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 이전공공기관 지정…노조 "尹정부, 법치주의 훼손" 반발
2023-05-03
[스마트에프엔=권오철 기자]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추진되고 있지만 산업은행측은 이전에 따른 경제성·타당성 검토나 이전계획 수립 등은 하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마디로 '무 검토, 무 계획 이전 추진'인 셈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밝힌 '3억원 규모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컨설팅 계획'은 9개월이 지나도록 시도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종민 의원이 산업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달 27일 국회에 제출한 '한국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량 강화방안 마련' 컨설팅 보고서 외에 이전과 관련해 진행하거나 작성 중인 보고서는 "없다"고 밝혔다.
'한국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량 강화방안 마련' 보고서는 부산 이전을 전제로 효과적인 이전 방안을 제시할 뿐 이전에 따른 경제성을 분석한 타당성 검토는 없었다.
하지만 강 회장은 지난해 11월1일 국회 정무위원회 백혜련 위원장에게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해 "1·2차 컨설팅이 있다"며 "1차 컨설팅은 국회가 법(산은법 제4조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에 둔다) 개정을 하기 전 이전의 타당성·비전 등을 정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강 회장은 2차 컨설팅에 대해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킨 이후 직접적으로 가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할까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백 위원장은 "법 개정이 되고 나서의 컨설팅 비용은 지금 책정할 필요 없다"며 "그건 언제 될지 굉장히 부정확한 시기"라고 지적했으며, 강 회장은 "전체 계획을 세워둬야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1·2차 컨설팅 비용은 15억원으로 책정됐다. 그런데 산업은행은 3억원짜리 1차 컨설팅은 건너뛰고, 아직 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12억원짜리 2차 컨설팅 보고서를 '한국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량 강화방안 마련'이란 제목으로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선행돼야 할 1차 컨설팅은 시작조차 않고 있는 것이다. 타당성 검토뿐 아니라 이전 부지, 신사옥 규모, 소요 자금, 이주직원 지원대책 등 실제 이전 상황을 설계하는 '이전 계획' 조차 수립하지 않은 셈이다.
산업은행은 김 의원 측에 "이전 부지, 신사옥 규모, 이주직원에 대한 지원대책은 등은 이전계획 수립 시 확정할 예정"이라며 "이전계획 수립은 산은법 개정과 연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 측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이 같은 자료를 넘겨 받은 것은 지난 3일이다. 현재 상황이란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서울시민이 부산으로 여름휴가를 가도 사전에 경제적 사정을 따져본다"며 "하물며 국가 중대사안인 산업은행 이전을 결정하면서 구체적인 타당성 검토도 없고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이전의 명분으로 내세운 국토균형발전의 취지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제대로 된 평가연구용역 결과조차 없이 강행하는 이전은 마차가 말을 끌고 가는 상황과 같다"고 꼬집었다.
'마차가 말을 끌고간 결과'는 처참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 2월 사측이 시도조차 하지 않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한국재무학회에 맡겨 지난달 31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재무학회는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10년에 걸쳐 기관 손실 7조39억원과 국가경제 재무 손실 15조4781억원의 누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본보는 '무검토·무계획' 부산 이전 추진과 관련해 산업은행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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