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 돋보기] 이재용 회장이 그리는 새로운 삼성전자...'미래 경쟁력 강화 박차'

생성형 AI 수요 확대 전망…HBM 등 차세대 ‘AI 반도체’ 개발 집중
투자·인재 육성 총력…메모리반도체·파운드리 ‘두 마리 토끼 잡아야’
9년 넘게 사법리스크에 발목…국내외 경영 활동 제한
신종모 기자 2024-02-07 06:19:02

올해 취임 2년은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 내고 경영 보폭을 확대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 5일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설 연휴 기간에 해외 사업장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법 리스크에서 한결 자유로워진 만큼 글로벌 현장경영에 본격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21년 8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수감됐다 가석방됐다. 그동안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는 별개로 매주 목요일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했다. 아울러 3주에 한 번씩 금요일마다 심리도 병행했다.

현장 경영과 초격차 기술 실현을 중요시하는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이 사법리스크에 제한을 받았다. 

이제 자유의 몸이 된 이 회장은 앞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장기화되면서 차별화된 초격차 기술력을 통해 복합적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경쟁력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그동안 이 회장은 재판이 없는 명절 연휴에 해외 사업장을 찾아왔지만, 앞으로는 한결 홀가분한 상황에서 해외 사업장과 출장을 통해 글로벌 경영 능력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분야에서 인텔에 빼앗긴 1위 타이틀을 되찾고, 애플에 내어 준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역시 되찾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기업의 이름에 걸맞는 미래 먹거리 준비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이러한 상황 탓에 '족쇄가 풀린' 이 회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州) '네옴(NEOM)' 신도시 건설 현장에 헬기로 도착해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네옴시티 지하 터널 공사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생성형 AI 수요 확대 집중…실적 개선 박차  

이 회장은 올해 IT 시황이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측하고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첨단 제품 및 생성형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차세대 반도체에 투자와 인재 육성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적극 대응하고 AI 탑재 제품 시장 선점을 추진하는 동시에 프리미엄 리더십과 첨단공정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기술에도 힘을 줄 예정이다. 

이를 통해 30년간 지켜온 메모리반도체 점유율 세계 1위를 수성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도 높일 계획이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 이전부터 국내 협력사, 계열사, 해외 법인 등을 차례로 돌며 현장 스킨십 경영에 매진했다. 동시에 초격차 기술을 이끌 성장 잠재력 가진 역량의 인재 영입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뉴삼성’ 구축의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이 회장 취임 1년차 때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요 부진 등 어려운 경영 여건 여파로 주력 사업인 반도체 실적이 2022년 4분기 97% 급감하며 어닝쇼크를 맛봤다. 이후 지난해에도 글로벌 복합적 위기가 지속되면서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2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며 연간 반도체 적자 규모는 15조원에 달했다. 

이 회장은 앞서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인위적 감산 대신 투자를 지속해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벌리겠다는 기조를 유지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회장의 오판이 더 큰 악재를 초래한 것이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거뒀다. 비로소 삼성전자는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사실상 감산을 처음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다행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감산이 늦었지만 예상외 효과가 바쁘게 나타나면서 1분기 이후 적자 폭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D램은 재고 수준이 큰 폭으로 개선돼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선대 회장이 이룬 메모리반도체 점유율 1위를 지키기 위한 노력보다 이 회장만의 리더십으로 또 다른 성과를 내기를 더 기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1991년 2월 삼성전자 입사…2022년 10월 회장 취임

이 회장은 지난 1968년 6월 23일 삼성 창업주 이병철의 손자이자 홍진기의 외손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과 홍라의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경복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그는 일본 명문대 게이오기주쿠대학 경영대학원 석사(MBA)를 취득했다. 이어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 회장은 대학 시절 과 MT에도 빠짐없이 다녔고 학생운동에도 참여하는 등 일반적인 재벌 총수 자제의 모습과는 달랐다. 

이 회장은 승마 선수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이를 계기로 상무에 입대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를 알 수 없으나 허리 디스크로 군 면제를 받았다. 

이 회장은 허리 부상을 딛고 지난 1991년 12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경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삼성전자 내에서 경영기획팀 상무보, 경영기획팀 상무, 전무,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 등을 역임하며 승진했다.

애초 이 회장은 경영 수업을 더 받을 예정이었으나 당시 이건희 선대회장의 병세 악화로 지난 2014년 삼성의 총수가 됐다. 그는 지난 2020년 10월 25일 이 선대회장이 서거하면서 실질적인 총수 자리에 올랐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 27일 삼성전자 이사회를 통해 회장 승진안이 의결됐고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인 11월 1일에 회장 직위로 재임됐다. 

