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천 모 목사 월드행복비전교회 사임 후 교회에 무슨 일이…

[스마트에프엔=고진현 선임기자] 월드행복비전교회 설립자인 천 모 목사의 여신도 성폭행과 교회 자금 사적 유용 사건이 올 초 언론에 의해 알려져 사회적 파장과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단(예장합동 총회장 오정호 목사)은 물론 교계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교회 신도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교회를 위해 헌신하다 상상할 수 없는 처참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의 고통과 분노에 동요했다. 천 목사는 사임했다. 스마트에프엔은 월드행복비전교회 문제를 집중 취재 보도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성(聖)스러운 목회자? 성(性)스러운 목회자!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

한국교회 일부 교역자의 반 신앙적·교회적 행태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비록 ‘한 마리 미꾸라지’에 불과하지만 교계와 신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자못 심각하다. 특히 그 미꾸라지를 발본색원 해야 할 교단 지도층이 그들을 직·간접적으로 엄호한다면 그 폐해와 상처는 어찌 될지 너무도 뻔하다.

월드행복비전교회는 천 목사가 2008년 서울 방배동에 설립했다. 소수 신자로 출발한 교회는 성장과 이전을 거듭한 끝에 2019년 분당에 자리하게 됐다. 신도의 급증에는 상담심리학과 자연 치유학을 전공한 천 목사의 신앙·생활 상담과 나름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천 목사의 신자 상담을 겸한 목회활동은 철저히 이중적이었다. 신자들 앞에서는 품격과 고고함을 갖춘 목회자였다. 반면, 뒤에서는 여신자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하는 파렴치한 그 자체였다고 한다.

교회 내 리더십 아카데미와 상담 등을 통해 젊은 여신자를 신앙적 심리적으로 자신을 믿고 따르게 한 뒤, 피해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유사)성 행위, 구강성교 등을 강요하는 이른바 ‘그루밍 성폭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더욱이 피해자 중 한 명은 혼전 성폭력이 결혼 이후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이후 신자의 폭로로 사건이 불거지자 천 목사는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나 나중에 교회 내에서 이같은 사실이 공론화되자 입장을 바꿔 “자신을 몰아내기 위한 음모”로 선전하거나, 측근들을 시켜 피해자 지인을 대상으로 “등 마사지 외에는 일체 성적인 의미의 신체적 접촉은 없었다”는 요지의 ‘사실 확인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2월 26일 주일예배에서 성폭행이 아닌 ‘성 추문’이라는 표현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자신이 '성행위를 강요하는 등 성폭력을 행사하고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임을 부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평남노회는 3월 14일 재판을 열고 천 목사에게 ‘정직 7년, 상담치료 2년, 6개월마다 경과 보고, 성찬 참여 불가’ 등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교회와 성폭력 피해자 측은 교단 측이 사건을 서둘러 무마하기 위해 졸속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노회 재판은 피해자와 교인들이 더 이상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을 뿐이며, ‘반성’을 빌미로 조기에 교단에 복귀할 수 있게 하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권순웅 목사, 교회에 ‘하야 방송’ 유 모 국장 소개

월드행복비전교회 K씨와 G씨는 스마트에프엔과의 만남에서 “권순웅 목사(예장합동 직전 총회장)가 지난 3월 14일 ‘하야 방송’ 유 모 국장을 교회에 소개했다”며 “(성폭력)사건이 터지면서 노회가 저희(교인)에게 말도 안 되는 협박 행위를 하는 것을 보고 교인들은 두려움과 절박한 심정에 노회 위에 총회(상회)가 있다고 생각하던 중 권 목사가 총회(예장합동)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권 목사는 저희 교회(월드비전교회)에 오셔서 강의를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K씨와 G씨는 이후 주다산교회(권 목사 시무)를 통해 권 총회장을 만나 교회가 처한 사정을 털어놓았다. 당시 권 총회장은 이들에게 “교회 분쟁을 해결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 소개 시켜주겠다”면서 “내가 직접 나서시기는 어렵다. 총회가 나서려면 절차를 밟아서 노회에서 총회에 상소를 올려야지 총회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한다.

K씨와 G씨에 따르면 권 총회장을 만난 다음 날인 3월 15일 ‘하야 방송’ 유 모 국장에게 연락이 와서 3월 16일 분당에 있는 카페(공감 정오)에서 만났다. 만남 자리에는 차 아무개 기자도 함께 와 있었고, 카페 예약은 교회에서 했다. 

‘하야 방송’, 월드행복비전교회 사태 관련 교회와 2000만원 컨설팅 계약

K씨와 G씨는 유 국장과 차 기자를 만나 교회가 처한 어려움을 이야기하자 “기자들도 움직여야 하고 본인(유 국장/차 기자)들도 활동할 수 있는 비용이 필요하다. 노회가 열릴 때 (노회)앞에서 기자들도 부르고 약간 퍼포먼스처럼 하고, 해결하기 위한 실행들을 하는 그것에 따른 비용이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이에 K씨와 G씨는 “여러 교회 일들을 많이 해결을 하시는 거 같았다. (교회 분쟁과 관련) 잘 아시는 분들이라고 생각은 들었는데 문제는 우리(교회)도 교회 안정과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유 국장이 본인의 ‘하야 방송’ 유튜브 링크를 자주 보내줬다. 비대위 세우는 것도 저희(교인들)는 몰랐는데, 그분이 알려주셨던 거다. 이후 비대위가 결성되고 회의를 통해 컨설팅 계약(2000만원)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본지 취재 결과 500만원이 하야 방송에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K씨와 G씨는 “처음에는 ‘하야 방송’ 밖에 저희(교회)는 몰랐지만, 사건의 파장이 일면서 기자님들도 연락이 오고 취재 온 기자님들의 얘기도 듣게 되었다”며 “교회가 ‘하야 방송’ 얘기만 듣는 게 아니라, 교회를 위한 여러 의견들을 종합해 우리(교회) 상황에 맞는 것들을 선택해서 진행하다 보니까, ‘하야 방송’이 원하고 제시해주는 방향대로 교회가 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교회가 ‘하야 방송’ 유 국장과 생각이 다르고 갈 길 또한 달라졌을 뿐 아니라, 교회도 평남노회(교단)을 탈퇴 했기 때문에 ‘하야 방송’에서 권 목사에게  우리 (교회)상황을 계속 보고를 드리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권 목사는 지난 10월 4일 ‘하야 방송’ 유 모 국장을 교회에 소개한 이유를 묻는 스마트에프엔의 질문에 “천 목사와 관련해 조금은 알고 있었고, 노회에서 천 목사 문제를 누가 나한테 이야기 하더라. 그래서 (교회 관련)정보 수집 차원과 내용을 좀 파악 제대로 해보라는 뜻에서 소개를 했다”고 밝혔다. 

‘하야 방송’ 유 모 국장은 10월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월드비전교회 사건은 이미 교단에 알려져 있고, 노회가 (도와주면)좋겠다고 해 권 목사에게 보고하니, 소문 안 나게 조용히 하라고···. 컨설팅 사업자도 있고 법리적 조언 정도고 교회측에서 약속을 어긴 것도 있고···. 그런데 이런 내용을 어떻게 알았나. 비밀 누설하면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며 공증까지 해놨다고 주장했다.

결국 권 목사도 사실 관계 은폐 기도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