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대한불교 천태종 부산 ‘삼광사’에 무슨 일이…

② [단독] 스님 ‘용채’가 1억원이라니…‘지급 리스트’ 입수
고진현 기자 2024-01-11 18:02:09
고소·고발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법적 절차가 된지 오래다. 종교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각종 고소·고발이 난무한다. 불교 천태종의 대표적 사찰인 부산 삼광사에서도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스마트에프엔은 삼광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법적 공방을 심층 취재해 연속보도한다. <편집자 주> 

부산의 대표 사찰인 삼광사는 천태종을 중창한 상월원각대조사가 “부산에 천태일승묘법의 사상이 불길처럼 일어날 것이니, 1만여명 이상의 불자가 동시에 법회를 불 수 있는 대규모 불교회관을 크게 건립해야 한다”고 부촉했던 곳이다. 

삼광사는 '주경야선(晝耕夜禪)' 기도수행으로 정진하는 도심 속 청정도량으로도 알려져 있다.

삼광사 주지였던 세운스님(현 종의회 의장) 관련 의혹이 하나둘 흘러나오는 가운데, 그가 핵심 신도로부터 1년여간 ‘용채(용돈의 방언)’ 명목으로 1억원 이상을 받았다는 증언이 새롭게 나왔다.

세운스님은 금전(용채)을 취하던 와중 신도들의 반발이 나오자 받은 돈 중 일부를 돌려줬다는 증언도 동시에 제기됐다.

하지만 반납한 돈의 출처가 불분명해 이 역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에프엔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자 세운스님과 접촉했으나 ‘용채 리스트’를 해명하라는 문자 메시지에 답하지 않고 있다.

본지는 세운스님이 용채 형식으로 받았다는 현금과 선물 리스트(사진)를 단독 입수했다.

삼광사 신도회 박숙희 전 회장이 공개한 '용채' 목록.

용채를 지급했다고 폭로한 삼광사 신도회 전 부회장 박숙희씨에 따르면 현금이 건네지기 시작한 시점은 2017년 1월경이다. 세운스님이 무원스님의 후임으로 부임한 직후였다. 박씨는 본지와의 수차례 접촉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2017년 설날(당시 1월 28일) 200만원이 전달됐고 이후 호주 ‘출타’를 명목으로 1000만원, 항공기 비즈니스 좌석 비용으로 300만원이 추가로 지급됐다.

‘용채' 목록에는 총 11차례의 지급 항목이 기록돼 있다. 호주 출타만 2회(각 1000만원), 중국 출타(2018년 3월경)에도 1000만원이 각각 보내졌다. 이외 스승의날 200만원, 추석과 생일 명목으로 500만원이 지급됐다. 연말 감사 인사로도 1000만원이 건네졌다. 목록에 정리된 금액만 7400만원에 달한다.

선물 목록에는 스님에게 줬다고 보기엔 부적절해 보이는 물품도 포함돼 있다. 일례로 고급 양주(로얄살루트, 발렌타인) 등을 여러 병 건네준 비용만 1000만원이라고 적혀 있다.

용채 명목으로 지급됐지만 ‘모종의 거래’로 의심되는 대목도 존재한다.

박씨에 따르면 “(세운스님이 사찰에) 납품쌀도 전체를 먼저 주신다고 말했고, 2018년 초파일에도 빵과 음료수 등을 납품하게 해주겠다고 항상 먼저 말했다”고 주장했다.

북과 징, 마이크 등 구매 명목으로도 700만원이 지급됐는데 이는 ‘기타 시주’로 처리되어 있다. 이 밖에 연꽃 300만원, 국화 200만원 등도 박씨가 비용을 댔다.

박씨는 “(사찰 행사를 위해) 모 식당에 예약 인원 800명분 식대비로 1인당 1만5000원씩을 계약했는데, 실제 참석 인원은 400명 정도에 불과해 항상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박씨가 세운스님에게 전달했다는 총금액은 1억2000만원에 달한다. 돈은 항상 세운스님이 먼저 요구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호주 출타 금액으로 지급된 1000만원에는 “종정 큰스님(도용)이 산삼을 요구한다”는 구실이 붙었다. 1억2000만원 용채 금액 중에는 세운스님 자신이 “몸이 허하다”며 공진단 구매 대금으로 300만원씩 총 4차례에 걸쳐 강원도 원주의 모 한의원에 지급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스님에게 지급된 용채라고 보기엔 금액이 과하고, 용처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자 박씨의 아들이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세운스님의 처리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여럿 발견된다. 박씨 주장에 따르면 자신(아들)이 세운스님을 찾아가 항의한 후 약 9000만원 가량을 되돌려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해당 금액을 쇼핑백에 담긴 현금 형태로 전달받았으며, 삼광사의 재정을 담당하는 사찰 관계자 J씨가 전달했다고 한다.

반환된 돈의 출처에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편, 세운스님은 삼광사 주지 시절 완공된 부산 해영사 공사 대금 문제로 송사를 겪고 있다. 전직 신도회 부회장 최주덕(71)씨를 상대로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한 건이 무혐의 처분되기도 했다.

고진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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