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시행이후 10년이 흐르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항공기 여행이 본격적으로 늘면서 제주여행 수요 또한 증가세를 보였다. 항공수요가 늘면서 대한항공 독점체제에서 아시아나항공이 가세하여 양대항공사 체제가 되었지만 우리나라 항공시장은 공급자 중심의 시장으로 지속적인 운임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1999년 10월 항공운임 인상 발표에 제주도는 10월1일 “제주노선 항공요금을 인상하면 제주를 찾는 관광객 감소로 관광산업이 위축되고 특히 신혼여행객 등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제주노선 인상만은 유보하거나 다른 지역 노선과 달리 제주노선 인상폭은 줄여 달라는 대정부 건의를 했다. 이 같은 대정부 건의내용을 이른바 육지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얼핏 생각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되는 아주 이기주의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제주도라는 지정학적 특수성을 감안해야 다소 이해가 간다. 제주도는 고속도로도 없고 철도도 없다. 그래서 정부의 SOC(Social Overhead Capital) 혜택이 제주도에는 손길이 전혀 닿지 못한다. SOC는 ‘사회적 간접자본’, ‘사회자본’, ‘간접자본’ 등으로 불리는데, 일반적으로는 도로, 철도, 항만 등 산업발전의 기반이 되는 여러가지 공공시설을 통틀어 지칭한다.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확충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는 항만 외에 고속도로와 철도 시설이 없다. 육지인에게 항공교통은 고속도로나 고속철도 외의 보조수단인 데 반해 제주도 사람에게 있어서 항공교통은 여행수단이 아닌 대중교통수단이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그리고 다시 1년 반이 지난 2001년 3월20일부터 대한항공이 또다시 국내선 항공요금을 평균 12.1% 인상키로 했으며, 아시아나항공도 곧 요금을 인상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제주도민들은 1년여 만의 재인상에 강력 반발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2001년 2월26일 대한항공의 항공요금 인상에 따라 제주도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항공사의 요금인상 횡포에 장기적으로 대처하고 안정적인 교통수단 확보를 위해 항공사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우 지사는 "항공전문가와 관광전문가들로 연구팀을 구성해 제주도 차원의 민관합작 항공사 설립에 따른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며 "연구팀은 새로운 민간항공사의 유치 등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처음 밝혔다.
이 같은 우 지사의 신규항공사 설립 검토 발언은 2001년 2월26일에 나온 것인데 이는 K-LCC 역사상 가장 빠르다. 한성항공의 전신 충청항공이 2003년 5월19일 설립되었는데, 제주도에서는 2년여가 빠른 2001년 2월에 이미 제주도청 공무원들이 항공사 설립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제주도가 구상한 항공사의 초기 모습은 K-LCC라기 보다는 한없이 올라가는 항공운임에 대항하는 즉, 기존항공사보다 싼 ‘제주도의 항공사’였다.
제주도는 대한항공의 국내선 항공요금 인상이 발표된 이후 지방의회, 관광·경제계, 문화·예술계, 시민단체 등에서 항의시위, 삭발투쟁, 불매운동, 성명서, 건의서 발표 등이 잇달아 이어지며 범도민 항공요금 인상철회운동으로 들끓었다. 이에 제주도는 2001년 3월7일 건설교통부에 항공운임 및 요금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항공사 측에 사업개선 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또 이번 기회에 항공요금의 합리적 관리를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줄 것과 섬 지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제주 등 운항 적자노선에 대해 정부가 손실보전을 제도적으로 강구해줄 것도 건의했다.
제주도의 이 같은 요구에 건교부와 대한항공의 답변은 “어쩔 수 없다”였다. 건교부는 ‘국내선 항공요금 체계를 현행 자율요금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해 달라’는 제주도의 건의와 관련, “항공사 간 경쟁을 통해 서비스 개선 및 이용객 편의를 증진한다는 취지아래 사전예고제로 전환했다”며 부정적 견해를 회신했다. 대한항공은 김포~제주 노선의 적자규모가 1998년 180억원, 1999년 38억원, 2000년 72억원 등이며 유류값 상승 등으로 인해 항공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제주도민의 시각에서는 건교부와 대한항공이 이른바 ‘육지적’ 논리에서 한 치의 양보도 보여주지 않자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등 127개 단체는 ‘항공요금 인상저지 범도민투쟁위원회’(이하 범투위)를 구성하고 2001년 3월9일 제주시 애향운동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고 항공료 인상에 항의했다. 범투위는 “대한항공은 항공료 인상방침을 철회하고, 정부는 항공법을 개정해서 항공료 신고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범투위는 또 항공운송업을 ‘필수 공익사업’의 범주에 포함시켜 적자노선에 대해서는 손실보전을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제주도민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범도민 투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이번엔 아시아나항공이 기름을 부어버렸다. 아시아나항공은 2001년 4월2일부터 평균 11.8%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마저 국내선 요금을 인상키로 하자 제주도민들의 반발은 한층 거세졌다. 특히 범투위가 국회와 건설교통부 등을 방문해 대한항공의 요금인상 철회를 요청한 바로 그날(3월13일) 아시아나항공에서 전격적으로 요금인상 계획을 발표해 제주도민들은 더욱 불쾌해했다.
제주도는 “3월9일 대한항공의 요금인상에 반대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었는데 아시아나항공마저 덩달아 요금인상에 나서 허탈한 심정”이라며 “법적, 행정적으로 가능한 대처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3월14일 긴급간부회의를 열고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항공사 설립을 위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 활동에 힘을 실어주라”고 지시했다.
애초 제주도에서 2001년 2월26일 처음 내놓은 신규항공사 설립 검토는 장기적인 과제로 다각적인 방안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2001년 3월과 4월 잇단 두자릿수 운임 인상 발표는 제주도민들에게 불쾌감을 키운 꼴이 됐다. 제주도는 2001년 3월30일 지역항공정책연구단을 발족하고, 제주도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제3의 항공사’ 설립을 위한 검토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장기적인 과제에서 가장 시급한 선결과제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2001년 3월20일부터 대한항공 국내선 운임 인상과 4월2일부터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 운임 인상은 예정대로 이루어졌다. 육지를 오가는 제주도민의 90% 이상이 항공기를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항공사에게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피해의식이 팽배해진 제주도는 2001년 7월이 되자 제주도가 국내 최초로 추진하고 있는 항공사 윤곽이 나왔다.
큰 그림은 ‘제주지역항공사’로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운항중인 50인승 안팎의 중소형 항공기로 국내공항을 정기 또는 부정기로 운항하는 항공사가 모델이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기존의 ‘지역항공정책연구단’을 4월 ‘지역항공설립연구단’으로 확대 발족시켰다. 제주도는 2001년 7월말 외부용역을 실시한 뒤 2002년 2월 지역항공사 설립에 필요한 세부실천계획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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