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현의 '반석(磐石)'] '그루밍' 이어 '신도 분열'…인천새소망교회, 치유 시급하다

고진현의 '반석’은 인천새소망교회 사건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장면 등을 재소환, 실체적 진실을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이다.<편집자 주> 

“진리를 믿지 않고 불의를 기뻐한 모든사람들에게 심판을 내리시려는 것” ❮살전2장12절❯

인천새소망교회 당회장 지위를 놓고 법적 분쟁 중인 박성철 목사가 인용한 성경 구절이다. 바울이 종말에 관해 설교한 내용으로 심판의 날에 가까워질수록 “사탄의 작용에 따라 온갖 거짓이 행해지는데”(9절), “멸망 받을 자들이 진리의 사랑을 믿지 않기 때문에(10절) 하나님께서 거짓을 믿게 하신다(11절)”고 했다.

진정한 종말은 진리 대신 거짓을, 정의 대신 불의를 믿고 행한 자에게 가해지는 ‘최후의 심판’이라는 가르침을 내세웠다. 

박 목사가 최근 인천새소망교회를 둘러싼 운영권 다툼을 일종의 ‘말세’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알려졌다시피 최초의 다툼은 이전 담임목사 아들의 ‘그루밍’ 성범죄였다. 그 다툼은 가해자 김모씨가 수감 된 뒤 교회 운영권을 둘러싸고 두 개의 파벌이 싸우는 양상으로 성격이 변질됐다.

박 목사가 바울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명분 때문이다. 자신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옹립한 당회장(직무대행자)으로서 불의에 맞서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데, 반대파가 거짓을 근거로 불의하게 맞서니 마땅히 심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거짓을 말하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31일 스마트에프엔 취재를 종합하면 박 목사의 인용이 등장하는 설교는 지난 17일 SNS(유튜브) 방송으로 송출됐다. 데살로니가후서를 인용한 “거짓과 불의 앞에서 종말을 기억하라”는 제목의 설교 방송이다.

설교의 핵심 대목은 “교회를 팔아먹었다”는 주장이다.

박 목사는 “인천새소망교회가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면서 “지난주 이 사건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불의한 일을 저지르면서 피해자들의 눈물을 외면한 아버지 목사를 돕기 위하여 노력했던 교인들과 노회(경기중부노회) 목사들 그리고 예장 합동 총회 정치 목사들이 교회를 다른 목사에게 팔아넘기기로 결정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팔아먹었다”라는 주장의 근거로 “외형적으로 새로운 담임 목사를 모신다는 공고를 냈다. 하지만 여전히 이전의 목사와 그리고 그를 돕는 현재의 정치 목사들이 민사소송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피해자와 피해 교인들이 정의로운 회복을 입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목사를 모신다는 것 자체가 결국에는 교회를 돈 주고 팔아넘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종합하면 교회 운영권을 놓고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해자 편이 아닌, 가해 목사의 부친 담임목사 편에 선 교인과 교단, 총회 관계자들이 인천새소망교회를 새로 부임할 목사에게 팔아 넘겼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이 타당하려면, 노회가 파견한 최 목사가 인천새소망교회를 산 것이 된다. 그 대가를 전 담임목사와 교단 등에 지불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어떠한 내용의 거래가 언제·어디서 체결됐는지, 계약서가 존재하는지 등의 어떠한 언급 없이 무작정 “거래했다”라고 단언하고 있다.

박 목사 주장의 근거가 되는 ‘당회 및 운영위원회’ 회의록(2023년 11월 26일자)에는 결의사안으로 “12월 10일 주일예배 후 공동의회를 통해 이상주 목사를 위임 목사로 청빙한다”고 돼 있다. 공동의회(교인총회)는 이 목사를 후임 담임목사로 의결했고, 현재 노회의 결의를 받은 상태다.

교단 헌법상 인천새소망교회의 담임목사(위임목사) 및 당회장 지위는 내년 1월 4일 이 목사에대한 위임예식과 함께 담임목사직이 위임된다. 만약 박 목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목사와 기존 교인 및 노회, 총회 간 모종의 거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거래의 내용과 계약서 등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회를 ‘거래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박 목사가 스스로 주장하는 ‘공교회성’과 배치된다. 교회의 재산이 총유물임을 보여주는 근거는 당회 회의록에도 실재한다. 즉, 교회의 수익 사업 등의 운영권을 최광염 목사와 이상주 목사가 상의하여 교회로 양도한다고 돼 있다.

박 목사가 자신의 교회 대표 권한을 주장하는 배경은 2021년 11월 30일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린 ‘김영남 목사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결정이다. 해당 판결로 한때 박 목사가 교회 직무대행자로 선정됐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영남 목사가 2022년 1월 12일 사임서를 법원과 노회에 제출했고, 그 결정에 이어 올해 6월 12일 법원은 김영남 목사가 신청한 제소명령(2023가소15) 신청에 따라 제소신고를 하지 않은 박 목사에 대한 가처분 결정을 취소했다. 

법률적으로 노회가 파견한 최광염 목사가 박 목사의 지위를 대체하게 됐던 것이다.

이에 더해 예장 합동 총회는 지난 9월 판결을 통해 최 목사의 당회장 지위를 인정하고, 박 목사를 제명출교(면직 포함) 처분했다. 판결의 이유에 대해 “경기서노회 소속인 박 목사는 경기중부노회 소속인 인천새소망교회의 당회장이 될 수 없다”며 “당회장 지위 주장은 교단 헌법파괴와 위반”이라고 적시했다.

하지만 지난 28일 법원은 박 목사에 대한 제명출교(면직) 처분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박 목사를 여전히 예장 합동 목사로 인정한 결과이다. 그러나 동시에 박 목사가 인천새소망교회 당회장으로 재직하지 않는 것으로 봤다.

결과적으로 사실 관계는 1. 박성철 목사의 사회법적인 당회장 지위 박탈 2. 교단헌법에 의한 면직 및 출교 처분 3. 교회법과 사회법에 따른 임시당회장인 최광염 목사의 사회로 열린 당회의 결정 및 공동의회 (새 담임목사 청빙) 4. 면직 및 출교 처분의 효력 정지 등 수순이다.

그럼에도 박성철 목사는 4번 항목에 앞선 모든 절차가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또 법원 판결에 따라 4번 결정에 준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당회장 지위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박 목사가 펴는 주장의 허구성에도 불구하고, 설교의 외형을 빌려 주장하는 것은 ‘명예훼손’ 등의 법리를 피해가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 

박 목사가 바울을 인용해 ‘거짓’을 비판한 근거가 오히려 ‘거짓’에 해당한다면, 종말에 가까운 ‘불의’에 맞섰다는 ‘정의’의 명분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그는 자신이 정의를 행했다는 근거로 “피해자와 2년간 함께 싸웠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의 타당성은 엄밀히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교회 운영권을 둘러싸고 전임 김영남 목사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과 본안소송에서 성범죄 피해 신도 중 일부가 함께 임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박 목사가 인도하는 예배에는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회복과 분열된 교회에 대한 치유가 단지 운영권을 찾아오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박 목사가 교회의 대표가 되는 것에 반대하는 신도가 다수라는 점도 주목해야 할 사실이다.

고진현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