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피해자들 "'60조 코인사기' 권도형, 한국 소환 안돼" 분노 

권오철 기자 2024-03-21 18:05:57
6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적 금융피해를 낳은 가상자산 '테라·루나'의 발행인 권도형씨(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에 대한 한국 송환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국내 금융 피해자들은 이를 거세게 비판했다. 한국은 권씨에게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금융 피해자들로 구성된 시민단체인 금융사기없는세상과 금융피해자연대는 21일 성명을 통해 "사기꾼 천국, 대한민국은 60조 코인사기꾼 권씨 소환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미국에서는 권씨의 범죄에 대해 수백 년의 중형을 선고할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할 것이 뻔하다"면서 "1조 사기꾼 IDS홀딩스 김성훈은 겨우 15년 형을 선고받았고, 1조 사기꾼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이철은 고작 14년 6월의 형을 선고 받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환수되지 않는 범죄수익을 가지고 있는 권씨가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를 내세워 법정을 유유히 빠져나갈 가능성도 매우 크다"면서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권씨의 한국 송환반대를 주장하고 나서는 이유"라고 했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지난 15일 몬테네그로 정부에 권씨의 한국 송환에 대한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해당 서한에는 "권씨의 한국 송환 이후 부실수사와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진다면, 해외의 범죄자들도 범죄의 일부를 한국에서 저질러서 한국에서 수사를 받고 재판을 받으려고 할 것"이라며 "한국은 사기꾼 천국이 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악질 사기꾼들이 형량을 가볍게 세탁하는 형량세탁국이 될 것"이라고 적혔다. 

권씨가 2019년 4월 발행한 가상자산 '테라·루나'는 2022년 5월 폭락과 함께 시스템 붕괴를 맞았다. 당시 60조원으로 추산되는 투자액이 증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2월 권씨를 사기 혐의로 제소했으며, 권씨는 같은 해 3월 23일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 혐의로 체포됐다. 오는 23일 관련 징역 만료가 되면, 권씨는 한국으로 송환될 전망이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16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오철 기자 konplash@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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