 '주체'와 '품목'을 정리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기부행위 중 ▲경품 제공 ▲숙식 제공은 윤 위원장이 참여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한다. 이것이 사실일 경우, 당선무효에 가장 크게 작용한 요인은 ▲비타민 지급으로 간추려진다. 

그런데 비타민을 지급한 주체는 윤 위원장 또는 집행부가 아닌 하나은행이므로(윤 위원장은 노동교육 행사에서 사측의 비타민 지급 계획을 공표했다), 비타민 지급 공표 사실을 당선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선거 관련 금품 제공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제3자의 기부행위'를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제115조)을 가져오면 얘기는 달라진다. 금융노조 선관위는 선거기간인 4월 12일 기부와 관련해 '축·부의금품 제공, 식사·다과 음료 등 제공, 구호·의연금품 제공 등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기부행위는 불가하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직무정지 및 선거운동 관련 결의사항'을 공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윤 위원장 측 대리인은 "금융노조 선거관리규정 제35조는 '제3자의 기부행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외의 자체 규정을 만들어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오는 17~19일 보궐선거 재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김형선 IBK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단독으로 입후보했으며, 윤 위원장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기로 했다. 재판부는 "재선거 전에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권오철 기자 konplash@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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