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설비 투자 늘린 철강업계…'전기요금 폭탄' 우려
2023-04-11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정부가 15일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8원 인상한다고 밝힌 가운데 전력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 철강 등 업계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철강업계는 저탄소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전기 기반의 친환경 탄소배출 저감 설비 투자에 주력하고 있어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전기·가스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국전력 이사회, 산업부 전기위원회 등 공식 절차를 거쳐 인상이 이뤄졌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오는 16일부터 인상 요금이 적용되며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반의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국내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를 비롯해 가전, 휴대전화 등의 판매 부진과 전기요금 인상 등 고정비용 증가로 올해 1분기 역대 최악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 업체도 1분기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 감소하면서 최악의 실적을 달성했다.
철강업계는 국제사회의 탈탄소 정책 수립, 이해관계자의 구체적인 탄소감축 이행 요구, 저탄소 제품 수요 증대 등의 니즈를 수용하기 위해 전기로를 고도화하거나 신설하고 있다.
전기로는 전극에 전류를 흐르게 만들어 전극과 철스크랩(고철) 사이에 발생하는 고온의 아크열을 이용해 쇳물을 만드는 설비를 말하며 기존 고로보다 탄소배출을 98%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지난 1분기 전기요금 인상으로 적게는 400억원에서 많게는 2000억원 이상의 원가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3분기 고정비용은 1분기 대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는 1분기 전기요금 인상에도 글로벌 시황 악화로 제품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원가 부담을 감당했다. 하지만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제품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에 따른 원가 부담을 업체가 고스란히 감당했다”며 “2분기도 실적 악화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 혜택이 없다면 제품가격 인상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는 기업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전기요금에 대한 부가가치세율(10%) 한시 인하와 직접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용요금제의 요금가격 인하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은 에너지 위기로 인한 국민부담 경감을 위해 전기, 가스 등 에너지 요금에 대한 부가가치세율을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기존 10%였던 전기요금에 대한 부가가치세율을 5%로, 21%였던 가스요금에 대한 부가가치세율을 5%로 대폭 인하한 바 있다.
유럽 주요국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100%(영세율 적용)까지 부가가치세율을 한시적으로 인하함으로 국민들이 인플레이션 위기의 파고를 견딜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에너지 요금에 대한 부가가치세율(10%) 한시 인하 조치가 이번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며 “다만 추가적인 재정소요를 최소화하면서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당장의 고통을 견디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애초 직접PPA 제도의 취지는 RE100 이행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오히려 직접PPA 전용요금제의 도입으로 비용이 인상되면서 RE100 이행기업과 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 간의 PPA 계약이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만 정부가 반도체 기업인 TSMC의 RE100 이행을 위해 송전망 이용요금의 90%를 지원했다”면서 “우리 정부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RE100 이행기업의 원활한 재생에너지 조달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직접PPA 전용요금제의 요금가격 인하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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