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춤' 장기화 조짐…완성차 업계, 투 트랙 전략 중요해진다

지난해 신규 등록 하이브리드 차량 37만5000대…전년 동기 대비 44.8%↑
연료별 제품 라인업 탄탄한 현대차…경쟁에서 유리한 면모
토요타와 렉서스 지난해 하이브리드 판매량 2만대 이상…올해도 수요확보 이상無
박재훈 기자 2024-01-18 10:17:21
지난해 국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이 가솔린 차량을 앞지르면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면서 친환경 기조 소비형태가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완성차 업계에서는 전기차에서의 속도조절과 더불어 기존 가솔린 차량과 하이브리드 차량의 '투 트랙' 전략이 중요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의 연료별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등록된 하이브리드 차량은 총 37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4.8%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기차는 15만8000대가 등록된 것에 비해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했다.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자동차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경기 불황에 따라 소비자들이 연비성능이 뛰어난 차량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전기차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연기관 차량과의 중간에 있는 합리적인 소비형태가 하이브리드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판매량에서 더욱 명백하게 소비형태가 하이브리드로 넘어갔음을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6만247대를 판매되면서 일반 가솔린 모델보다 높은 수요를 보였으며 지난해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이 됐다. 기아의 쏘렌토 하이브리드도 5만5622대가 판매되면서 지난해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강세 2~3년 지속...완성차 업계 대응 나서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의 강세가 2~3년은 갈 것으로 보고있다.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김필수 교수는 "아직까지 전기차로 출시되는 중저가 모델들이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올해는 물론이고 하이브리드 차량의 강세가 2~3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기차 둔화세로 인해 각 완성차 브랜드들이 올해는 가성비 전기차로 시장 수요를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격 경쟁력에서 소비자의 구매의지를 흔들만큼 매력적인 가격으로 나온 모델이 적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기차 모델들은 프리미엄 모델들로 출시되면서 내연기관 차량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보조금을 통해 구매하면 실제 구매가를 낮출 수 있지만, 현재로써는 보조금이 과거만큼 적용되지 않아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완성차 브랜드들은 미래 경쟁력인 전기차와 현재 강세인 하이브리드 차량, 꾸준히 구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솔린 차량등에 판매량이 나눠지고 있어 알맞은 속도조절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라 연료별 제품 라인업이 탄탄한 브랜드가 올해에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하이브리드 차량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에도 하이브리드 차량 출시를 예고했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차량 외에도 내연기관차, 전기차 모두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어 타 브랜드에 비해 높은 경쟁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해외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의 재출시는 알 수 없지만 지금처럼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는 재출시를 검토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르노코리아, 'XM3 E-TECH for all'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도 쿠페형 SUV XM3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XM3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XM3 E-TECH for all'을 선보이면서 전체 판매량 중 높은 수요를 보였던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2795만원 부터 구매가 가능하게 맞춰 판매량 회복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이뿐 아니라 르노코리아는 올해 선보일 오로라 프로젝트에서도 하이브리드 SUV를 전략모델로 공개할 예정이다.

토요타 5세대 프리우스. /사진=토요타코리아

수입차에서는 역시 토요타와 렉서스의 약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토요타는 다양한 차급에 신차들을 내놓는 동시에 연료별로 하이브리드 모델들의 출시를 내세워 판매량 확보에 성공했다. 

수입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렉서스와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합한 판매량에서 각각 1만3413대, 8351대를 기록했다. 두 브랜드를 합한 판매량은 총 2만1764대로 수입차 브랜드 중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 2위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지난해 말 마지막 출시 모델인 프리우스에 이어 올해도 앞서 출시한 차량들의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교수는 "현재 하이브리드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현대차처럼 연료별 제품 라인업이 다양한 브랜드가 경쟁에서 유리한 면모를 보일 것"이라며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동안 테슬라처럼 전기차만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는 가격 인하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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