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물꼬 튼 중고차 시장...메기 효과 언제쯤?

현대차·기아 2025년까지 7%의 점유율 유지 예정...이후 잉여 물량 처리 창구 필요
옥션채널 가진 업체 수 많지 않아...규모 가장 큰 현대글로비스와 신차급 매물 독점 우려
박재훈 기자 2023-11-02 11:00:57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중고차사업 시장은 완성차제조업체의 진출로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으로 변화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그 동안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구매를 망설였던 사람들은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한 현대차와 기아의 인증중고차 사업에 있어 다양한 선택지가 생겼다는 반응이다.

현대차에 이어 지난 1일 기아까지 인증중고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의 판도가 꿈틀거리는 모양새다. 현대차와 기아는 모두 연식 5년, 10만km 이내 무사고 차량으로 한정해 중고차를 판매한다. 또한 현대차는 기존 중고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2.9%를 넘지 않게끔 하고 2025년 4월까지는 4.1%의 점유율을 유지할 예정이다. 기아는 내년 4월까지 2.1%, 2025년 4월까지는 2.9%의 점유율을 유지할 방침이다.

용인 오토허브 현대차 인증중고차 센터에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들이 주차돼있다. /사진=박재훈 기자


두 브랜드가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면서 기존 중고차업계는 새로운 '바로미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 중고차 시장에서 모델마다 상이하게 갈렸던 가격에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레몬마켓'이라고 불리던 중고차 업계의 이미지 쇄신과 규모를 키우는 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까지 현대차인증중고차는 매물이 많지 않고 기존 중고차 가격 대비 높은 가격이 책정돼 있다. 하지만 중고차를 판매하고자 하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타던 차량을 판매할 때도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값을 받을 수 있어 이점이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또한 기존 중고차 업계에서는 그 동안 파편화돼 있던 중고차 시장이 현대차와 기아가 진출함으로서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케이카가 4~5%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여태까지의 중고차 업계는 시장 규모대비 파편화돼 있던 사업이었다. 

현재까지 높게 책정된 가격과 반대로 쏟아지고 있는 높은 관심은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가격을 기반으로 기존 중고차 업체들의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보이는 효과도 수반된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가격은 주로 신차 대비 70~80%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케이카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의 진출로 인해 시장이 기업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점조직처럼 형성돼 있던 중고차 시장 규모가 합쳐지거나 도태되는 등 파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카 관계자는 "두 브랜드의 진출이 중고차 시장의 파이를 키우면서 동시에 관심이 많아져 기존 중고차 업계에서도 수혜를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며 우선적으로 이미지 쇄신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사진=flicker


반면, 현대차와 기아가 신차급의 중고차를 매입하게 되면서 기존 중고차 업계는 매입 물량에 타격을 받게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5년 4월까지 총합 7%의 점유율을 넘지 못하지만 이후 매입에 있어 잉여 물량이 발생했을 경우 처리를 위한 창구가 필요하다.

현대차는 중소벤처기업부에 "인증중고차 대상 이외 매입 물량은 경매 등을 통해 기존 매매업계에 공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중고차 사업에서 옥션채널을 크게 활용하는 업체의 수가 많지 않고, 그 중 현대글로비스가 가장 큰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신차급 매물의 유통구조가 현대차 브랜드의 일원화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브랜드가 우선적으로 신차급 매물의 키를 쥐게 된다는 것이다.

우선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되는 쪽은 신차급 매물을 주로 다루던 중고차 영세 딜러들과 업체들이다. 현대차가 신차급을 비싼 값에 매입하고 있는 중에 기존 업자들은 매입 채널을 구비하고 있지 않다면 규모면에서 장기적으로 경쟁이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를 비롯해 중고차 시장에서 옥션채널에서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롯데렌터카와 케이카는 "당장 아직까지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렌터카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의 인증중고차사업이 신차급을 매입하고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타격이 없다"며 "기존 롯데렌탈이 매입하는 차량의 경우 수출로 빠지는 물량, 경매에 올라오는 매물을 구입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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