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내어준 슬롯' 어떤 시나리오로 다가올까

세종대 황용식 교수, "슬롯은 생물과도 같아 어떤 시나리오로 다가올지 알 수 없어"
박재훈 기자 2023-03-13 09:25:50
[스마트에프엔=박재훈 기자]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해외 국가들의 심사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수 조건에 따라 대한한공의 슬롯을 해외 기업에 넘겨주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영국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이 떨어지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은 막혔던 물살이 어느정도 터졌다. 올해 안에 양사의 기업결합을 마무리하고자 했던 대한항공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인천-런던 노선의 슬롯 중 7개를 영국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내주면서 승인을 받았다는 점은 앞으로 남은 경쟁당국의 승인에서도 슬롯을 내어주게 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슬롯이란 항공사가 특정 공항에 특정한 날짜, 특정한 시각에 운항할수 있도록 배정된 시간을 말하며, 일종의 항공편 운항 권리이기 때문에 항공사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한번 주어진 슬롯은 일정기간, 횟수 등 조건을 지켜서 운항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은 영국 경쟁당국이 요구한 시정 조치안에서 기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가지고 있던 런던 히스로공항의 슬롯(대한항공 10개, 아시아나-7개)중 7개의 슬롯을 영국항공사 버진 애틀랜틱에게 제공하라는 것에 동의했다. 대한항공은 영국 경쟁당국의 승인은 자사가 제출한 시정조치가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하며, 위 승인이 앞으로 남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의 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지난8일 유럽연합(EU)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심사 기한을 8월3일까지로 연기하면서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이는 심사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세종대 경제학부과 황용식 교수는 “EU가 심사연기를 한 것은 기업결합에 있어 면밀하게 검토해야할 노선과 세부사항들이 다수 존재하기에 연장한 것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사연장은 거절의 의미가 아니라 검토하는 성격이 더 강하고 되려 승인을 거절한다면 단칼에 거절하는 것이 더욱 간단한 일이기에 심사를 연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U에도 슬롯 내어준다면...매출 및 항공비 부담 커져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될 뿐 승인까지 가는데 있어 차질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이번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위해서도 슬롯을 내어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한항공이 합병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각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을때마다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조건으로 내건 운수권·슬롯 반납 조치의 대부분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영국의 승인 말고도 지난해 12월 필수 신고 국가 중 처음으로 합병을 승인한 중국 경쟁당국도 경쟁 제한이 우려되는 9개 노선에 대해 새로 진입을 원하는 항공사가 있을 경우 슬롯을 내놓겠다는 조건으로 두 회사의 결합에 찬성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의 공정거래위원회조차도 지난해 2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승인하는 조건으로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간 171개 노선 중 26개에 대해 운수권이나 슬롯 반납을 의무화하는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대한항공이 EU의 승인을 위해 슬롯을 내어주게 된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유럽 노선매출이 높았던 만큼 매출에 부담이 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발생할수도 있는 독과점이 장거리항공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는 비싼 요금을 내고서 비행을 해야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인가 하는 우려가 생기기 시작했다. 최근 마일리지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대한항공은 서비스적인 부분에서 국민들의 반감을 샀기 때문에 가격변화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슬롯 반납? 여러 가지 시나리오 존재 "단정적으로 말할 단계 아니다"

인수합병 후 가격인상은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견제장치로서 계속해서 모니터링할 부분이다. 가격에 대한 다른 견제책으로 빈 슬롯에 외항사가 들어와 대한항공과 가격 부분에서 경쟁을 하는 방법도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새로 취항하는 항공사가 생기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경쟁구조에 의해 운임비용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에서는 “기업결합 승인을 위해서 무조건 적으로 슬롯반납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당국과 긴밀히 상의한 후 의견 조율을 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 한 만큼, 우선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래틱에 내어준 슬롯7개를 실제로 버진애틀랜틱 측에서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눈여겨 봐야한다. 슬롯은 일정기간 및 횟수 등의 조건을 지켜 운항해야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다. 슬롯을 당장 반납하는 것이 아닌 해당 노선에 진입을 희망하는 항공사가 있을 경우 약속한 슬롯을 넘겨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버진애틀래틱이 슬롯에 들어올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유럽노선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수요가 높지만 유럽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는 그에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항공사가 시장확대를 위해 새로진입을 희망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세종대 경영학과 황용식교수는 “슬롯은 생물과도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 버진애틀랜틱이 가져가는 슬롯을 포기할 수 있고 또 다른 외항사가 그 자리를 대체하거나 혹은 대한항공이 다시금 그 슬롯을 가져오는 등의 여러 가지 새로운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까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기업결합 심사에도 슬롯을 내어줄지에 여부는 판단할 수 없으나,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슬롯을 빼앗길 수도 있는 만큼 슬롯에 다른 항공사가 들어올 여지를 남겨두는 대한항공의 대처가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초래되는 악수가 될지 주목된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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