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농악보존회 추경예산안, 누가 세웠나?

시민단체, “옹색한 명분···단체 예산로비에 시·시의회 부화뇌동”
배민구 기자 2023-09-05 11:05:49
[스마트에프엔=배민구 기자] 경기 평택시가 지난해 시의회에서 삭감한 지방보조사업 예산을 4일부터 열린 제241회 평택시의회 임시회에 추경예산안으로 다시 올려 물의를 빚고 있다. 

해당 예산안은 지난해 평택시의회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책임을 물어 삭감한 평택농악보존회의 행사보조사업 예산이다. 시는 이 단체의 ‘전국웃다리농악경연대회’, ‘무형문화재 축제’ 예산 1억1000만원을 전액 시비로 계상했다.

지방세수가 줄고 있어 재정 건전성에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보니, 평택시의 이 같은 예산안에 대해 시민사회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평택시청 전경.                                                   /사진=평택시


농악보존회의 괴롭힘 사건을 두고 이 단체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시민단체에선 “아직까지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도 불요불급한 예산안을 올린 저의와 배경에 대해 평택시가 해명해야 한다”며 시의회 예산안 심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게다가 이번 예산안은 줄곧 추경예산을 요구해 온 이 단체의 의견을 평택시가 받아들인 것으로, 정장선 평택시장과 김승겸 평택시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어 ‘부적격 단체의 예산로비에 평택시와 시의회가 부화뇌동 한다’는 비난까지 제기되고 있다.

◆예산안 비난 배경엔···아직 끝나지 않은 ‘직장 내 괴롭힘’

농악보존회 예산안을 두고 시민단체의 날선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이 단체가 괴롭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이 있다.

지난 2021년 6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두차례의 개선명령과 징계 등 사용자의 조치 의무 위반, 고용노동부 자료 제출 이행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도 이 단체는 괴롭힘 가해자의 ‘경고’에 그친데 더해, 사건 당시 이사직에서 사임한 가해자를 사무국장으로 복직시키는가 하면 ‘이사’로 다시 선출하는 등 시민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평택시의회가 마련한 ‘평택농악 현안 문제 논의를 위한 간담회’에서 괴롭힘 가해자는 사무국장 지위로 참석해 ‘제3자가 무형문화재 단체의 내부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는 취지의 항의성 발언을 해 시의원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또 이 단체는 고용노동부가 괴롭힘 사건으로 판단한 근거 규정인 ‘복무규정’, ‘징계양정규정’을 폐지하는 등 괴롭힘 사건 재발 시 피해자 권리구제를 어렵게 한 정황도 드러났다.

◆평택시 문화예술과···도 넘은 농악보존회 감싸기 행정

이런 상황에서 평택시는 이 단체 요구사항이 반영된 ‘평택시 무형문화재 보존 및 지원 조례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시민단체 반발로 전면 보류하는가 하면, 전승지원금과 행사보조금 출연료의 중복지급 지적에 대해 “이중지급은 아니지만 이중지급으로 보여 지급하고 있지 않다”는 황당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또 보조금 교부 및 정산 과정에서 수입금을 누락해 지방보조금법을 위반했음에도 이를 시정조치하지 않아 ‘직무유기’ 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감사에서 지적된 ‘예술인 보호법’ 위반에 대해 수개월째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등 농악보존회에 대한 평택시의 감싸기 행정이 도를 넘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농악보존회 추경예산안, 누가 세웠나?

이런 와중에 이번 추경예산안을 두고 평택시 문화예술과는 ‘단체 요청에 따른 부서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예산안 결정에 정장선 시장과 김승겸 시의회 복지환경위원장의 힘이 실렸다는 전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정 시장은 사업보조금 추경예산 반영을 요청해 온 농악보존회와 면담을 가졌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정 시장은 “추경예산에 반영하면 할 수 있겠냐”고 물었고 농악보존회가 “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부서인 문화예술과장과 팀장이 배석한 자리에서 정 시장이 이 같은 발언을 했다면 이는 사실상 예산 반영을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정 시장은 “면담 때 예산 지원 얘기는 없었다. 바뀐 대표가 인사 차 온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어 “실무선에서 예산을 다시 살리는 게 좋겠다고 했고 의회도 타당하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올린거지 의회에서 하지 말라고 하면 올렸겠냐”고 덧붙였다.

시 문화예술과와 시의회가 같은 의견이라고 해석되는 대목인데 이는 김승겸 복지환경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와 관련해 장일현 문화예술과장은 ‘노코멘트’라고 답했으나 김 위원장은 “문화예술과와 상의했다”며 추경안을 의논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전국웃다리농악경연대회는 (올해 대회를 못 열게 되면) 시상 승격에 문제가 생기고 무형문화재축제도 큰 행사이기 때문에 재고하게 된 것”이라며 “하던 것을 완전히 안 할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시민단체, “평택시, ‘피해자 구제·제도 개선’ 뒷전···단체 예산로비에 부화뇌동”

농악보존회에 대한 평택시의 행정이 괴롭힘 사건 해결과 피해자 회복은 외면한 채 단체 이익 챙겨주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웃다리농악경연대회는 평택시민이 관람하는 공연행사도 아닌데다 시상금만 수천만에 달하는데 전액 시 보조금으로 지원되는 행사여서다. 게다가 현재 장관상인 대회 시상을 국무총리상으로 승격하기 위해 시 혈세를 지원한다는 것인데 지방재정 투입 명분으로 옹색하다는 지적이디.

시민단체 대표 A씨는 “2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괴롭힘 피해자는 잊혀지고 있다. 현재도 단체 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평택시가 피해자 구제 방안과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나 지침 마련은 뒷전이고 단체 예산로비나 들어주고 있으니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고 힐난했다.

또 “괴롭힘 사건을 조그마한 내부 갈등으로 치부하며 3자 개입 말라더니 뻔뻔하게 대회 시상 승격을 위해 예산을 요청하고 있다. 평택농악의 명예를 실추시켜 예산 받을 자격도 없는 단체에 혈세를 지원하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농악보존회가 주최·주관하는 대회의 시상 승격에 차질을 초래한다는 명분으로 시민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이 단체의 예산로비에 부화뇌동하는 꼴”이라며 “평택시와 시의회는 부도덕하고 부적격한 단체를 지원한다는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민구 기자 mkbae12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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