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2001년 초부터 추진하기 시작한 지역항공사 설립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당시 항공법에서 항공사업면허를 정기항공과 부정기항공으로 나누고 있을 뿐 지역항공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애매했다. 또한 재원 마련과 수익성 확보도 문제였다. 부정기항공사업 면허에 필요한 자본금 50억원 외에도 항공기 구입 및 정비 등 항공인력 확보에 500여억원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제주도는 이에 2001년 8월7일 7000만원을 들여 교통개발연구원에 지역항공사 설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을 의뢰했다. 채산성 분석, 재원조달 방안 등을 알아본 뒤 타당성이 인정되면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살려 연륙항공교통망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항공사 설립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외국에서는 지역항공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섬들이 많아 제주지역항공사는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제주도가 모델로 삼은 해외항공사는 미국 하와이주의 알로하항공(Aloha Airlines)과 하와이안항공(Hawaiian Airlines), 중국 하이난성의 하이난항공(海南航空, Hainan Airlines), 일본 훗카이도의 홋카이도항공(北海道航空, Hokkaido Aviation)과 홋카이도에어시스템(北海道エアシステム, Hokkaido Air System) 등 주로 섬 지역에서 운항하고 있는 지역항공사였다.
첫 윤곽은 2001년 11월에 나왔다. 제주도로부터 ‘항공운송사업의 타당성에 관한 연구’ 용역을 맡은 교통개발연구원은 중간보고를 통해 정기 항공운송사업의 경우 면허취득이 불투명하고 자금도 많이 들어가므로, 등록제로 운영되는 부정기 항공운송사업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부정기 항공운송사업의 경우 자본금이 50억원 이상이라 소요자금이 적고 설립 가능성이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50인승 미만 항공기로 제한되는 것이 단점이었다.
이후 2002년 2월7일 교통개발연구원의 최종보고에서는 제주도를 거점으로 한 국내선 항공운송사업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항공사 설립 1차년도에 터보프롭 항공기 5대를 도입해 제주∼김포, 제주∼광주 노선에 투입하고, 3년뒤 다시 5대를 들여와 제주∼부산 등의 노선에 취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항공기 기종은 부정기 항공운송사업으로 출범할 경우 체코의 40인승 L610G 터보프롭 항공기가 비용면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자금은 1차년도에 114억원이 필요하고, 항공운임은 기존항공사보다 12∼25%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항공사 설립은 제주도가 최대주주가 되는 제3섹터형주식회사가 바람직하고, 50인승 미만으로 규제된 부정기 항공운송사업으로 시작한 뒤 장기적으로 정기 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하는 것이 낫다고 제안했다.
제주도는 2002년 10월30일 ‘㈜제주지역항공사’ 설립계획을 확정됐다. 제주지역항공사는 상법에 의한 주식회사 형태로 2003년 말까지 설립하기로 했다. 자본금은 200억원으로 하며, 50% 이상인 100억원 이상을 도내 자본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재원은 도외 자본을 유치하기로 했다. 사업형태는 부정기 항공운송사업으로 등록 후 정기 항공운송사업 면허 취득을 병행하기로 했다. 항공기는 50인승 터보프롭 항공기 5대를 들여와 제주~김포, 제주~광주 등 2개 노선을 2005년부터 부정기 운항하고, 향후 항공기 보유대수를 10대로 늘려 노선을 추가 운항키로 했다. 제주도는 이에따라 항공분야와 경영전문가, 학계,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15명 내외로 ‘지역항공사 설립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항공사 설립때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제주도의 제주지역항공사 설립작업이 생각보다 빠르고 구체적으로 추진되자 정부에서 반대와 우려 의견이 나왔다. 국영(國營)항공사도 없는 판국에 전국 광역지자체 중 가장 재정자립도가 낮은 제주도에서 도영(道營)항공사를 설립하면 ‘돈 먹는 하마’가 될 공산이 크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컸다. 즉, 제주지역항공사의 수익성 악화가 뻔하다는 우려였다. 제주도의회와 제주도 시민단체들은 원칙적으로 지역항공사 설립에 찬성입장을 보였지만, 추진방식에 있어서는 신중한 자세를 주문했다. 