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쉬' 생태계 교란 C커머스..."분명히 한계 있다"

홍선혜 기자 2024-05-02 09:49:34
국내 유통업계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중국발 이커머스, 이른바 'C커머스' 기세에 밀리고 있다. 현재 이커머스 1위 쿠팡 마저 알리익스프레스를 견제하는 모양새다. 그만큼 C커머스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KC인증 획득과 관·부가가치세 등 제도적인 부분에서도 C커머스를 상대하기에는 불리한 조건 속에 놓여 있다. 그러나 저가 공세에 따르는 품질 논란 등 서비스 퀄리티 차원에서 C커머스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의견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 / 사진=홍선혜 기자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물건을 판매할 때 품질을 보증하는 'KC(Korea Certification)' 인증이 필수적이다. 특히나 어린이 제품을 판매할 경우 KC인증을 받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과태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데, 수입 제품의 경우 관세·부가세 등 부수적인 추가 비용이 더 발생하게 된다. 결국 구조상 C커머스와 같은 초저가 방식으로는 평등하게 경쟁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저가 공세로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는 C커머스 업체들은 해외 직접구매 방식이라 제품 값이 150달러를 넘기지 않는다면 관세·부가세가 면제돼 KC인증을 받을 필요도 없다. 

더불어 자국에 유리한 국제연합(UN) 산하기구 만국우편연합(UPU)의 우편체계를 따라 매우 저렴한 금액으로 해외 배송이 가능하다. 국제우편요금 체계상 개발도상국은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데 중국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몇 천 원짜리 물건도 무료배송이 가능했던 것이다.

에이블리에서 약 10만원대에 판매하는 의류제품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1만6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 사진=각 사 앱 캡처본 


커지는 C커머스 영향력...토종 패션 플랫폼 알리바바 투자 유치에 '우려'

C커머스 중 가장 큰 메기로 급부상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는 이제 국내 패션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최근 패션플랫폼 에이블리를 상대로 1000억원대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패션시장 자체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에이블리가 글로벌 진출을 위해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중국 자본의 한국 패션 플랫폼 잠식 및 낮은 품질 논란이 에이블리의 기존 가치를 깍아내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이블리가 알리바바로부터 성급하게 투자 유치를 진행했다가 에이블리의 존재감이 알리에 잠식될 수 있어 매우 신중해져야 하는 시기”라고 귀띔했다.

에이블리의 경우 중국 직구 상품들을 다수 판매하곤 하는데, 동일한 제품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30%에서 최대 50% 까지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하다. 실제 휴대폰 케이스나 의류를 구매할 때 에이블리를 이용했다가 좀 더 저렴한 알리익스프레스로 갈아탄 고객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저렴하다고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짝퉁 논란, 저품질의 제품, 그리고 최근에 논란이 된 유해물질 검출이다. 인증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유해물질이 포함됐는지 소비자는 알지 못한다. 특히 유아용품의 경우 더욱 민감한 절차가 필요하다. 

지난달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어린이 슬리퍼·운동화 등을 꾸밀 때 사용하는 신발 장식품(지비츠) 16개 중 7개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DEHP, DBP)가 기준치 대비 최대 348배 초과 검출됐으며 일부 제품에서는 납 함유량이 기준치 대비 최대 33배 높게 검출됐다.

해외직구에 대한 소비자 불만 상담이 늘고 있는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는 소비자 불만이 세배로 급증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판매하는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고 있는 만큼, 향후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어떤 피해를 입을 지 모르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쓰이는 수저도 알리에서 구매한 것이라면 유해물질이 고스란히 입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소비자 불만사례는 전년 대비 5배 증가한 465건이며 올 1월만 해도 벌써 212건이 접수 됐다.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늘어날 수 록 그에 대한 피해 사례도 늘어나는 형국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정부가 C커머스, 즉 중국 업체를 대상으로 강한 규제를 할 수 도 없는 입장이다. 중국과의 외교 마찰도 무시할 수 없는 지정학적 관계 탓이다. 국내 플랫폼 업계에서 꾸준하게 '역차별' 논란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 정부가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강한 규제를 못하는 이유와도 같다.

유해물질 및 수익성 탓..."C커머스, 한계성 분명히 있다"

한편 서울시는 C커머스가 유통하는 제품에 대해 유해물질 검사를 철저히 하고, 정부가 개인정보 강화에 나선다는 정도의 약한 규제로 맞서고 있다. 

시기별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을 월별로 선정하고 3개 전문 시험기관과 협의를 거쳐 실제 검사 품목을 확정할 계획을 밝혔다. 매주 유해물질 검사를 진행한 후 결과도 공개한다.

또 정부는 올해 상반기 내에 C커머스 상대로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을 밝혔다. 

정서적 반감만을 가지고 해외 기업에 대해 정부가 강한 규제에 나서는 것도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는 않다. 만약 C커머스가 소비자들에게 혁신적이라면 성공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도태될 것이기에 결국 시장 논리에 따라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반복되는 유해물질 및 짝퉁(가품)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낮은 가격만을 내세우는 것이 언제까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다른 국내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가 국내 이커머스와 지속적으로 경쟁하기에는 분명한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이커머스와 경쟁하기에는 분명한 한계점이 있다”며 “유해물질 검출과 더불어 초저가 제품으로 많은 매출과 영업익을 끌어올리기도 어려워 보인다. 더군다나 현재 MAU 말고는 거래액을 따로 공개하고 있지도 않아서 국내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가 나오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 관계 유지 존속을 위해 강한 규제를 할 수 없는 입장이면서도, 언론을 통해 알리익스프레스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예의 주시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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