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A증권사 라임펀드 분쟁조정일자 사전유출 논란

A증권사 임원 "금감원, 2021년 6월 분쟁조정일자 통보했다"
라임펀드 피해자 측 "우린 통보 못 받아…불법·불공정성 드러나"
금감원 측 "2021년 7월 양측 동시 통보"…6월 통보 관련은 '침묵'
권오철 기자 2023-05-17 11:25:35
[스마트에프엔=권오철 기자]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 관련 분쟁조정일자를 분쟁조정 피신청인인 A증권사 측에 사전 유출한 정황이 뒤늦게 확인됐다. 사건이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회부되면 그 사실을 신청인과 피신청에게 동시에 통지해야 하는데, 이 점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분쟁조정 신청인인 라임펀드 피해자 측은 금감원의 불법적 정보 유출 및 분쟁조정의 공정성을 조사해달라고 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감사원은 해당 민원을 금감원으로 이송, 금감원으로 하여금 '셀프 조사·답변'을 하게 했다. 

금감원은 해당 민원에 답변을 하면서도 피해자 측이 증거로 제시한 불법적 정보 유출 정황에 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금감원 측은 본지와 통화에서도 "법적으로 분쟁조정일자를 신청인과 피신청인에게 동시에 안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원론적인 답만 내놨다. 피해자 측은 한 번 더 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감사원 측은 "특별한 문제점을 찾을 수 없다"며 민원을 종결처리했다. 본보는 이 같은 판단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감사원 측에 문의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금융감독원. 사진=권오철 기자 

17일 본보가 입수한 'A증권사 라임펀드 관련 회의록'에는 지난 2021년 6월 22일 교대역 인근 모처에서 진행된 라임펀드 피해자 측 대표 2명과 A증권사 측 관계자 3명이 참석한 회의(이하 회의) 내용이 담겨 있다. 회의에 참석한 A증권사 사내 변호사가 작성한 해당 회의록에는 김모 A증권사 상무(CCO)가 "A증권사 분쟁조정 일자가 확정됐다는 감독원 측 통보를 받았다. 7월 13일이라고 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적혀 있다.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것은 2019년 10월이지만, 판매사인 A증권사 측의 배상 비율을 결정하는 분조위는 1년여가 지나도록 추진되지 않았다. 그런데 김 CCO가 금감원 측으로부터 '7월 13일'이란 분쟁조정 확정 일자를 통보받았다고 밝힌 것이다. 바꿔 말하면, 금감원이 피해자 측에 알리기에 앞서 A증권사 측에만 분쟁조정 일자를 미리 통보했다는 말이 된다. 사실일까? 

'7월 13일'은 실제 A증권사 분쟁조정 일자로 확인됐다. 피해자 측은 A증권사 측으로 받은 회의록을 읽으며, 뒤늦게 김 CCO의 발언에 주목했다고 한다. 이어 금감원에 "왜 피해자 측에는 분쟁조정 일자를 알려주지 않느냐"고 강하게 항의하자, 그제서야 금감원은 피해자 측에 '7월 13일에 분조위가 열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때는 김 CCO가 밝힌 2021년 6월 22일보다 약 2주가량이 늦은 시점이었다.  

A증권사 측과 라임펀드 피해자 측이 지난 2021년 6월 22일 교대역 인근 모처에서 진행한 회의 내용이 담긴 회의록 일부. A증권사 측 CCO가 'A증권사 분조위 일자가 확정되었다는 감독원 측 통보를 받았음. 7월 13일이라고 함'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해당사자의 어느 한쪽이 분쟁조정 일자를 미리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A증권사 분쟁조정은 피해자 수백명과 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대한 배상비율 및 계약취소 여부를 판정하는 엄중한 사안이었다. 분쟁조정 당일에는 A증권사 측과 피해자 측이 치열하게 입장을 밝히고 심의위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기도 했다. 분쟁조정 일자를 미리 알면 그만큼 오랜 기간 준비를 할 수 있어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피해자는 "분쟁조정의 규모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아무리 많은 준비를 해도 모자랄 것"이라며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사안에서 일반 피해자에게 먼저 날짜를 알려주고 준비를 하도록 해도 '선수'인 금융사와 균형을 이루기가 쉽지 않은데, 금감원은 양측에 비슷한 시점에 날짜를 통보하는 '형식적 공정성'도 깨버리고 오히려 A증권사에 날짜를 유출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감원이 분쟁조정일자 외에도 분쟁조정에서 제기되는 주요 논쟁점, 실제 참석하는 분쟁조정위원 명단 등 또 다른 주요 정보도 A증권사 측에 유출한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A증권사의 직원이 2021년 6월 법원으로부터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해 '사기적부정거래' 판결을 확정받았기 때문에, 한 달 후 진행된 분조위에선 '계약취소 및 전액배상' 결정이 나왔어야 한다는 시각이 많았으나, 실제로는 일부 배상 결정에 그쳤다"면서 "금감원이 A증권사에 정보를 유출한 것을 생각하면, '처음부터 불공정한 판을 짜놓았던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의심조차 든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은 지난해 6월 'A증권사 분쟁조정일자 불법적 사전유출 및 분쟁조정과정을 조사해달라'며 감사원에 제보했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를 금감원으로 이송하며, 금감원이 직접 회신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같은 해 8월 회신 공문을 통해 "(A증권사 라임펀드) 사건은 2021년 7월 5일 위원회에 회부됐으며, 2021년 7월 13일 분쟁조정 개최 내용을 2021년 7월 5일 신청인 및 피신청인에게 공문으로 송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 측은 피해자 측이 증거자료로 제시한 A증권사 회의록에 대해선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다. 

피해자 측은 회신을 받은 직후 "금감원이 저지른 불법행위인데 금감원에 이송해 답변하도록 한 것은 불법행위를 덮으라는 의미 외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라며 감사원에 재차 민원을 넣었다. 이에 감사원은 "금감원의 업무처리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찾을 수 없다"면서 감사제보를 묵살했다.

감사원 역시 피해자 측이 증거자료로 제시한 A증권사 회의록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본보는 증거자료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결정을 한 이유를 듣고자 감사원 대변인실에 문의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분쟁조정일자는) 법적으로 신청인·피신청인에게 동시에 안내하는 게 원칙"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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