특히 재원마련과 수익성 확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부정적이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지역항공사는 제주도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용역결과 타당성 부분이 이미 검증됐고 철저한 안전성 검토를 거쳐 기종을 도입해 운항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2002년 10월30일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지역항공사 설립을 위한 경영컨설팅’을 의뢰했다. 타당성 연구에서 설립을 위한 경영컨설팅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그리고 1년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2003년 10월23일 중간보고에서 “제주도가 설립을 추진중인 지역항공사는 적절한 기종을 선택하여 저비용 정책으로 운영할 경우 설립 3년 이내에 흑자를 기록할 수 있는데다 항공요금도 기존항공사보다 30%가량 저렴하게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제주도가 민자를 유치해 주식회사를 설립, 80인승 이하 터보프롭 항공기 5대를 들여와 김포, 부산, 대구 등에 부정기 항공운송사업을 벌일 경우 3년 안에 경영흑자가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주식회사 자본금은 항공기를 구매할 경우 초기 도입비용 354억원과 준비자본금 46억원 등 400억원이, 항공기를 리스할 경우 280억원이 필요하며, 자본금은 제주도가 25%, 민간이 75%를 각각 출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도입기종은 채산성 및 안전성이 입증된 캐나다 봄바디어사의 Q400(78인승)이나 프랑스 ATR사의 ATR72(70인승) 중에서 선택하되, 안전성에서는 Q400이, 가격면에서는 ATR72 기종이 우수하다고 밝혔다. 참고로 ATR72 기종은 2005년 한성항공에서 도입해 총 4대까지 들여왔다.
제주도의 지역항공사 설립 추진에 속도가 붙자 아시아나항공에서 첫 반응이 나왔다. 2003년 10월3일 국내항공사 중 처음으로 제주도민에 한해 제주도와 다른 지방을 연결하는 모든 국내선 항공료를 10% 할인해 준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어 대한항공에서도 2003년 11월17일 제주도에 대한 파격적인 수준의 당근책이 추가로 나왔다. 대한항공은 2003년 12월1일부터 2004년 5월31일까지 6개월 동안 제주~김포, 제주∼부산 노선에 대해 시간대에 따라 정상운임의 20%를 할인해준다고 발표했다.
제주도의 제주지역항공사 설립에 대해 일부에서 반대와 우려의 의견이 나오고, 기존항공사들이 제주도민에 한해 항공운임을 할인해주는 등의 조치가 이어지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항공사를 굳이 설립할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2003년 12월1일 제주도의회에서 한 도의원이 우근민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최근 두 항공사의 요금인하 조치로 지역항공사 설립사업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진다"며 "기존항공사와의 항공료 차이가 줄어 지역항공의 이용률이 떨어질 경우 손익분기점 도달시한도 연장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도의원은 또 "2004년 4월 고속철도 개통으로 내륙지방의 항공기 수요가 줄면 도서지역인 제주도에 항공편이 집중 투입돼 그에 따른 제주도민의 항공기 좌석난 해결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우 지사는 제주도의회 답변에서 "두 항공사의 요금인하로 변화가 예상되지만 지역항공 설립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우 지사는 "제주도가 지역항공 설립계획을 발표한 이후 두 항공사는 더 이상 인상 없이 심지어 인하되고 있다"며 "만일, 제주도가 지역항공 설립을 중단할 경우 또다시 두 항공사의 요금이 오른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우 지사는 "지역항공사 설립을 포기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지만 설립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건설교통부도 지방항공 체제로 항공정책을 전환하려 하고 있다. 강원, 경남, 대전 등 타 지자체와 민간기업 등도 지역항공 설립 움직임이 있는데 제주도가 후발주자로 밀려나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며 설립의지를 거듭 밝혔다. 우 지사는 이와 관련해서 도의회에 "2004년 지역항공 설립을 위해 편성한 제주도 출자분 50억원의 예산을 반드시 통과시켜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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