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2004년 11월11일 오후 제주도청 회의실에서 지역항공사 사업파트너 선정을 위한 제안서심사위원회(위원장 김한욱 행정부지사)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최종 선정했다.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2개 업체 가운데 한 곳이었던 ㅇ그룹은 다름아닌 애경그룹이었다. 제주도는 그룹의 신규사업 업무를 총괄하는 에이알디홀딩스(ARD Holdings, 대표 채형석) 등 애경그룹 6개 계열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대표 제안사인 ARD홀딩스는 제주지역항공사 사업제안서를 통해 애경산업, 애경유화, 애경화학, 애경개발(중부CC 운영사), 디피앤에프(DP&F, AK면세점 운영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회사 설립때 150억원을 출자하고 항공기 도입 이전인 회사 설립 2년차에 추가로 200억원을 증자하겠다고 제안했다. 애경그룹은 창업주인 고 채몽인(蔡夢印, 1917~1970) 선대사장이 제주판관과 대정현감을 지낸 채구석(蔡龜錫, 1850~1920)의 아들로 제주 출신이어서 창업주의 유지(遺旨)를 살리는 차원에서 제주지역항공사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다.
제주도의 우선협상대상자 최종 선정 발표현장에서 김태환 제주도지사에게서 의미 있는 발언이 나왔다. 김 지사는 제주지역항공사를 “출발부터 정기 항공운송사업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인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기항공사 얘기가 처음 나왔다. 제주지역항공사에 대한 제주도의 애초 계획은 부정기항공사였다. 제주도는 2002년 10월30일 가칭 ‘㈜제주지역항공사’ 설립계획을 확정할 당시, 사업형태를 항공법에 의한 부정기 항공운송사업으로 등록 후 정기 항공운송사업 면허 취득을 병행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하지만 정기항공사 전환시기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않았다. 그만큼 정기항공사가 시급한 과제도 아니었고, 설립대상인 지역항공사는 부정기항공사로서도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항공업계의 현실에서는 정기항공과 부정기항공의 차이점은 매우 컸다. 항공법에서 요구하는 부정기항공사의 자본금이 50억원이었다면 정기항공사의 자본금은 4배 많은 200억원이었고, 부정기항공사는 항공기 1대로 면허를 받을 수 있었지만 정기항공사는 5배 많은 항공기 5대를 보유해야 했다. 또한 정기항공과 부정기항공의 차이점은 이 같은 자본금이나 보유항공기의 차이 정도를 넘어섰다. 부정기항공사 면허는 한성항공 급의 면허를 말하는 것이었고, 정기항공사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과 동급의 면허를 말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부정기항공사가 지역항공사를 표방하는 국내선 전용 항공사를 말하는 것이었다면 정기항공사는 이를 한참 뛰어넘은 국내 3번째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3의 정기항공사’를 의미하는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얘기였다.
그런데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제주지역항공사 출발부터 정기 항공운송사업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인가를 받겠다”는 이날 발언은 사실 제주도의 정책변화는 아니었다. 제주지역항공사의 출발이 부정기항공사에서 정기항공사로 수정된 것은 애경의 뜻이었다. 애경은 항공사업 진입을 위한 2004년의 설계 단계에서 부정기항공사는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처음 출발부터 정기항공사를 염두에 뒀고, 국내선 운항이후 곧바로 근거리 국제선 취항이라는 내부계획을 짜두었다. 다만 만만치 않은 국내 3번째 정기항공사 면허를 받기 위해서는 제주도의 정치적 노력과 함께 기존항공사들의 거센 반대논리를 극복해야 한다는 사전과제가 앞에 놓여 있었다. 때문에 애경은 제주항공 취항이후 한동안 국제선 취항계획을 애써 감추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애경이 제주지역항공사 사업파트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그룹CEO였던 채형석(蔡亨碩) 부회장이 주목을 받았다. 채 부회장은 애경그룹 창업주 고 채몽인 선대사장의 장남이자 제주판관과 대정현감을 지낸 채구석의 손자이다. 채 부회장은 2004년 11월17일 김태환 제주도지사를 만나 그룹 차원에서 제주지역항공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채 부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항공사업에 대해 관심이 있었으며 제주도가 지역항공사를 설립한다는 것을 알고 6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지역항공사 설립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항공사 이름에 대해서는 “영어로는 ‘JEJU AIR’ 상표등록을 제주도가 갖고 있어서 문제가 없지만 ‘제주항공’은 애석하게도 이미 다른 사람이 상표등록을 해 놔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채 부회장은 “제주민항의 항공요금은 싸야 하는 게 당연하다. 기존항공사보다 요금을 싸게 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소형항공기가 운항유지비는 적게 들겠지만 비행시간은 김포공항을 기준으로 더 걸리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요금이 저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종과 관련해서는 “터보프롭 항공기는 제트항공기보다 안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며 “어떤 기종을 선택할지 2~3개를 놓고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채 부회장은 또 “도민주 출자 등 제주도민의 참여방안도 생각하겠다”며 “제주도와 지역항공사 설립에 따른 협약을 체결한 뒤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고 제주도에 사무실을 마련해 운영할 계획이다. 취항전에 자본금을 4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 부회장은 “제주도는 민항에 가장 좋은 여건을 갖고 있다”며 “제주에서 실패하면 우리나라는 지역민항이 안되는 것으로 결론이 나기 때문에 이 사업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2004년 12월16일 제주도청에서 제주도와 애경그룹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지역항공사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애경은 제주지역항공사에 대해 ‘민간항공사업’과 ‘저비용 민간항공’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애경은 협약에 따라 2005년 1월중 제주도에 본사를 둔 제주항공 법인설립을 완료하고, 2005년 항공기 도입 및 인력채용, 시설 확보, 정기 항공운송사업 면허취득 등의 절차를 마무리하고, 2006년부터 본격 취항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제주도와 애경그룹은 이날 협약을 통해 주식회사 형태로 자본금 400억원(제주도 50억원, 애경 350억원)의 항공사를 설립하고 70~80인승 터보프롭 항공기 5대를 도입해 제주를 기점으로 서울, 부산, 대구 등 3개 노선에 기존항공사의 70% 수준의 요금으로 운항키로 했다. 항공사 설립시 최초 자본금은 150억원(제주도 50억원 ARD홀딩스 51억원, 애경컨소시엄 5개사 49억원)이며 정기 항공운송사업 면허 신청 이전까지 자본금을 200억원으로 늘리고, 운항 개시 이전에 자본금을 400억원으로 증자키로 했다.
제주지역항공사의 법인명칭은 '제주에어(Jeju Air)'로 결정됐다. 당초 '제주항공'을 우선 검토했으나 서울에 사는 모 인사가 이미 이 상호를 등록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차선책으로 제주에어가 선정됐다. 처음에는 제주에어 대신 ‘제주에어라인’(Jeju Airlines)을 검토했으나 약자가 JAL이 되어 제외시켰다.
제주에어는 2005년 1월25일 제주지법에 법인설립 등기를 마치고 공식출범했다. 설립자본금 150억원으로 출범한 ‘주식회사 제주에어’의 본점은 제주시 연동 2331의4 LG화재 제주빌딩에 뒀다. 제주에어는 2005년 3월25일 개소한 제주본사 외에 2005년 2월4일부터 서울사무소를 서울 구로구 구로동 82번지 도진빌딩 6층에 두고 2006년 상반기 취항을 목표로 인.허가, 운항 준비 및 전문직 교육훈련계획 수립, 인력 확보 등의 업무를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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