네덜란드를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가장 인기 많은 총수 

이 회장은 182cm의 훤칠한 키에 수려한 외모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가끔 공항이나 행사장에서 깜찍한 포즈를 취하면서 선대 회장의 ‘쁘띠거니(건희)’를 능가하는 ‘쁘띠재용’으로 통한다. 

이 회장은 어떤 분야에서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이 회장은 올해 주식 부자에서 순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달 국내 상장사 개별 주주별 보유주식 및 지분가치를 조사한 결과 이 회장의 지분 가치가 14조6556억원으로 1위를 나타냈다. 

또 기업분석전문 한국씨엑스오(CXO)연구소가 지난해 6월 ‘2022년도 그룹 총수 경영 성적 분석’ 결과에도 이 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가 최고 자리를 지켰다. 삼성의 지난 2022년 그룹 전체 매출 규모는 418조7712억원으로 그룹 매출이 40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이외에도 이 회장은 그룹 전체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익, 고용 규모 등 4개 항목에서 1위를 나타냈다. 

이 회장은 국민 관심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데이터앤리서치가 지난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커뮤니티·카페·유튜브·트위터·인스타그램·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지식인·기업·조직·정부·공공 등 11개 채널 22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10대 그룹 수장들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10대 그룹 총수 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고 이건희 회장의 사진과 어록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건희 선대회장 업적 넘을 수 있을까

이건희 선대회장은 아버지 이병철 창업회장이 사망한 지난 1987년에 그룹 회장이 됐다. 

이 선대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신경영’을 내세우며 삼성그룹을 세계 초일류 기업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1987년 당시 삼성그룹의 연매출은 10조원였으나 이 선대회장이 취임 이후 30년 만에 연매출 400조원대로 급성장했다. 

이 선대회장은 이 창업회장과 함께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일으킨 양대 주역이기도 하다. 당시 미국, 일본에서는 중소 제조업체 취급당하던 삼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특히 그는 지난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며 “극단적으로 얘기해. 농담이 아니야. 마누라, 자식 빼놓고 다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이 선대회장의 정신을 되새기며 초격차 기술을 기반으로 재도약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이 회장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실무자로부터 사업전략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vs 파운드리 ‘선택과 집중’

이 회장은 삼성전자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특히 이 회장은 메모리반도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 관련 HBM 서버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적자 폭을 크게 줄이며 D램 부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감산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당분간 HBM 등 AI용 D램이 이끄는 메모리 수요 회복에도 기존 감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향후 메모리 감산 기조 완화로 레거시(범용) 메모리 제품의 가격 상승세는 완화될 것으로 보고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 매 분기 HBM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지난해 4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5배 판매량이 성장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오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차세대 HBM4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고객의 니즈를 적극 반영한 커스텀 HBM 제품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이 회장이 지난 2022년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두고 한 말이다. 

이 회장은 EUV 노광 기술에 관심을 보인 만큼 독점 생산체계를 갖춘 ASML과의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 회장은 EUV 노광 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과 미래 전략사업 분야에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첨단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의 의미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의 점유율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트렌드포스 기준 지난 3분기 삼성전자 12.4%이며 TSMC 57.9%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실적 악화, 파운드리 업황 부진 등으로 대규모 투자를 늘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에 쓴 시설투자(CAPEX)액은 총 48조4000억원이다. 약 50조원를 쏟아부었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투자 금액이 한정적일 때는 메모리반도체, 파운드리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 집주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 채널을 동시에 돌린다면 지속해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년 만에 ‘사법리스크’ 해소…이재용 측 “현명한 판단 감사”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를 받으면서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됐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미전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2020년 9월1일 기소됐다.

당시 그룹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 격인 합병 삼성물산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제일모직의 주가는 올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추기 위해 이같은 부정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이 회장은 룹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 격인 합병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그룹 참모 조직인 미전실 주도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던 반면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공시·분식회계 혐의도 미국 합작사가 보유한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권리)의 성격에 따른 공동지배 여부를 상세히 판단해 무죄로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체 피고인 기준 23개, 이 회장이 연루된 19개 혐의 모두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을 면밀하게 검토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법정 출석길과 퇴청길 모두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를 대신해 이 회장 변호인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 2021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고 수감됐다. 이후 가석방으로 풀려났으며 지난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복권됐다.

이 회장은 취임 1주년과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36주기 추도식에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공판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법리스크가 경영 활동 제한은 물론 개인적인 일정에도 발목을 잡았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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