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사태, 씨티·신한 보상 방침 확정… 산업은행 나 홀로 “배상도 보상도 불가”
2020-12-16
[스마트에프엔=권오철 기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Knock In Knock Out) 피해기업들로 구성된 키코 공동대책위원회(키코 공대위)가 1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키코 배상이 이행돼야 한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공대위가 금융당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은행을 필두로 키코를 판매한 은행들이 금감원의 키코 배상 결정을 불수용하면서 발발한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금감원 측은 탄원서를 이 원장에게 전달하고 그 결과를 키코공대위 측에 알려주기로 했다.
키코 공대위와 금융피해자연대 등 시민단체는 13일 오전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은 금융감독원이 결정한 키코 피해자 배상을 이행하라"고 외쳤다.
이어 "대한민국 전 정부가 '키코 척결 공약'을 미이행하고 산업은행과 시중은행들의 배상 수용 거부를 수수방관하고 방치했다"면서 "금감원의 은행 감독력은 명분을 잃고, 국가는 대국민 공약을 안 지키는 위선으로 피해기업들에게 희망고문을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은행들이 금감원 분조위의 배상 결정을 수용하고, 국가는 대국민 공약을 이행하여 키코 사건이 완결되도록 해주실 것을 이복현 금감원장께 간곡히 탄원드린다"고 강조했다.
황택 키코 공대위원장은 스마트에프엔과 통화에서 "기자회견 직후 금감원 측과 면담을 진행했다"면서 "전 정부에서 직무유기한 것을 윤석열 정부에서 법치와 정의에 따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금감원 측은 이복현 원장에게 전달하고 결과를 알려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키코는 외화를 주로 취급하는 기업들이 2007~2009년 환률 변동에 따른 손해를 회피해기 위해 계약한 상품으로, 다수 은행들이 판매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투기성 상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들은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리고 키코를 적극적으로 권했으며, 수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키코로 인해 도산하는 비극을 초래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판매된 키코는 관련 각국에서 금융사기로 판단했다. 우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민사소송 판결에서 키코의 사기성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일부 기업에 대한 적합성 원칙 위반 및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이는 대법원이 키코의 일부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것으로 간주됐다.
이를 토대로 2019년 12월 금감원 분조위는 과거 소송을 하지 않은 149개 키코 피해기업 중 일성하이스코, 재영솔루텍,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등 4개 표본 기업에 대한 키코 불완전판매를 인정하며, 가해은행들에게 손해배상을 결정·권고했다. 그러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필두로 신한·하나·대구·씨티은행 등은 2020년 3~6월 해당 권고를 불수용했다. 다만, 우리은행은 일성하이스코, 재영솔루텍 등 2개 기업에 42억원 규모의 배상을 완료했다.
이후 논란이 계속되자, 씨티·신한·대구은행 등은 2021년 초 일부 피해기업에 대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여전히 분조위의 '배상' 결정에 대한 불수용 입장을 견지한 입장이었다. 또한 이들 은행들은 보상 기업 리스트 및 보상 규모를 공개하지 않아 피해기업을 기망하는 '보여주기식, 깜깜이 보상'이란 비판을 받았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분조위 조정결정서 기준 11개 가해은행이 피해기업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총 1조1000억원에 달한다. 키코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는 이유다.
댓글
(2) 로그아웃지금이라도 진정한 사과와 피해보상을 하도록 정부의 노력을 기대합니다
16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