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 GS그룹 회장 “벤처 투자가 친환경 미래 신사업 추진 동력”
2023-08-30
재계 순위 8위를 유지하던 GS그룹이 최근 HD현대에 밀려 9위로 주저 않았다.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의 총차입금 감소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GS칼텍스은 6조 원에 달했던 총차입금 규모가 지난해 5조4366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외에도 보수적 인수합병(M&A) 전략과 신사업 발굴 등 미래 경쟁력의 부재도 한몫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2020년 부임 이후 지속해서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 GS건설, GS리테일 등을 중심으로 신성장동력을 지속 발굴 중이나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태다.
이에 허태수 회장은 단순히 재계 순위 탈환이 아닌 미래 경쟁력을 위해 M&A에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GS그룹은 10대그룹 중 유일하게 재계 순위가 한 단계 추락했다. GS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공정자산총액은 80조82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조 원가량 감소했다. 이는 1.1조 원 규모의 GS칼텍스 차입급 상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공정자산 총액 기준 9위였던 HD현대가 신규 선박 수주에 따른 계약 자산 증가의 영향으로 공정자산 총액 규모가 84조7920억 원으로 늘며 순위가 한 계단 상승해 8위에 올랐다. 9위 GS(80조8240억 원)와의 공정자산 총액 차이를 약 4조 원가량 벌렸다.
허 회장은 부임 이후 기록적인 성장세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지난 2019년 당시 GS그룹의 매출은 17조7860억 원이었나 지난해 25조9784억 원으로 46%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2조331억 원에서 3조7218억 원으로 83% 급증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허 회장 부임 이후 GS그룹의 성장이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시절보다 다소 정체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허창수 명예회장은 GS그룹의 지주회사 중심 지배구조를 마련했다. 동시에 에너지·유통·건설 등 3대 핵심 사업의 확고한 경쟁력도 구축했다.
지난 2004년 출범 당시 매출 23조 원, 자산 18조 원, 계열사 15곳 규모의 GS그룹을 지난 2018년 말 기준 매출 68조 원, 자산 63조 원, 계열사 64곳 규모로 3배 이상으로 성장시켰다. 현재는 81조 원에 계열사는 95개에 달한다.
특히 허 명예 회장은 임기 초인 지난 2005년 재계 순위 12위였으나 2015년 10위권 내에 진입시켰다. 이후 그는 2019년 12월 막냇동생인 허태수 회장직을 넘기고 명예회장으로 용퇴했다.
친환경·산업바이오 미래 신사업 추진 동력
허 회장은 과거 투자은행(IB) 업계 출신으로 투자전문가로 통한다. 허 회장은 LG투자증권시절 GS홈쇼핑을 투자전문회사로 성장시켰다. 아울러 해외법인 및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19년 10월까지 3300억 원을 직접투자 및 펀드 투자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허 회장은 전기차(EV) 충전, 폐플라스틱/배터리 리사이클, 산업바이오 등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GS는 최근 3년여 기간 동안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인공지능, 바이오, 기후변화 등 분야의 신기술 확보 경쟁에 나서는 동시에 GS 기존 사업과의 접목에 공을 들여왔다.
산업바이오 영역은 GS가 그동안 축적해 온 바이오 신기술 투자가 GS칼텍스 등 기존 사업역량과 결합해 신사업으로 구체화하는 사례가 집중 조명됐다. 산업바이오는 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석유화학제품의 대체 물질을 개발하는 분야로서 질병 치료 목적의 의약품 개발에 해당하는 레드바이오와 대비해 화이트바이오라고 불린다.
앞서 GS칼텍스는 지난해 대한항공, HMM 등과 지속가능항공유(SAF) 실증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정부가 발족한 친환경 바이오연료 활성화 동맹의 일환이다. 이에 따라 GS칼텍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는 인도네시아 바이오원료 정제사업에 합작 투자하기로 했다.
GS에너지는 지난 2022년 포스코홀딩스와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사업 합작법인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를 설립했다. 중국 화유코발트, GS에너지 등과 합작 설립한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전문회사 포스코HY클린메탈 공장을 준공했다.
이외에도 GS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신사업을 위해 미트라켐(배터리 소재 개발), 그린라이온(폐배터리 재활용 설비 개발), 에코알앤에스(폐배터리 재활용 친환경솔루션) 등에 투자했다.
GS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바이오 분야에서 GS퓨처스와 GS벤처스 투자법인이 앞장서 실력있는 바이오테크 기업을 발굴해 왔다. 대표적으로 자이모켐(Zymochem), 젤토어(Geltor), 데뷰바이오텍(Debut), 퍼먼트(Ferment), 카프라바이오텍(Capra) 등 해외 바이오 분야 신기술을 보유한 벤처 등이다.
아울러 허 회장 취임 후 벤처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 벤처와 함께하는 미래성장’을 GS의 신사업 전략으로 선언한 지난 2020년 이후 약 3년 반 만에 이제는 벤처를 빼놓고 GS그룹의 신사업을 논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벤처 시장의 혹한기로 불리던 최근 1년 사이에도 GS는 모두 33개 스타트업과 7개 벤처펀드 등에 약 1500억 원 이상을 지속 투자한 바 있다.
GS그룹 출범 이후 굵직한 M&A 부재
GS그룹은 지난 2005년 1월 LG그룹에서 법적으로 계열 분리된 이후 대형 M&A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국내 1위 보톡스 업체 휴젤 인수 이후 현재까지 M&A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GS그룹은 오랜만에 침묵을 깨고 휴젤을 1조7000억 원에 인수해 바아오산업에 진출했다. 기존 기업 사업들과 연관성이 없는 바이오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성과다.
성공적인 바이오 기업 인수 이후 GS그룹은 다양한 분야에서 M&A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GS그룹은 굵직한 M&A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허 명예회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전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후 2012년 코웨이, 2015년 GS리테일을 중심으로 KT렌탈 인수도 실패했다.
지난 2020년 GS건설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검토했으나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다.
가장 아쉬움이 남는 것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다. GS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잠재 후보로 떠올랐다. 이를 위해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기업금융 및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등과 미팅을 하는 등 관련 실무진과 다양한 방식으로 접촉했다.
GS그룹의 주력사업인 정유화학과 건설, 유통업 등과 매치업을 구상했으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해 최종 입찰을 포기했다.
재계 관계자는 “GS그룹이 GS칼텍스, GS건설, GS리테일 등 지속가능성장에 방점을 두고 강도 높은 혁신을 추구하는 만큼 관련 M&A를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것”이라며 “동시에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활동을 통해 투자 생태계 확장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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