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48)제주항공 취항사 7

김효정 기자 2023-04-08 06:25: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바라던 회사 이름을 얻은 제주항공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제주항공은 2005년 10월25일 제주도청에서 CI와 비행기 동체 도안을 발표했다. 제주도의 영문이니셜 ‘J’를 사용하고, 제주를 상징하는 돌하르방의 웃는 모습을 친근감 있게 표현했으며, 경쾌하고 밝은 이미지의 감귤색을 적용한 기업통합이미지를 공개했다. 기존항공사의 CI가 중후하고 고급스런 이미지라면 제주항공 CI는 새롭게 출발하는 젊은 제3민항의 이미지를 감안해 심플함과 신선함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제주도 이니셜 'J'는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했으며, 돌하루방의 웃는 모습은 제주항공을 통해 고객이 느끼는 행복하고 즐거운 이미지를 담아냈다. 여기에 감귤색으로 항공산업의 신규주자로서 젊고 신선한 서비스 지향적인 항공사의 이미지를 담아냄으로써 '즐겁고 친근한 항공사'라는 디자인 콘셉트를 완성했다.


한국산업은행은 2005년 11월2일 "제주항공이 대출할 예정인 1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을 12월초까지 대출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대출자금의 80%는 5대의 항공기를 구입하는데 사용하고, 나머지 20%는 제주항공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산업은행은 이어 "제주항공 대주주인 애경그룹은 초기에 운용리스 방식을 원했지만 협의과정에서 운용리스의 금리가 더 비싸 제주항공에게 오히려 불리하다는 점이 드러나 산업은행에서 전액 대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대출만기는 10~12년으로 결정됐다. 한국산업은행이 주관한 프로젝트파이낸싱에는 8개의 국내외 금융기관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제주항공은 5대의 신형 터보프롭 항공기를 일시불로 구입할 수 있었다.

제주항공이 2006년 1월22일까지 일반관리직, 영업운송직, 객실승무원, 운항관리사 등 분야별로 경력 및 신입사원 90명을 모집했는데 96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려 평균 106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경력직은 43명 모집에 2077명이 지원해 49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신입 인턴사원은 47명 모집에 7500여명이 지원해 16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객실승무원은 26명 모집에 4300여명이 지원해 당시로서는 항공업계 역대 최고경쟁률 165대 1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경력직은 항공사 25년 이상 등 해외 항공사는 물론 기존항공사에서도 지원자가 상당수에 달했다.

제주항공이 채용한 조종사 대부분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출신으로 비행경력 10∼30년의 베테랑급이었다. 2006년 4월까지 채용된 조종사는 대한항공 출신 20명, 아시아나항공 출신 12명, 공군 및 외국 항공사 출신 6명 등 모두 38명이었다. 경력별로는 30년이상 14명, 20∼29년 3명, 10∼19년 6명, 10년미만 15명 등으로 나타났다. 베테랑급 조종사들이 74인승 프로펠러 기종을 조종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거액의 스카우트 비용을 썼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조종사들의 임금은 기존항공사보다 오히려 깎였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대신 이들 조종사에게 ‘63세 정년’을 보장했다. 또 장거리 노선이 없다는 장점을 강조하면서 출퇴근이 가능한 근무여건 때문에 직무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제주항공은 “조종사 가족이 더 좋아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조종사들이 돈보다 가족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쯤 되자 2006년 상반기 내내 언론에서는 ‘제대로 된’ 항공사가 뜬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뉴스가 많이 나왔다. 이와 함께 제주도에는 전국 각 지자체에서 지역항공사 성공노하우를 들으려는 공무원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고, 제주항공에는 목포공항, 예천공항, 원주공항 등 공항을 가지고 있는 전국 각 지자체에서 취항 요청이 몰려들었다.

취항을 3개월여 앞둔 2006년 2월21일 제주항공에서는 첫 마케팅회의가 열렸다. 제주항공 마케팅회의는 현재까지도 매월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데 취항을 앞둔 2월에 처음 열렸다. 제1차 월간마케팅회의에서 논의되고 결정된 제주항공의 운영전략은 아래와 같았다.

1) 고객이 단순히 요금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제주항공을 택할 것인가? 단지 싼 요금만을 선호하는 고객을 타겟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제주항공의 타겟은 저렴한 운임을 선호하는 계층의 니치마켓(Niche Market)으로 해야 한다.

2) 회사는 작지만 매우 친절한 이미지를 주자. 제주항공은 기존항공사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유니크(Unique)한 기내서비스와 기본음료를 제공하는 항공사로 포지셔닝하자.

3) 우리의 장점을 강조하고 단점은 잘 포장하여 장점으로 부각시키는 스킬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낮은 고도의 운항으로 지상의 지형을 볼 수 있으며 피로감을 덜 느끼고, 어린이승객은 기압을 덜 느낄 수 있는 것은 장점으로 포장하자.

4) 기존항공사에 대해 분석은 하되 따라하지는 말자. 기존항공사와 비교해 비슷하면 망한다. 성공요인은 아이디어와 전략이다.

제주항공은 취항을 2개월 앞둔 2006년 4월5일 제주도민과 국내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 청약을 접수한다고 발표했다. 우리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정하고 2006년 4월11~13일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52만주(26억원), 국내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40만주(20억원) 등 92만주(46억원)에 대한 주식청약을 접수했다. 최저 청약주식수는 10주, 최고청약한도는 4만주까지 청약할 수 있고, 공모가는 5000원이었다. 우리투자증권은 2006년 4월13일 일반공모 청약을 마감한 결과 평균 1.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그룹별로는 제주도민이 52만주 배정에 1.35대 1, 일반이 40만주 배정에 1.19대 1의 경쟁률을 각각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애경그룹 150억원과 제주도 출자 50억원 등 자본금 200억원으로 설립됐고, 2006년 6월 취항 이전에 도민주 공모와 국내투자자 주식청약을 통해 46억원, 한국산업은행 전환사채 50억원, 애경그룹 추가투자 104억원 등 총 200억원이 추가 조성돼 자본금은 400억원으로 늘어났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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